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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고 Oct 30. 2022

성공방정식

기계식 시계의 부활과 럭셔리

패션과 럭셔리



1986년의 초창기 AHCI 멤버로 시작하여 1992년 투자자를 모아 브랜드를 창업했다. 2000년대 워치 랜드와 프랭크 뮬러 그룹을 만들 정도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사람이 프랭크 뮬러이다. 


프랭크 뮬러(1958~)는 쿼츠 혁명이 절정에 도달한 1980년대 초 제네바의 시계 학교를 졸업하고, 고급 시계 수리점에서 일을 시작한다. 이어 스벵 안데르센이 파텍 필립 박물관의 시계수리를 담당하게 되자 함께 일하면서 파텍 필립의 시계들에 익숙해졌다. 1984년 투루비용으로 첫 시계로 만들게 되어 26살에 컬렉터들에게 이름을 알리게 된다. 조지 대니얼스, 필립 듀포나 안데르센에 비해서 매우 젊은 나이로 컴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이름을 얻게 되는 것이다.


프랭크 뮬러의 1986년 투루비용과 1991년 생트레 커벡스


 1986년 이후 시르마케와 동업하여 브랜드로 출범하기 전인 1992년까지 6년간 프랭크 뮬러는 투루비용, 미니츠 리피터, 퍼페츄얼 캘린더 미니츠 리피터 등 컴플리케이션 전쟁을 벌이던 블랑팡이나 IWC와 경쟁이 가능할 정도로 매년 새로운 컴플리케이션을 발표했다. AHCI멤버 중 가장 적극적으로 컴플리케이션 전쟁에 가담하고 있었다.



컴플리케이션 마스터 프랭크 뮬러


프랭크 뮬러에 의해 1992년 완성된 로드 애런의 퍼페츄얼 캘린더 미니츠 리피터


한편, 1989년 프랭크 뮬러는 엔티쿼럼 경매에서 1898년에 만들어진 루이 엘리제 피게가 만든 32밀리의 소형 리피터 무브먼트를 구입하게 된다. 영국의 로드 애런이 프랭크 뮬러의 계획에 관심을 보여 투자를 하자 프랭크 뮬러는 이 무브먼트에 퍼페츄얼 캘린더를 추가하여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을 만들어 1992년에 바젤 페어에 전시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프랭크 뮬러는 AHCI멤버들 중 컴플리케이션에 대한 독보적인 실력을 가진 젊은 독립 제작자로 이름을 날리게 된다.


보석공방에서 시계 케이스 제조로 사업을 확장했던 시르마케는 프랭크 뮬러의 시계들이 사업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을 보고 투자자들을 모집하여 컴플리케이션으로 상당한 명성을 얻은 프랭크 뮬러의 이름으로 시계 사업에 진출하게 된다. 1992년 프랭크 뮬러는 바르탄 시르마케와 'Franck Muller'를 전 세계 81 개국에 상표 등록하고 Franck Muller S.A.를 설립하게 된다. 



생트레 커벡스


프랭크 뮬러의 생트레 커벡스

프랭크 뮬러는 파텍 필립, 바쉐론 콘스탄틴, 롤렉스의 본사 등이 위치하여 스위스 시계 중에서도 최고급 시계라는 이미지를 가진 '제네바'를 다이얼에 표기하고, 케이스 백에는 1992년 엘리제 피게의 무브먼트를 퍼페츄얼 캘린더로 수정하여 얻은 명성을 활용하여 '컴플리케이션의 마스터'(Master of Complications)'라는 문구를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하게 된다.


프랭크 뮬러의 월드 프리미어


창업 직후인 1993년부터 '월드 프리미어(World Premiers)' 라인을 통해 매년 새로운 컴플리케이션을 발표하여 컴플리케이션의 프랭크 뮬러라는 이미지도 유지해 나갔다. 프랭크 뮬러의 투루비용 등 고가의 컴플리케이션은 월드 프리미어 라인에 속하는 시계들이다.


프랭크 뮬러의 롱아일랜드, 마스터 뱅커와 크레이지 아우어


패션 시계가 1972년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했지만 하이엔드 브래드들은 패션적인 디자인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프랭크 뮬러는 생트레 커벡스와 화려한 패션 다이얼을 특징으로 하는 '카사블랑카'(1998), '롱아일랜드'(2000), '마스터 뱅커'(1996), '크레이지 아우어'(2003) 모델을 발표하며 다른 브랜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하이엔드 패션 디자인으로 명성을 얻게 된다.


