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지나간 자리

- 흔들린 흔적이 남지 않는 이유

by 웅토닌

바람이 지나간 자리

- 웅토닌


바람이 지나가고

나무는 잎을 내려놓았다.


흔들렸지만

그냥, 가만히 서 있다.


길은 말없이 굽어

따라오라 조용히 손짓한다.


비워진 하늘 아래

빈 나무는 가벼움을 채운다.

하늘, 길, 나무 - 안인 권혁준


하늘은 넓고 비어 있고,

나무는 잎을 모두 내려놓은 채 서 있있습니다.


세상은 바쁘게 지나가는데

저 나무만은 시간을 붙들고 서 있는 듯합니다.


바람은 세게 불었을 것이고, 흔들림 또한 컸을 것인데

눈에 들어온 이 풍경은 무너지지 않은 모습이 아니라

무너질 것들을 내려놓은 듯합니다.


굽어 올라가는 길은 “와도 되고, 오지 않아도 된다”는 듯

강요 없이 열려 있습니다.


시인의 눈에 들어온 이 사진은 ‘흔들림 이후의 자세’, 그리고

“무너질 것들을 내려놓은 자리”라고 해석해 봅니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