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마당에
어쩌다 한 해 심었던 딸기가
해마다 제 맘대로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비바람에 쉽게 상해
익은 딸기를 먹는 일은 몹시 드물었다
올해는 웬일로 딸기가 제대로 열렸다
빨갛게 익은 딸기를 두 개나 수확했다고
남편이 자랑했다
그러자 딸이 하는 말
딸기는 겨울에 나는 거 아니었어요?
그러고 보니 마트에도, 시장에도
딸기는 겨울에 팔린다.
크고 싱싱하고 달콤한 딸기는 겨울에 난다.
노지에서 어쩌다 따먹는 딸기는 시큼하고 썩 달지도 않다
그럼 정말 딸기는 겨울과일이 돼버린 걸까?
겨울에 나는 달콤한 딸기와 봄에 나는 시큼한 딸기가 만나면
그들은 서로를 어떻게 바라볼까.
겨울딸기는 자신의 싱싱함과 달콤함을 자랑할까?
봄 딸기는 자신의 자연성을 자랑할까?
소위 먹거리들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계절과 맛과 크기를 뛰어넘는다
인간은 할 수만 있으면
사과도 감도 복숭아도 사계절
수확하려 했을 것이다
자연스러움이 오히려 낯선 시대다
자연스러움이 오히려 밀리는 시대다
인간에게 선택되어 먹거리가 되고 만 생물들
하지만 세상 어느 곳에서는
자신들만의 특성과 능력으로 살아가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인간의 필요에 얽히지 않은 그들은
지구의 품 안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