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을 얇고 길게 썰어 소금 간을 한다. 채칼이 없어 계속 잘게 썰어야 한다. 손톱 끝이 다치지 않도록 서두르는 마음 없이 한다. 놀이터에서 떡밥 만들 때처럼 손바닥 위에 조금을 올려 양손으로 물기를 꼭 짜준다. 올리브유는 넉넉히, 화이트 발사믹 식초를 취향껏 뿌리고 홀그레인 머스터드 손톱만큼과 후추를 톡톡 뿌린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하루를 재운다.
빵집에서 식빵을 고른다. 다 먹지 못해 며칠 뒤면 냉동실을 차지할 식빵 봉지를 떠올리니 버겁다. 1인가구용 식빵이 나온다면 대박이 날 것 같은데, 남이 하기 전에 내가 해보고 싶다.
식빵 한 장에 마요네즈를 바르고 몽실몽실하게 만든 스크램블을 올린 다음 다시 식빵 한 장을 덮는다. 그 위에 간이 밴 당근라페를 올리고 다시 마요네즈를 바른 식빵 한 장을 덮는다. 며칠 전 유튜브에서 본 일본 아주머니의 가정집 샌드위치 만드는 법을 기억해 뒀다가 그 방법대로 자른다. 재료가 많지 않아 잘하려는 욕심을 덜어내니 결과물이 마음에 들었다.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 왔어도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 주고 싶은 사람이 떠올라 외롭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