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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판 Aug 15. 2023

달빛에 취하다

     

무더운 여름밤을 견디려 잠을 청하며 누우니

방바닥으로

달빛이 한가득 들어와 있었다

달빛 위에 몸을 옮겨놓고

베개를 베고 누워 창밖을 바라보니

어둠 한가운데

찌그러진 달이 보였다

찌그러졌어도

찬란히 빛나는 은빛 달이었다

     

자정이 막 지난 시간

이대로 잠이 들기는 너무 아쉬워

드뷔시의 '달빛'을 찾아 들으며

달과 어둠과 음악을 감상했다

달과 음악 사이로 들리는

풀벌레 소리가 추임새 되어

어둠을 빛나게 해 주었다


밤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다

아파트에서 이런 호사를 누리다니

아! 너무 좋아서 감히 행복했다

달이 옆 동 건물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차마 잠들지 못했다

달이 떠난 빈자리에 남은 풀벌레 소리가

음악보다 더 음악이 되어

허전한 내 마음을 달래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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