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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판 Oct 11. 2022

안구건조증으로 대학병원 진료받은 이야기

드로잉 에세이- 눈물이 진물 되신 분들에게 참고가 되시길...

이 글은 안구건조증이 심할 때마다 동네 안과에서 진료받는 것 이상 애써보지 않으신 분들에게 참고가 될 만한 내용입니다.^^



몇 가지 몸의 기능장애를 의심하여 대학병원 재활의학과 진료를 받으러 갔다가 생각보다 진료가 일찍 끝나서 내친김에 안과 진료를 받아보기로 했다.


내가 주로 갖고 있는 증상은 통상적으로는 안구건조증인데, 혹시 무슨 더 큰 이상은 없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자고 나면 눈곱이 심하게 끼었고, 낮에는 그냥 눈물뿐 아니라 진물 같은 누런 눈물이 나오는 경우도 많았으며, 그것이 눈곱이 되어 씻어내야 했고, 눈물이 수시로 나와 눈 끝자락을 적셔서인지, 눈꺼풀 끝부분이 물러서 상처처럼 붉혀 가끔 약을 발라주는 경우도 있었다.


어쩌다 한 번씩 인공눈물 처방도 받을 겸 동네 안과에 가곤 했는데, 안압검사 후 진료를 받으면 큰 이상은 없고 안구건조증이라며 생활습관 바꾸고 인공눈물 자주 넣어주라고 했고, 염증이 좀 심하다 싶으면 안약도 처방해주었다. 그렇게 버티고 지냈는데, 외출해서 일을 보다가 물이 줄줄 흐르거나 고인 눈물이 눈곱처럼 변해 가끔 없애주어야 할 때는 다른 사람들에게 표시가 날 것 같아 부끄러운 마음에 조금 우울해졌다. 때문에 한 번쯤 대학병원 안과에 가서 진료를 받아보고 싶었었는데 때마침 기회가 되어 안과에 가게 된 것이다.


사실 내 눈이 이 지경까지 된 데는 나의 나쁜 생활습관이 가장 큰 원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스마트폰을 많이 볼뿐만 아니라 가끔은 누워서 보거나, 어두운 데서 보기도 하고, 요즈음은 책을 읽는 시간도 부쩍 많아졌다. 과거의 경험에 의하면 스마트폰 하는 시간만 확 줄여도 안구건조증은 눈에 띄게 좋아진다. 그런데 습관 고칠 열정은 없이 애꿎은 눈의 탓만 하고 있었다.  

안구건조증에 걸린 고양이를 형상화해서 그려보았음^^ 눈을 스마트폰에 비추는 것처럼 표현해보려고 했는데 스마트폰이 어설프게 그려짐.^^




안과 외래는 환자들로 몹시 붐벼서 당일 진료가 힘들 것 같았다. 접수하는 직원에게 물어보니 좀 기다려야 하지만 가능하다고 했다. 나는 직원이 지정해주는 안과의사로 수납창구에 가서 접수를 하고 와서 접수한 것을 알렸다. 그러자 생각보다 일찍 진료 전 사전검사가 시작되었다. 일단 레지던트로 보이는 의사가 예진실로 불러 무엇 때문에 왔는지 물었다. 나는 불편한 증상들을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예진이 끝나고 조금 기다리자, 사전 검사실에서 이름을 불렀다. 사전 검사실은 두 군데가 나란히 있었는데, 첫 번째 검사실에서는 안압검사와 잘 모르는 어떤 검사, 그리고 시력검사를 했다. 그리고 검사실 밖에서 한참을 기다리자 이번에는 두 번째 검사실에서 내 이름을 불렀다. 여기서는 일종의 엑스레이 검사 비슷한 촬영을 하는 듯 보였다. 사진을 찍을 때는 불을 끄고 찍었다.      

검사할 때 무엇을 알아보는 검사인지 물어볼 걸, 그때는 경황이 없어서 물어볼 생각을 못했다. 아마도 눈에 어떤 이상(녹내장, 백내장 등 각종 질병)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검사 같았다.     


두 번째 검사실 검사까지 다 마치고 나니 이제 의사를 만나볼 일만 남았는데, 대기자 명단이 뜨는 화면에 아무리 기다려도 도대체 내 이름이 올라오지를 않았다. 예약자들 위주로 진료를 하다 보니 내 순서는 계속 밀리는 것 같았다. 거의 한 시간 반을 그렇게 소진하면서, 폰을 하다가 졸다가 하며 기다리니 드디어 내 이름이 대기자 명단에 올라왔고, 나는 곧 안과 진료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의사는 젊고 스마트해 보이는 젊은 의사였는데, 다리를 꼬고 앉아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으로 내 증상이 생기는 원인과 원리, 치료방향을 설명해주었다. 설명 전에 내 눈을 관찰하고 필요한 사진을  장 찍었다.      


