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개국과 조잘조잘 코스모스 꽃
우주에서 내려온 꽃
#대통령자격
#가지않은길
#죽기전에알아야할죽음
규례는 초롱꽃, 경숙이는 은방울꽃, 순례는 장미꽃, 희래는 맨드라미 꽃, 인희는 국화꽃, 효순이는 자스민꽃, 막개는 복사꽃, 광애는 해바라기 꽃,명순이는 난꽃,태순이는 다알리아꽃,미자는 라일락, 순선이누나는 진달래꽃,설현이누나는 달꽃,숙현이누나는 앵두꽃,수지는 물망초,인자는 연꽃, 연화는 튜립꽃,영선이는 붓꽃
명애는 매화꽃, 문희는 연산홍, 윤경이는 수선화...
초등학교를 다니던 어린 나이의 소년 시절이 있었다.
학교는 어린아이에게 저들만의 신세계였다.
또래들의 조잘거리는 정다운 소리들이 멈추지 않는 곳이었다.
아이들은 병아리처럼 떠들기를 언제나 멈추지 않았다.
영원히 그 아이들의 조잘거리는 소리 속에서 살아가는 줄 알았던 꿈같은 시절이다.
아이들은 책상과 의자를 사이에 두고 저마다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주로 지난날 오후부터 학교에 등교할 때까지 사이에 생겼던 집안일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지난밤 꿈 이야기!
어두운 밤 귀신 이야기!
손톱에 봉숭아꽃 채송화꽃 물들인 이야기!
아이들은 단 하루만 헤어져있어도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무한하였다.
"얘야 내 말 들어보렴 지난밤 있지? 촛불 들고 화장실 가는 데 있지? 불이 갑자기 꺼진 거야, 세상에! 그 순간... 휘 익하고"
"와, 그렇지? 귀신같은 거!"
"그런데 그게 꿈속에서 다시... 정말 죽는 줄...!"
의자와 책상을 사이에 두고 두세 명씩 떠드는 아침이다.
담임선생님이 아침 조회와 출석을 부르기 위해 나타나기 전까지 이어진다.
그러다, 누군가 "쉬잇!"
"선생님이다!"
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방은 일순 고요해졌다.
게 중에는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선 이후까지 말하기를 멈추지 못하는 아이가 있다.
고개를 바짝 책상 위에 숙이고 앞자리에 있는 친구의 귀에
말을 이어나가기도 한다.
때론 앞자리에 있는 친구가 고개를 숙이고 상체를 돌려 무언가 속삭이듯 대꾸를 한다.
쉬는 시간이 되면 몇몇 소극적인 아이를 제외하고 자리를 용수철처럼 박차고 일어선다.
그새 친한 친구한테 달려가 말을 하기 시작한다.
남자아이들은 거의 모두 복도를 거쳐 운동장으로 일찍 나간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늘 다그치려는 경향이 있다.
그중에 하나는 화단 가꾸기이다.
운동장 주변의 화단은 항상 정리정돈이 잘되어있어야 한다.
때로는 선생님이 아침 조회 전에 두어 명의 아이를 불러내어
화단 순시를 돌며 잡초뽑기를 지시하기도 한다.
화단에는 주로 채송화, 봉숭아꽃, 맨드라미, 국화꽃들이 자라고 있었다.
어떤 곳에는 오이 나무 완두콩 등도 자라고 있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오이 같은 것은 선생님이 필요한 것이었다.
교내에서 가장 흔히 보았던 꽃은 채송화, 봉숭아, 맨드라미였다.
교문을 나서면 가장 반기는 꽃이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코스모스 꽃이었다.
'와! 코스모스'
절로 감탄사가 나오게 하는 꽃이다.
코스모스는 바람을 부른다.
코스모스는 그리움을 부른다.
코스모스는 늘 웃는다.
언제나 반갑다고 몸을 흔든다.
애처롭도록 몸이 가냘프다.
'어쩜 너는 이토록 연약해 보이는 거니?'
'금방 부러질 것 같아!'
코스모스는 누가 교내에 심는 사람이 없었다.
'왜, 코스모스는 안전한 교내 화단에 심지 않는 거지?'
'바람이 세게 불지 않는 곳인데!'
'코스모스는 햇볕을 참으로 좋아하는가 보다!'
언제나 하늘을 향해 얼굴을 흔드네!
도리도리!
'그렇구나!'
