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아빠의 바람

아빠 같은 사람과 결혼할래, 아빠 같은 사람 만날까 봐 결혼 안 해

by for healing
아빠는 그런대로 괜찮은 사람이었다.
명문 의대를 나와 미국에 초대받아 그곳에서 의료생활을 하다가 어찌어찌 군위관이 되었다가 예편 후, 본인의 병원을 갖기까지 결코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와 이제는 누가 봐도 성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예쁜 아내에, 어디다 내놓아도 자랑할 만한 공부 잘하고 착한 아들에, 뭐 딱히 내세울 건 없지만 집안의 마스코트로 키우겠다던 '나'라는 양념 딸까지...

하긴 그렇게 모든 걸 갖추고 잘 나가는 원장님이었지만 엄마가 우리로 인해 서울로 와버리면 혼자 외롭고 적적하기도 했겠지...라고 백번 이해하려 해도 어딘가에서 꽉 막힌 '도대체 왜?'라는 질문에 도저히 아빠를 전처럼 대할 수 없던 어느 날, 우연히 오빠가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말없고 얌전하던 오빠가 아빠를 죽이겠다고 나서던 날, 엄마와 나는 처음으로 마주 한 현실과 욱하는 마음에 무슨 일을 저지를 것만 같은 오빠의 살기 어린 모습에 두려워, 울며 불며 오빠를 뜯어말렸다.

아이들도 다 알고 있다는 엄마의 말에 첫 번째 외도 상대인 간호사를 병원에서 내보내고 난 후, 한동안 아빠는 엄마에게 죄인처럼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잘난 자존심이~아니, 그래도 아버지로서의 권위는 내려놓을 수 없었는지 어쩌다 아빠가 서울로 올라와 온 가족이 모이면(그 후로 오빠는 방학이 되어도 병원에 내려가지 않았다) 기분 좋게 술을 마시다가도 괜한 트집으로 화내며 엄마를 윽박지르기까지 했다. 누가 봐도 자식들 앞에서는 기죽지 않고 가장의 자리를 지키고 싶은 발버둥이었고 그럴수록 오빠와 나는 아빠에 대한 실망과 미움으로 점점 아빠와 담을 쌓아갔다.

아무튼, 아빠의 외도는 그렇게, 그걸로 끝난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바람을 한 번도 안 피운 남자는 있어도 한 번만 피운 남자는 없다'는 그런 그지 같은 말은 어쩜 그리도 잘 맞는지...

'아빠 같은 사람하고 결혼하겠다던 나의 꿈을 아빠 같은 사람 만날까 봐 결혼 안 해'로 바꾸어버린 사람..
그 사람의 두 번째 외도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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