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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판 Oct 22. 2022

우연이 선물하는 멋진 경험

일출의 순간

아침에 있었던 일이다.

일어나자마자 하는 아침 활동(일기 쓰기 등) 마치고 6시 55분께, 풍경을 잠시 바라보려고 창문을 열었다. 늘 하듯이.  아직 해가 떠오르진 않았지만 밝음이 조금씩 드러나있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상쾌했다.


그 순간 아파트 숲 너머 멀리 살짝 보이는, 북한산 능선의 왼쪽 끝에서 빛이 올라오는 듯 싶더니 해가 비치기 시작했다. 일출이었다. 창문을 열고 멀리 시선을 두자마자 때마침 일출이 시작된 것이다. 일 분쯤 걸렸을까? 아주 짧은 시간에 해는 불쑥 솟아올랐다. 


신기했다.

일출이 보고 싶어서 기다릴 때나, 일몰이 보고 싶어 해가 산 너머로 넘어가기를 작정하고 바라볼 때는 도무지 시간도 안 가고 해는 바라는 것처럼 빨리 움직여주지도 않는다. 오히려 아무 기대 없이 바라볼 때 일은 벌어지는 듯하다. 마침 내가 창문을 열었을 때의 시간이, 해가 더는 지체할 수 없이 막 산 위로 튀어 오를 때와 맞아떨어지니, 짧은 시간에 아이가 숨어있다가 불쑥 나타나듯 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해는 찬란한 광휘를 드러내었다.

어쩌면 별일 아닌 일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예기치 않은 즐거움이었다. 6시 56분에서 57분이 되기 전에 태양은 그렇게 나에게 일출을 선물해주었다.


 비록 아파트 창밖으로 보이는, 그것도 방충망을 거쳐서 보이는 흐릿한 모습이었지만 두고두고 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특별한 순간을 해와 함께 했다는 느낌 때문에.      


지금 사는 집은 완전한 동향집이어서 오전 아홉 시 경에 햇빛이 가장 강렬하고, 낮이면 해가 잘 들어오지 않는다. 대신,  아침저녁으로 일출과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거실의 동쪽은 일출을, 서쪽은 일몰을 감상할 수 있게 창문이 잘 나 있는 집이다. 곧 떠나게 되지만.


아마도 이 집을 떠나면 거의 매일 일몰의 멋진 풍경을 감상하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다. 일출은 잠을 자다 보면 놓치기 십상인데, 일몰은 자주 볼 수 있었다. 구름이 하늘 사이사이로 펼쳐져 있는 날이면 석양은 더욱 신비하고 아름다웠다. 물론 해 질 녘에 부엌과 서쪽 창이 나있는 방으로 햇빛이 너무 많이 비쳐서 여름에는 덥게 느껴지는 단점도 있었다. 일몰의 풍경은 그 불편함을 상쇄하고도 남는 아름다움을 자주 보여주었다.      


해질녘 풍경 사진 몇 장 아래에 올려본다.      








해는 저 너머의 세상길을 걷다가

이쪽 세상에 몸을 비출 때는

마치 숨바꼭질하듯

불쑥 제 모습을 드러내고

늘 그 자리에 있었던 척 유유히 하늘길 여행을 계속한다.


오늘은 나에게 수줍은  첫 모습을 들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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