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아파, 엄마

행복지킴이의 임무

by for healing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의 생활여건상 아빠를 매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한바탕 울음을 쏟아낸 엄마의 첫마디는 "오빠한테는 아무말 하지마,너만 알고 있어"였다.

그때엔 슬픔가득한 비련의 여주인공같은 엄마의 부탁이라면 뭐든 다 할 수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엄마의 유일한 탈출구였던 것 같다.아빠의 불륜의혹에 관해 엄마는 나에게 가감없이 필요이상으로 들려주었다.

엄마는 나를 딸이 아닌 자신의 상처를 보듬어 주고 기막힌 배신의 드라마를 함께 공유할 아주 완벽한 자기 편인 여자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경제적 능력이 없었던 엄마의 결단은, '우리 남매가 결혼하면 이혼하겠다'였다.어쩔 수 없이 결혼생활을 유지하며 살았지만 엄마는 나에게 남편에 대한 미움과 증오를 하나씩 하나씩 쏟아놓았고 당시에는 엄마에 대한 동정심과 아빠에 대한 실망으로 느끼지 못했지만 나는...

나는... 조금씩 지쳐갔고 조금씩 마음의 병이 들기 시작했다.

'나도 너무 힘들어,엄마~쫌 제발 그만 좀 해!!!' 속으로 날마다 소리쳤다.


나는 우리 가정의 깨어짐을 막기 위해 행복지킴이가 되기로 했다.

방학때 아빠 병원에 내려가면 아침식사후에 곧바로 원장실로 내려갔다.방학숙제책을 들고 아빠 옆에서 진료가 끝날 때까지 있었다. 그렇게하면 아빠와 간호사언니가 나쁜 짓을 못할거라는 어린 생각이었지만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었고 아빠를 빼앗기지않으려는 어린 딸의 몸부림이었다.

엄마가 그렇게 지키고 싶어했던 아들인 오빠는 전교1등을 놓치지않던 모범생으로 이 사건을 모르는 채 명문대 입학을 위해 속 편한 일상을 이어갔다.동생의 고군분투는 꿈에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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