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팔이 #다시쓰는안데르센세계명작
양초공장은 조용했다.
얼마 전부터 양초공장에는 일하던 직공들도 보이지 않았다.
소녀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양초를 팔러 나가기 위해 어깨 가방에 양초들을 담았다.
"지수야! 잠깐 보자! 할 말이 있다 "
공장 여자주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수는 "예, 곧 갈게요! 양초를 담는 중입니다"
지수는 홀 엄마와 살다가 홀 엄마가 만성적인 질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오래전에 지수 엄마는 양초공장에서 일하던 직공이었다.
지수 엄마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지수는 홀로 남은 외톨이가 되었다.
가족도 한 명 없이 홀로 남은 지수는
엄마가 일하러 다니던 양초공장에서 데려갔다.
양초공장에서 주는 음식은 간신히 굶주림을 피할 수 있는 양이었다.
더 먹고 싶어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주인아저씨와 안주인은 냉정한 사람들이었다.
늘 고분고분하라는 대로 했다.
그저 데리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무슨 일이세요? 주인아주머니!"
지수는 안주인이 시킬 일이 무엇인지 들을 준비를 했다.
"지수야! 너한테는 좋지 않은 말이구나!"
"너는 아직 어려서 잘 모르는 게 당연하기도 하지"
"재작년부터 이곳에 전기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단다 "
"처음에는 우리도 사정이 변하리란 예측을 하지 못했단다"
여주인은 잠시 말을 멈추고 텅 빈 공장 안의 기계들을 응시하였다.
여주인의 말은 이러했다.
그동안 사람들은 기름등잔이나 양초를 필수품처럼 사용하였었다.
양초는 인기 품목이었다.
사람들은 매일 양초나 등잔에 넣을 기름을 사러 다녔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도시 곳곳에 전신주라는 것이 세워지더니 전기불이란 것이 켜졌다.
이 집 저 집에서 전기불이 들어오더니 삽시간에 전기불 세상으로 변한 것이다.
양초 불로 인한 화재의 위험도 없어졌다.
전기불은 간편하고 실용적이었다.
양초와 기름등잔의 수요가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양초나 기름등잔들은 더 이상 필요 없는 존재로 전락했다.
양초공장은 더 이상 일꾼들도 필요 없게 되었다.
"지수야! 우리는 지난 1년간 생활이 너무 어려워졌단다"
"그동안 너에게 말을 하지 않았지만 말이야"
"어린 네가 우리 사정을 어찌 알겠니?"
"우리 공장은 빚을 못 갚아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게 됐다"
"우리는 다른 곳으로 이사 가야 한다"
"미안하지만 같이 갈 수 없단다"
"오늘이 너와는 마지막이야! 용기 내서 잘살아라!"
"네가 가져가고 싶은 만큼 양초를 가져가도 좋다"
"성냥도 필요할 테니 가져가고...!"
지수는 여주인의 말을 듣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이제 의지할 곳이 없다는 마음에 눈에서는 절망의 눈물이 흘러나왔다.
"저는 어떻게 하죠?"
"저는 이 세상에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어 갈 곳도 없어요"
여주인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아무튼 이공장은 더 이상 우리 것이 아니니 그리 알거라"
"네가 잠자던 그 창고도 모두 넘어갔다"
"잘 가라! 안녕!"
여주인은 말을 모두 마치고 자신의 집을 향하여 걸어 나갔다.
지수는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엄마!"
'엄마! 어디 계세요?'
'제말 좀 내 말 들어주세요!'
'제발 돌아와 주세요! 엄마!'
더욱 설움이 솟구쳤다.
땅바닥에 두 손을 대고 엉엉 울었다.
'그동안도 힘들고 외롭게 견디면서 살아왔는데!'
'공장 주인이 시키는 일들을 모두 감내했는데!'
'먹는 것도 맘대로 못 먹고...'
공장에는 더 이상 아무도 들어오는 사람도 한 명 없다.