'도리도리 꽃이네!'
'네가 대통령 꽃인가!'
언제나 대답이 없다.
아이들은 등굣길 하굣길 내내 떠들며 지나간다.
그냥 지나쳐간다.
친구 없이 혼자 가는 아이는 코스모스를 바라본다.
코스모스 꽃은 길을 따라 피었다.
아이들의 등교와 하굣길을 수놓으며 항상 갈채를 보내고 있다.
코스모스는 강아지처럼 사람을 좋아한다.
짝사랑에 빠진 어린아이를 위로해준다.
사랑하는 아이들 사이에서는 추억의 꽃으로 남는다.
코스모스는 하늘과 속삭이길 좋아한다.
석양이 저물고 어두운 밤이 오면 달과 별들과 속삭인다.
가냘픈 몸과 허리를 쉬지 않고 흔든다.
코스모스는 우주에서 내려온 꽃.
언제나 합장하고 하늘을 우러러본다네.
코스모스 울창한 신작로를 따라 끝없이 걸어간다.
땅이 끝나고 하늘로 오르는 곳에 이른다.
현세와 다음 세상으로 가는 길목에서 기다리는 꽃.
하늘에서 가져온 분홍색, 보라색, 하얀색 두루마리.
나비랑 벌이랑 새들과 함께 입을 맞추고 춤을 추네.
싸우기를 거부하는 코스모스.
평안을 기원하는 코스모스.
미움과 질투를 모르는 코스모스.
길을 따라 즐거움을 뿌려놓는 코스모스.
사랑하는 여자와 남자 친구들은 멀리 떠나고 없지만
내 가슴에 영원히 기억되겠네.
그리워라 그 어릴 적 교정과 아이들 웃음소리.
그리워라 그 어릴 적 맑은 풋사랑과 논두렁의 개구리 소리.
그리워라 호두나무 가지마다 노래하던 까치소리.
조잘조잘,집으로 가는 신작로 양옆으로 활주로의 지시등처럼 밝게 피어있었다.
구름아래 마산 장군동집.
언제나 웃던 설현이 누나
꽤액 소리치던 어린 아가씨와 그 피아노소리.
지금은 아주 멀리 떠나신 아버님 어머님.
그 기억 따라가면 코스모스길.
우정가득 성호는 산들산들 코스모스.
철학생도 영규는 묵묵부답 코스모스.
어린불자 병기는 도담도담 코스모스.
맘씨 고은 봉근이는 오손도손 코스모스.
열정소년 준재는 싱글벙글 코스모스.
사이클 타고 도리도리 코스모스.
경상고 언덕길에 도란도란 코스모스.
코스모스 핀 이탈리아에서 커피를 마셨네.
홀로 고독 속에 웅크려있던 프랑스의 길에서도
코스모스를 만난네.
황량한 스페인의 북부 어느 시골길에서
코스모스들이 피어있는 것을 보았네.
외롭고 힘든 길에 잠시 미소를 띠우게 해 준 정다운 그 꽃.
어느 식당에서는 코스모스 꽃잎을 물이 들어있는 접시에
간결하게 얹어 장식을 해놓았다.
혹독한 바람의 나라 아일랜드로 향하던 영국의 길가에서 코스모스는 손을 흔들어 주었다.
교회는 가는 나라마다 있으나 없네.
아프리카 최남단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간신히 도달하였다.
죽을고 비를 5번 정도 넘기면서 도착하였다.
말라리아, 사자, 독사들, 전갈 모두 통과하였다.
한국인들이 살았고 교회도 여러 개 있었다.
목사들도 만났다.
목사들은 목석처럼 돌아서 떠났다.
바람이 가슴을 쓸고 지나갔다.
가슴이 휑 뚫린 기분이다.
석양이 내리는 낯선 15만킬로 길.
한국인 민박집들 있으니 가보라 했다.
골프는 인기 있는 교민들 취미였다.
마음을 더욱 강하게 다졌다.
'괞찮아! 살기 아니면 죽기야'
사전에 한국대사관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무사히 도착하기 바란다는 것과 도착시 대사관 방문을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대사관에 무사히 도착했음을 보고했다.
현지 언론들에 연락을 취하여 인터뷰를 주선하여 주었다.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하였다.
교민들은 이미 한국에서 사이클로 달려온 사람이란 걸 알고 있었다.
2004년이었다.
