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신
[K-Zodiac] 다섯번째 "곰 熊(웅)" 이야기
- 기다림의 신
숲이 가장 시끄러웠던 시절이 있었다.
호랑이가 산을 넘고, 못된 무리들이 숲을 휘젓고,
작은 동물들이 숨고, 달리고, 피하던 때였다.
그때 곰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숲 깊은 곳, 바람도 잘 들지 않는 굴 속에서
곰은 몸을 웅크리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
다른 동물들은 수군거렸다.
“겁이 난 게 분명해.”
“도망치지도 않고, 싸우지도 않다니.”
하지만 곰은 알고 있었다.
지금 움직이면 힘만 낭비된다는 것을
지금 나서면 상처만 남는다는 것을
겨울은 더 깊어졌다. 먹을 것은 줄어들었고,
못된 무리들마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곰은 잠들어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모으고 있었다.
숨을, 체온을, 다음 계절을 맞을 힘을.
눈이 가장 두껍게 쌓인 밤,
숲은 마침내 고요해졌다.
곰은 봄을 기다리지 않았다.
눈이 녹아 흙냄새가 나기 시작했을 때,
겨울이 끝났음을 확인하고 그제야 곰은 굴 밖으로 나왔다.
곰은 달려가지 않았다.
울부짖지도 않았다. 다만 천천히 걸었다.
그 걸음은 크지도, 빠르지도 않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굶주린 무리들은 이미 흩어져 있었고,
숲은 스스로 제자리를 찾고 있었다.
봄이 왔을 때
숲은 이전보다 조용했고, 더 단단해져 있었다.
그제야 다른 동물들은 깨달았다.
곰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가장 오래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하늘은 곰을 보고 말했다.
“너는 이기기 위해 기다린 것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해 머물렀구나.”
“너는 기다림의 끝을 믿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으로
가장 오래 버티게 한 존재다.”
그래서 곰은 ‘인내의 별’이 되었다.
이 별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할 때 가만히 빛난다.
“지금 당장 뭔가 해야 할 것 같아.”
그때 곰은 조용히 속삭인다.
“아직은 아닐 수도 있다.”
기다림은 에너지를 모으는 적극적인 선택이다.
곰은 늦은 존재가 아니라, 정확한 때를 아는 존재다.
다음 "고양이 猫(묘)" 이야기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