의사 선생님의 설명에 의하면,

눈은 눈물과 안검에 있는 샘에서 나오는 영양물질이 합해져서 눈이 건조하거나 뻑뻑하지 않게 유지시켜주는데, 보통 10초가량은 눈을 뜨고 있어도 눈물막이 사라지지 않아야 정상적이라고 했다. 그런데 나이를 먹어갈수록 또는 다른 원인 등으로 눈물의 질이 안 좋아지고, 영양물질 분비가 제대로 안될 경우 안구건조증이 심해지고, 눈의 보호막 지속시간이 짧아진다고 했다. 검사를 해보니 내 눈의 경우 눈을 깜박이고 3초가량이 지나면 보호막(눈물막) 기능이 없어진다고 했다.(3초 가량이 지나면 눈물막이 말라버리는가 봄 ㅠ)

그러면서 내 눈의 안검을 확대해서 찍은 사진을 보여줬는데, 안검에 정렬돼 있는 작은 구멍들이 살짝 보였고, 누런 작은 방울들이 끼어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작은 구멍(샘)에서 눈 보호에 필요한 기름이나 영양물질이 잘 분비되지 않으면 염증이 생기고 이 염증 증상이 심하면 눈 다래끼가 생긴다고 했다.

내 눈은 아주 심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안과의사는 이런 증상은 완치의 개념보다는 당뇨나 고혈압같이 관리가 필요한 질병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관리 방법을 설명해주었다.


인공눈물을 수시로 넣는 것도 좋지만 그것 만으로는 안된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온찜질이다, 그러니 자기 전 10분 온찜질을 꼭 하라고 했다. 그런데 온찜질만 하면 안 되고 온찜질 후에는 안검에 분포된 샘(마이봄샘 등)을 한번 닦아줘야 한다고 했다. 샘을 막고 있는 염증을 닦아줘야 한다고. 그러면서 온찜질 방법과 안검의 샘을 닦아내는데 쓸 수 있는 의약품을 소개하는 종이를 간호사가 주었다. 인공눈물은 3개월분을 처방해주었고, 의약품은 약국에서 직접 사라고 했다.      


의사와의 직접 대면시간은 10분을 넘기지 않았던 것 같다. 어쨌든 그 시간 동안 의사는 필요한 설명을 다 했고, 나는 내 증상의 원리까지 이해했으니 이제 생활 속에서 실천할 일만 남은 셈이었다. 병원 근처 약국을 들러 필요한 약을 다 사고 나서 집에 올 때는, 오래 기다리긴 했지만 진료받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에 이상이 있는지 전반적으로 검사를 해 볼 수 있었고(눈 종합검진을 하는 느낌이었음),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냥 안구건조증으로만 늘 알아왔는데, 안검의 샘에 문제가 생겨서 이런 증상들이 생겼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들어본 설명이었다. 의사는 3개월가량만 꾸준히 관리해도 훨씬 좋아질 거라고 했다.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는데 너무 당연해서 안 한 건지도 모르겠다.^^

  

어깨든, 눈이든, 치아든 몸의 부분들은 몸의 주인의 꾸준한 돌봄과 관리를 받아야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는 경험이었다.


진료 후 일주일 가량이 지났다. 그 사이 잠자기 전에 혹은 낮에 눈 온찜질을 10분가량 했다. 온찜질 팩은 약국에서 사지는 않았고, 집에 팥을 넣은 눈 찜질 주머니를 만들어 놓은 것이 있어그것을 쓰기로 했다. 전자레인지에 40초 가량을 돌리면 약간의 팥 냄새가 나는 아주 좋은 눈 찜질팩이 다.(주머니에 팥을 너무 많이 넣으면 눈에 올리고 있을 때 무게감 때문에 불편하므로 적당량만 넣어야 함)

왼쪽은 집에서 만든 온찜질팩. 전자레인지에 40초 돌리면 너무 뜨거우므로 손수건 같은 것으로 한번 감아서 쓰면 10분간 아주 적당한 온도로 눈찜질을 할 수 있음


눈 찜질 후 곧바로 안검에 있는 샘구멍을 한번 닦아줘야 하는데, 잊어버리고 안 하는 날도 있었지만 거의 매일 한번 정도는 꼭 닦아줬다. 일주일밖에 안됐지만 진물 같은 눈물이 나오는 증상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눈물이나 눈곱은 확연히 좋아지진 않았어도, 온찜질 효과는 확실히 좋았다. 결국 실천이 중요한 거였다. 온찜질이 눈에 좋다는 것은 이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반드시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안 하고 지낸 반면, 안과 진료를 통해서 그 필요성을 확실히 깨달았기 때문에 꾸준히 실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안검의 샘을 닦아내는데 쓰는 약은 두 가지 종류를 소개해주었는데, 병원 근처 약국에 가서 비교해 보았고, 가격이 저렴한 쪽으로 구입했다. 한 종류는 만 삼천 원가량 했고, 다른 한 종류는 2만 원이 넘었는데, 처음 써보는 종류의 약이라 일단 저렴한 것을 사용해보고 필요하면 더 비싼 것은 사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래는 병원에서 준 안검을 닦아내는 데 쓰이는 약의 설명서이다. 이것을 약국에 가지고 가서 약을 보여달라고 했다. 찾는 사람이 많지는 않은 듯 찾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눈의 소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 줄 알면서도 눈에 좋지 않은 습관들을 고치기는 참 어려운 것 같다. 적어도 눈에 온찜질이라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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