유령이 어디선가 나타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공장 밖의 거리에서는 차가운 겨울바람이 세차게 훑고
다니는 소리가 들릴뿐이다.
지수는 억지로 힘을 내어 다시 양초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어디로 가야 하나?'
일단 가방에 양초들을 주어 담았다.
아직도 눈물은 멈추지 않고 흘렀다.
그동안 정들었던 공장의 내부를 둘러보았다.
그동안 잠을 잤던 창고로 걸어갔다.
흐르는 눈물을 훔치면서 남은 옷들을 겹겹이 껴입었다.
'그래 밖으로 나가보자!'
평소에 자주 다니며 양초 팔던 지역으로 갈 작정을 했다.
단골손님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마음씨 좋은 어른들도 있는 곳이다.
어떤 때는 고생한다며 우유 한잔이랑 빵을 건네주던 아줌마도 있는 곳이다.
양초가 가득 담긴 가방을 어깨에 둘러맸다.
공장문을 열고 거리로 나섰다.
공장문을 닫고 문을 어루만지며 마음속으로 조용히 '안녕! 바이!'.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발걸음을 억지로 겨우 옮겼다.
거리에는 연말을 준비하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사람들이 이리 많은데 왜 나는 슬픈 걸까?'
'나는 어떻게 살아가지?'
수많은 사람들이 옆에서 지나쳐 갔다.
모두들 친구나 연인들과 함께였다.
슬픈 얼굴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양초를 팔 생각을 했다.
가방에서 양초를 몇 개 꺼내 손에 들었다.
양초 가방은 상점 앞에 내려놓았다.
"양초 사세요!"
사람들은 바쁘게 걷느라 시선조차 주는 사람이 없었다.
"양초 사세요!"
"아저씨! 여기 양초 사가세요!" 행인들의 뒤를 따르며
재촉해 보았다.
"얘야! 요즘에 양초 사는 사람 많지 않단다"
"얘야! 우리는 갈길이 바쁘거든! 다음에 보자!"
모두 걸음에 취한 사람 같았다.
걷기를 멈추면 큰일이라도 생긴 다는 건가?
태양이 서쪽의 하늘에서 기울기 시작했다.
'더욱 추워지네!'
도시는 어둠으로 덮였다.
'오늘은 아무래도 포기해야겠다!'
'아이! 춥고 배고프다!'
'내일은 단골집들이 있는 곳으로 가봐야겠다'
거리에는 눈이 조금씩 내렸다.
'엄마가 계실 때는 눈사람도 같이 만들고 좋았는데!'
'얄밉게 왜 이래!'
'지금은 눈이 싫어!'
골목길을 걸어가면 개들이 사정없이 짖었다.
갑자기 짖는 개소리에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아이! 무서워!'
발걸음을 재촉하며 서둘러 지나갔다.
집들은 문이 잠겨있고 안으로부터는 은은한 불빛이 퍼져 나오고 있다.
간혹 가족들의 웃음소리에 귀가 쫑긋해졌다.
'저 집은 좋겠다!'
'가족들이 오손도손 하네!'
'아아! 저 맛있는 음식 냄새'
'참 부럽다! 얼마나 맛있을까!?'
'이럴 줄 알았으면 빵을 더 가져오는 건데!'
'배가 너무 고파지네!'
'엄마랑 있을 때는 엄마가 맛있는 거 챙겨주었는데!'
지수는 계속 걸었다.
손과 발가락은 감각이 무디어졌다.
더욱 바람이 차갑게 불었다.
골목길이 끝나는 곳에 허름한 집이 있었다.
허름한 집은 아무런 불도 켜있지 않았다.
처마 아래 작은 공간이 보였다.
이웃집과 사이에 작은 골목 같은 틈이 있었다.
그곳은 눈이나 바람을 조금은 피할 장소로 보였다.
허름한 집 골목 끝에는 넓은 벌판이 펼쳐져있었다.
벌판 위로 하늘에는 달과 별들이 떠있었다.
'별들이 너무 이쁘게 빛나네!'
