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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판 Aug 19. 2023

백로

어느 날 아침 산책길

차들이 쉴 새 없이 오가는 거대한 대교 밑

그물의 잔재들이 만든 더미 위에

꼼짝 않고 앉아있는 한 마리의 백로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주변의 풍광에 비하면 하찮으리만치 작은 존재

문명을 등지고 대양을 바라보며 명상에 잠긴 듯

아침의 고요를 품은 그의 자태를 바라보니

마음이 들뜬 나는 이렇게 외치고 싶었다


백로야, 너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니

강물을 감상하고 있니

물고기를 잡으려 하고 있니

나는 너를 감상하고 있다

나도 너처럼 세상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고

나만의 삶을 살고 싶구나

나만의 자유를 누리고 싶구나

백로야 우리 그렇게 살자

세상에 지지 말자 약한 마음에 지지 말자

백로야 너의 자유를 잃지 말아라

자연의 시간을 지배하는 힘을 잃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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