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for healing Nov 4. 2024
작은 딸은 쉬고 있던 일을 다시 시작했다.
아직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완전히 회복된 상태는 아니지만 그냥 집에만 있으니 생각이 더 많아지고 기분이 더 가라앉는 것 같다며 차라리 일에 정신 팔려 사는 게 좋겠다는 딸의 제안에 조심스레 내린 결정이었다. 주위에서는 아직 몸과 마음을 더 추스르고 이번 기회에 좀 더 쉬는 게 낫지 않냐며 너무 이른 감이 있다고 걱정했지만 본인의 의지도 그렇고 우리 가족들 생각에도 딸아이가 차라리 자신의 일로 바빠지는 게 좋을 듯했다.
다행히도 우려한 바와 달리 본인이 하고 싶어 하던 일을 시작하면서 딸은 생기를 되찾았고 다시 새로운 출발을 하는데 온 힘을 쏟았다.
외면적으로 보이는 모습이 다는 아니겠지만 일을 준비를 하면서 기분 좋은 설렘과 흥분으로 콧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새로운 혼자만의 사업장에 열정을 담아 아이디어를 내어 홍보도 해낸 결과, 벌써 어느 정도 굶지 않을(ㅎㅎ) 정도의 상태까지 일을 잘 꾸려나가고 있다.
우리 아이에게서 웃음소리가 살아났고 노래가 살아났다. 다시 예전의 밝고 흥 많던 딸로 돌아온 것 같아 마음속 깊이 감사가 나왔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도 딸이 밤마다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고 있는지, 밤새 뒤척이며 잠 못 드는 날이 얼마나 많은지...
잠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약에 의존하고 있는지...
웃음사이사이 보이는 한숨과 멍 때림이 무얼 의미하는지...
살기 위해 본인도 죽을힘을 다해 버티고 견뎌내고 있다.
요즘처럼 간절히 기도했던 적이 있었던가?
요즘처럼 인간의 나약함을 하나님 앞에 고백했던 적이 있었던가?
요즘처럼 부모로서 자녀에게 무기력한 존재임을 느꼈던 적이 있었던가?
요즘처럼 하루하루가 위태롭게 느껴지는 동시에 가슴 쓸어내리는 감사를 해 본 적이 있었던가?
사람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많이 겸손해지고 더 많이 고개를 숙이게 되는 것 같다.
가끔 나이 든 것을 무슨 유세 떨듯이 대놓고 대접받으려고 하는 어른들을 보면 이해가 안 될 때가 있다.
나이 드는 것은 벼슬이 아니다.
훈장이 아니다.
어깨에 짐이 하나씩 더 쌓여가는 거라는 걸 나이 들어가며 알게 되었다.
나는 나이 드는 것이 무섭다.
결정해야 할 일도 많아졌고 그에 따른 책임져야 할 일도 많아졌다.
물론 개념 없는 젊은이들이 간혹 가다가 나이 들었다고 무턱대고 무시하고 홀대하는 일도 없지 않지만 대부분은 세상을 더 많이 산 어른이라고 우리의 의견을 존중해 주고 심지어 우리의 지나온 경험을 토대로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얼마나 막중한 책임이 있는지 모른다.
딸들이 중학교 다닐 무렵에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엄마~엄마나이가 되어도 사는 게 재미있어?"
놀리는 게 아니라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거였다.
깔깔거리며 숨넘어가게 웃을 일도 많지만 한편으로는 한참 공부에 치이고 고민 많은 10대의 눈에, 40넘은 중년의 엄마는 무슨 낙으로 사나 싶었나 보다. 갑자기 훅 들어온 질문에 당황했지만 똘망한 눈으로 답을 기다리는 딸들에게 담담하게 이렇게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너희처럼 다사다난하고 버라이어티 한 사건은 없을지 몰라도 하루하루가 그런대로 재미있고 살만해. 딱 꼬집어서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40대는 또 뭐랄까~ 40대의 재미라는 게 있어 ~"
오늘 힘든 일을 겪고 있는 내 딸뿐 아니라
너나 할 것 없이 아픔을 겪고 있는 우리의 많은 딸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말을 꼭 기억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오지랖 넓은 이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흔하지만 가장 힘 있는 말!
좋은 일이 있거든 너무 의기양양하지도 말고
'아! 이런 일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다'생각하자꾸나.
지금처럼 어렵고 힘든 일이 오거든
너무 절망하고 낙심하지도 말자.
왜냐하면
"이 또한 지나갈 거거든"
다같이 힘내기를...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