어느 거리에서 무심코 달려가다 코스모스 피어있는 것을 목격했다.
'와!'
'코스모스!'
1박에 2백 불 정도 하는 한국인 민박집이 있으니 가보라 했다.
"여기 교민들 모두 먹고살기 바빠요!"
"형편들이 어려워요!"
"바빠서 가볼께요"
'그렇겠지!'
'그래도 골프채들은 들고 다니던데!'
코스모스들은 말없이 마구 웃어댄다.
근심 걱정이 없는 코스모스는 언제나 철부지 같다.
'눈치 없는 코스모스 '
남아공 코스모스는 말없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홀로 다닌다는 사정을 아는지 대사관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대사를 면담했다.
영사는 머물 수 있는 숙소를 잡아주었다.
"세상을 전부 다니시니, 요하네스버그 치안문제 아시죠?"
"여차하면 총에 맞거나 칼 조심하세요!"
고독의 길!
주검을 밟아 가는길!
알지못한 길과 도로를 따라 달렸다.
달리다보니 그 험하던 로스안데스를 모두 완주하였다.
멕시코에서 극도로 쇠약해졌다.
오랫동안 충분한 음식을 먹어주지 못한 탓이다.
칠레에서부터 멕시코까지 많은 피를 흘렸다.
체중미달에 몸살에 걸려 고생을 했다.
경비가 부족해서 포기하고 귀국할 생각이 가득했다.
'캐나다까지 가기는 너무 힘들다'
'이제 후원이 없이 더 이상 못하겠다'
멕시코 시티에서 좀 떨어진 외곽지역에 머물렀다.
김치가 먹고 싶었다.
김치찌개가 아지랭이처럼 눈앞에 어른거렸다.
어머니 생전에 끓여놓으신 그 청국장.
깍두기와 열무김치는 먼 별나라 식단처럼 아늑하기만 하다.
교정, 그 운동장 측백나무 울타리 지나면 규례네 집이 훤히 보인다.
그 집안 어디선가 구수한 된장 끓이는 냄새가 새어 나왔다.
먼 옛날의 이야기들은 열린 무대의 마술처럼 아른거렸다.
멕시코 시티에 한국인 식당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주머니 형편상 교민식당은 무리였다.
현지 음식에 비해 가격이 보통 세배 정도 높은 편이었다.
멕시코에 코스모스 꽃이 피었다.
어느 멕시코 식당에 들어갔다.
접시 닦기 일을 찾기 위해서였다.
4~5일 정도 멕시코인 식당에서 배를 채울 수 있었다.
좋은 멕시코 식당 주인을 만났다.
"Tu eres nuestro visitante"
"No necesitas trabajar! amigo coreano "
"Hay muchos hombres de negocios coreanos aquí"
"당신은 방문객이니 일은 하지 않아도 돼"
"한국 친구!"
"여기에 한국인들 많은데 사업가들도 많이 있고"
잘 만난 멕시코 친구 덕분에 휴식을 잘 취할 수 있었다.
코스모스 꽃잎들과 각종 향이 나는 약초들을 띄어놓은
아로마 목욕을 할 기회도 얻었다.
멕시코 전래 전통 주술사의 치료도 받았다.
침도 맞았다.
마음을 돌렸다.
'계속 앞으로 가보자!'
'포기는 포기하기 전까지 포기가 아니다'
미국의 남쪽 멕시코와의 국경을 무사히 통과 여정을 이어갔다.
반가운 코스모스는 캐나다에도 만개하고 있었다.
'드디어! 캐나다'
'와~ 알래스카가 보일듯하네'
어린 마음을 그토록 설레게 했던 코스모스들 여기도 있네.
'너무 가냘프다, 마른 그대여'
'말라 앙상하도록 치열하게 잘 버티었구나, 그대!'
'얼마나 하늘로 오르고 싶어 그다지 몸을 가늘도록 빗어내는가?'
'그대는 그다지 높이 오르고 싶은가?'
우리에겐 어린 왕자 같은 꿈이 있는 거지.
어른 왕자가 되는 거야
'언젠가 별에 오를 거라 믿으며 사는 거야'
'꿈은 포기하지 않는 자에게 반드시 영광을 주는 거야!'
'옥환이가 몸이 여위도록 간절히 꿈꾸는 세상'
'저 하늘의 태양 저 달과 별은 내내 바라보고 있었다'
'코스모스를 닮아 절대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