프랭크 뮬러의 와치 랜드


브랜드를 출시한 지 10년도 지나지 않아 매년 매출이 급성장하자 개업 10년 만인 2001년에는 제네바 교외의 레만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낡은 성을 수리하여 Frank Muller Wachland를 설립하게 된다. 단순한 공장이 아니라 문화공간처럼 꾸민 것이다. 2005년에는 파텍 필립이나 오데마 피게의 판매량을 넘어 연 5만 개의 시계를 판매하며, 3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대형 럭셔리 브랜드로 성장했다. 그러나 급격한 성장이 뮬러와 시르마케 사이에 갈등을 일으켜 소송으로 번지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다른 브랜드로 옮겨가게 된다. 그 때문에 점차 매출이 줄어들게 된다. 한 때 800 명에 육박했던 직원을 250 명 정도로 줄이는 구조조정도 해야 했다. 현재는 컬렉터들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한때 빤짝했던 브랜드로 잊혀 가고 있다. 



리샤르 밀



고급 시계로 기계식 시계의 부활이 완전히 정착된 2001년 독특한 시계가 등장한다. 프랭크 뮬러의 생트레 커벡스와 로열 오크를 적절히 섞은 시계였다. 리샤르 밀도 프랭크 뮬러처럼 2001년 투루비용으로 등장했다. 길이 48 밀리, 폭 38 밀리에 두께 12 밀리의 큰 시계다. 1990년대 이후 홍콩 등지에서 얇고 슬림한 쿼츠 시계들이 범람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은 로열 오크, 노틸러스로 대표되는 하이엔스 스포츠 시계, 블랑팡의 피프티 페이톰스와 파네라이로 대표되는 특전사용 시계, IWC의 포르투기즈로 대표되는 스포틱한 큰 시계로 변해버렸던 것이다.



리샤르 밀(1951~)은 프랑스 베사콩 출신으로 대학에서 마케팅을 전공했다. 1974년 대학을 졸업하고 그 지역의 시계 회사에 취직한다. 1992년 세이코가 마르타를 인수하자 밀은 파리의 보석 회사인 '모브생(Mauboussin)'으로 옮겨 시계 제조에 진출하려던 모브생의 시계 담당 사장으로 근무하게 된다. 프레스티지를 위해 소량 생산을 고집하던 밀과 규모를 원하던 모브생 오너와의 갈등으로 1998년에 모브생을 떠나 47살에 독립하게 된다. 


그의 오랜 친구이자 스위스 쥬라(Jura) 지역의 레 부휠류(Les Breuleux)에 위치한 구에나(Guenat) S.A.의 사장인 도미니크 구에나(Dominique Guenat)가 파트너로 참여함으로써 시계 제조 및 조립이 가능한 공방을 얻게 된다. 마지막으로 시계 리테일러인 크로노패션(Chronopassion)의 사장 로랭 피치오토(Laurent Picciotto)가 참여하여 제품을 판매할 리테일러까지 확보한 상태로 사업을 시작했다.


아마추어 레이서였던 리샤르 밀은 자신이 생각하는 시계를 디자인했다. F1 레이싱카의 엔진에서 착상한 무브먼트 디자인이었다. 리샤르 밀이 생각한 가장 중요한 아이디어는 최첨단 재료인 티타늄으로 무브먼트를 만들어 크지만 가볍고 튼튼한 컴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소량만 판매해 보자는 것이었다.



그의 아이디어를 실현해줄 기술 파트너는 오데마 피게 소속의 '르노&파피'였다. 3장의 스케치를 들고서 지울리오 파피와 만나 상담을 하게 된다. 리샤르 밀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컴플리케이션 전문의 르노&파피에서 투루비용 무브먼트가 만들어진다.



첫 시계인 RM001은 리샤르 밀이 생각했던 검정색 무브먼트를 실현하기 위해 저먼 실버(은색 황동)에 PVD로 검은색으로 코팅을 했다. 그리고 RM002에는 티타늄에 PVD를 코팅하여 검은색의 플레이트에 은회색의 티타늄이 대조를 이루어 매우 현대적으로 보이는 시계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PVD 코팅은 조립시 조금만 실수를 해도 코팅이 벗겨지는 것이 문제였다. 2005년 RM006을 통해 처음으로 카본 파이버를 사용하여 코팅이 아닌 재질의 색체로 검은색 무브먼트 플레이트가 만들어지게 된다.



리샤르 밀은 현재 연 오천 개 이내의 시계를 만들며 평균 가격에서 가장 비싼 시계를 만드는 브랜드이다. 엔트리 모델조차 5만 달러가 넘는 가장 비싼 브랜드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연 오천 개의 시계만 만들면서도 매출액 기준의 브랜드 순위에서 매년 순위가 상승하여 5만 개의 시계를 만드는 파텍 필립까지 추격한 상태이다. 엔트리 모델 가격과 평균 가격에서 창업 후 20년 만에 유일한 슈퍼 하이엔드 브랜드가 되었다. 쿼츠 혁명전 파텍 필립에 비하면 소규모 브랜드였던 오데마 피게도 로열 오크의 인기로 어느덧 파텍 필립을 앞서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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