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의 김밥

안 먹어 봤으면 말을 하지 마!

by 웅토닌

김밥의 김밥

- 웅토닌


난 항상 죽어라고 열라 뛰어다녔지만

왜 이리 쥐 터진 김밥처럼 틀어지는 걸까

너 혹시 아니 나 전에 집 나가려 했던 사건,

아버지에게 대들며 이렇게 소리쳤지


“날 막지 마세요 내 맘대로 할 거예요

돈 많이 벌어서 멋진 차도 사고

예쁜 여자도 만나고 즐겁게 살 거예요”

아버지가 말했지 “거기가 어디냐, 같이 가자”


김밥에 김밥 둘둘 말아 김밥

옆구리 터진 김밥 먹어봤니?

건빵에 건빵 퉁퉁 불은 건빵

눈물에 젖은 건빵 안 먹어봤으면 말을 하지 마


그렇게 세월 흘러 나 역시 아빠가 된 거야

예쁜 아내와 토끼 같은 딸이 생긴 거야

항상 상처 주는 말대꾸 모두 받아 주시던

부모님은 이제 없지만 바로 내가 그 자리에


어이 김대리 빨리빨리 해라

도대체 제대로 하는 게 뭐냐

어이구 나 둬라 그냥 내가 할게

월급이 아깝다 아~ 진짜!


김밥에 김밥 둘둘 말아 김밥

옆구리 터진 김밥 먹어봤니?

건빵에 건빵 퉁퉁 불은 건빵

눈물에 젖은 건빵 안 먹어봤으면 말을 하지 마


나 김대리야 그래도 이렇게 살아남았다.

분위기맨에서 구조조정 대상이지만

옆구리 터진 김밥에 눈물 젖은 건빵 먹더라도

끝까지 살아남을 거다 김 대리 파이팅!


김밥에 김밥 둘둘 말아 김밥

옆구리 터진 김밥 먹어봤니?

건빵에 건빵 퉁퉁 불은 건빵

눈물에 젖은 건빵 안 먹어봤으면 말을 하지 마

ChatGPT Image 2026년 1월 24일 오후 05_24_01.png 옆구리 터진 김밥
ChatGPT Image 2026년 1월 24일 오후 05_18_31.png 눈물에 젖은 건빵

비빔밥에 비빌 수 있는 음식으로 김밥이 있습니다.

김밥 속에 들어가는 재료의 종류는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단무지, 햄, 지단은 거의 공통필수재료로 들어가고, 맛살과 어묵, 당근, 우엉, 오이 등의 야채가 들어가는 것이 김밥집의 기본적인 김밥이 완성됩니다. 거기다 김치, 시금치, 부추, 불고기, 깻잎, 참치, 날치알, 마요네즈, 케첩, 치즈, 고구마, 멸치, 진미채, 유부, 양배추나 기타 채소의 샐러드, 고추, 소시지 등을 넣으면 메뉴에 따라 김밥집 메뉴판의 김밥종류의 이름으로 올라갑니다.

20260131_175009.png 김밥 전

저는 충무김밥은 김밥의 종류에 넣지 않습니다. “재료를 김밥 안에 넣는다”라는 김밥의 기본 개념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맨밥만 김으로 싸서 김치, 오징어무침과 곁들여서 먹는 것은 사실 맨밥에 김, 김치, 오징어무침 반찬을 내온 조악한 백반과 더 닮아있다 생각하고 이는 하얀 밥에 계란, 마아가린을 넣고 간장을 조금 넣고 비벼서 김에 싸 먹는 정찬을 격조와 풍미를 생략하고 간단 식품으로 만들었다는 생각입니다.

김밥이 남은 게 있어 계란을 묻혀 김밥전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터진 김밥.png

김밥을 참 좋아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년간 자취 생활을 한 나로서는 김밥을 떼어 놓을 수가 없습니다. 김밥의 장점은 간단하다는 것입니다. 그릇도 필요 없고 심지어 숟가락, 젓가락도 필요 없습니다. 먹고 난 후 설거지 거리도 남지 않습니다. 비빔밥처럼 김밥 안에 여러 반찬이 들어있다는 것도 매력적인 항목입니다. 무엇보다 가격이 쌉니다. 야채 위주, 영양 골고루, 비빔밥에는 못 미치지만 귀차니즘을 해결해주는 김밥이야 말로 자취생들의 최고의 성찬이 됩니다.


대학시절 막일 알바를 했었습니다. 현장에 마땅한 식당이 없어 도시락을 싸 오는데 점심시간 노가디스트들이 꺼낸 것은 한줄기 굵은 노란 단무지만 들어있는 김밥이었습니다. 김밥 싸줄 사람도 없고 귀찮고 하니까 단무지 하나만 넣고 김밥을 말아온 것이겠지요. 하지만 내 눈에는 뭔가 인생을 통달한 도사처럼 보였고 이상하게 멋져 보였습니다. 단무지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저는 단무지 대신 김치 하나만 넣어 김밥을 싸서 다녔습니다. 작업현장은 새로운 메뉴에 관심을 보였고. 단무지파 안에서 새로운 김치김밥파가 늘었습니다. 업그레이드해서 볶은 김치를 넣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단일재료 다양화도 시도, 냉장고 안에 남아있는 재료 하나가 선택되는데 무말랭이는 가장 훌륭한 김밥재료였습니다.


그 시절 김밥은 나름 ‘귀차니즘을 해결한 영양 골고루의 맛있는 한 끼’라는 생활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지금의 김밥은 정말 화려한 뷔페...

https://youtu.be/64RcGDtq5nE


김밥의 김밥 라이브

https://youtu.be/abeKCdQPY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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