연어가 올라오는 강
11월 27일은 추수감사절이었다. 자주 가던 배니스터 공원에 산책하러 갔다가 놀라운 광경을 발견했다. 아주 좁은 개울에 연어 두 마리가 올라와 죽어 있었고 그 옆에 연어알처럼 보이는 오렌지 빛깔들이 있었다. 처음엔 그게 알인지 확신이 없었으나 사진을 찍어 확대해 보니 확실히 연어알인걸 알 수 있었다. 이 개울은 여름엔 물이 전혀 없고 겨울에 비가 많이 올 때에만 약간의 물이 흐르는, 개울이라기에도 부끄러운 좁은 물길인데 연어가 두 마리나 여기까지 왔다니. 여기서부터 아메리칸강의 본류까지는 약 2.5-3km 정도 떨어져 있다.
아메리칸강은 새크라멘토의 동쪽에 있는 폴섬호수로부터 서쪽을 향해 흐른다. 새크라멘토의 북쪽에 있는 샤스타 호수에서부터 내려오는 새크라멘토강과 아메리칸강은 새크라멘토의 서쪽에서 만나 바다를 향해 흐른다. 두 강물이 만나는 곳은 여름엔 드넓은 평야인데 겨울에는 호수같이 변하는 곳이다. 아메리칸 강변을 따라 기나긴 자전거 도로가 형성되어 있다.
내가 아메리칸강 자전거도로로 가는 길을 발견한 건 아이들이 다 집을 떠난 다음이었을 것이다. 아이들이 아직 고등학교를 다니며 내 집에 살고 있던 때에는 나의 일상은 집과 병원이 거의 전부였다. 주중엔 아이들의 통학을 도와야 했고, 토요일엔 지아가 미술학원을 가므로 헤이워드에 있었고, 일요일마다 근무를 했기 때문에 아이들과 주말에 근처 어딘가 즐기러 가는 건 거의 생각하지 못했다. 아이들이 모두 집을 떠난 후에야 비로소 나의 주변 탐색과 모험은 시작되었다. 스마트폰을 갖게 된 후엔 길 잃을 염려 없이 어디서나 내 주변 지형과 도로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게 큰 도움이 되었다.
강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를 탐색하고자 자전거를 샀고 모든 다른 사이클러가 나를 지나 앞서 가는 가운데 어떤 상황에서도 기죽지 않는 나는 몇 달 동안 기운차게 가장 느린 속도로 강변도로를 달렸다. 어느 이른 봄날, 맞은편에서 오던 커플이 지나가며 앞에 'Nail'이 있다고 소리쳤다. 나는 '아, 길에 못이 튀어나와 있나 보다, 조심해야겠네' 하고 계속 달렸다. 그러나 내가 발견한 건 뱀이었다. 그들은 'snake'이라 경고한 거였다. 나의 영어 듣기 능력 평가는 이 수준이다.
봄에 자전거 도로 가득 기어 다니는 귀여운 애벌레 철이 지나면 4-5월에는 숲에 나비들이 많다. 한 번은 길 잃은(?) 나비가 자전거 핸들을 잡고 달리던 내 소매 속으로 날아들기도 했다. 나의 즐겁던 자전거 타기는 점점 심해지는 기침과 자전거 튜브에 공기를 넣는 게 불가능해진 후 그만두었다. 기침은 알레르기 증상인데 자전거를 타고 강변 숲을 달리는 건 나의 알레르기 천식 증상을 심하게 악화시켰다. 자전거의 튜브에 공기를 주입하는 것도 나의 엄지손가락이 관절염으로 힘을 쓸 수 없게 되어 어려워졌다. 아무튼 이건 다 핑계일 수도 있겠으나 이제 자전거는 주차장 선반에 고이 모셔져 있다.
12월 8일에 다시 가본 배니스타공원엔 죽은 연어 한 마리만 남아 있었다.
연어알들도 다 부화하였는지 사라지고 없었다.
아메리칸강 본류에는 연어철 동안 낚시가 금지된다.
아메리칸강에 다다르자 물속에 죽어 있는 연어들이 많이 보였다. 그러나 열흘 전에 왔을 때 본 새끼 연어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노루가 눈에 띄었다. 여름내 노랗게 메말랐던 풀들이 겨울의 빗물 맛을 보더니 초록초록해졌다. 노루가 좋아할 연한 풀들이 풍성한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