'저 별 들도 춥겠다. 추워서 파랗게 질린 색이네!'
'너무 추워! 양초 불? 양초 불 켜야지!'
지수는 어깨 가방을 뒤졌다.
가방에서 양초와 성냥을 꺼내야 했다.
두 집 사이 벽 아래에 촛불을 세워놓고 성냥불을 켜려 했다.
'앗! 바람이'
손가락들이 거의 무감각한 상태였다.
성냥을 들다가 계속 떨어트렸다.
성냥 한 개비를 어렵게 집어 들었다.
성냥불을 켜는데 온몸의 힘을 모아야 했다.
간신히 성냥불을 다시 켜서 양초에 댔다.
'와! 드디어 불이다!'
두발의 감각은 느껴지지 않았다.
먼저 두 손을 녹여야 했다.
양초 불을 두 손으로 감싸서 온기를 느꼈다.
얼어붙은 얼굴도 촛불 가까이 대보았다.
'이야! 따뜻해져!'
지수의 얼굴이 촛불로 인해 환하게 빛났다.
촛불의 온기 탓일까?
서서히 잠이 오기 시작했다.
'아! 졸리려고 하네!'
'내일은 따뜻한 우유와 따뜻한 빵을 먹을 수 있을 거야!'
'졸리니까 아까보다 좀 덜 춥네!'
'아! 졸려!'
촛불은 혼자 바람에 펄렁거렸다.
어느새 지수는 잠의 깊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하얀 눈이 하늘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굵은 함박눈들이 춤을 추면서 내렸다.
큼직한 함박눈들은 허름한 처마 밑에도 쌓였다.
밤새도록 하얀 눈은 쉬지 않고 내렸다.
'와! 하얀 나비들이야!'
'지수는 두 손을 들고 하얀 나비들을 따라 달려 나갔다'
온갖 꽃들이 피어있는 정원이 나타났다.
지수는 꽃들이 만발하여있는 정원을 마음껏 뛰어
다녔다.
정원의 한편에는 따뜻한 온천수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지수는 온천수로 가서 온천수를 만져보았다.
'와! 따스해라!'
지수는 온천욕을 즐기고 나왔다.
'상쾌해!'
지수의 눈에 정원의 건너편에 차려진 음식들이 보였다.
'와! 저것들은... 헤아릴 수 없는 음식들이다'
엄마의 모습이 나타났다.
지수는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엄마를 불렀다.
"엄 ~ 엄마!"
"나 , 지수예요!"
"어디 갔다 이제 오는 거예요? 얄미워요!"
"다시 헤어지면 싫어요!"
지수는 엄마의 품으로 미친 듯이 달려갔다.
엄마는 아무 말 없이 지수의 손을 잡아주었다.
엄마는 아무 표정도 짓지 않고 그저 지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엄마! 정말로 보고 싶었어요!"
"엄마! 사랑해요!"
지수는 그동안 서러움에 눈물을 마구 흘렸다.
지수는 엄마를 만난 기쁨에 마구 눈물을 흘렸다.
동트기 전 새벽이다.
골목길 모퉁이에 서있는 감나무 위에 까마귀가 울어댔다.
"까악~ 까악~"
"까악~ 까악~"
까마귀 소리는 요란했다.
얼마 후에는 사람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더 모여들었다.
"아니 이런 일이!"
"주소 적힌 것도 하나 없고... 집을 잃었던 건가?"
"쯧쯧, 어린것이 길에서!"
"혹시 이아이를 본 적 있는 사람 없소?"
"어느 집 아이인가?"
"하필, 여긴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인데!"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가진 것이라곤 양초들뿐이네!"
"아이가 혼자 지난밤 그 추운 밤에..."
"이런 일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나!!"
"글쎄 말이야!"
"아이 엄마가 알면 얼마나 슬퍼하겠나!"
"누가 경찰한테 연락 좀 해보지 그래?"
들판에서 세찬 겨울바람이 귀신의 곡소리처럼 '휘잉'하고 불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