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또 카톡이 왔다. 정기 배송되는 신문처럼. 이번엔 교수가 쓴 중앙일보의 칼럼을 인용하며 자신의 말에 권위를 싣고 있다. 포장을 잘하는 잔소리, 현학적인 충고.
공자는 “사람이 먼 생각이 없으면 반드시 근심이 가까이에 자리하게 된다”고 했다며 나에게 비전을 가지라고 한다.
나랑 깊게 대화한 적도, 내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면서 성급하게 결론을 내린 듯하다. 슬프지만 객관적으로 나의 사회적 위치는 바닥권임을 인정은 하겠다.
이모부는 서울대 의대를 나온 현직 병원장이며 자식 한 명은 의사, 또 한 명은 교수다. 누구나 선호하는 고부가가치 직업을 얻어 엘리트 사회에 진입해 부럽긴하다.
그렇더라도 다른 사람의 인생을 쉽게 폄하할 권리는 어디에도 없다고!! 꾸짖는 카톡 메시지에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화답하면서 오늘도 속마음을 잘 숨겼다.
평균의 기준에 미치지 않는다고 비전이 없다고 단정하면 섭섭한 말씀. 한량처럼 하루하루를 허비하며 생각없이 살진 않는다. 미래를 위해 소비를 줄이며 차곡차곡 적금도 하고 ETF 주식 투자도 한다. 곳곳에 씨를 뿌리며 수확의 계절이 오길 고대하고 있다. 도지코인은 -30%인데 씁쓸하네. 피같은 내돈.
비록 공부에 큰 재능은 없어 대기업에 취업하진 못했지만 누굴 탓하지 않고 주어진 조건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으려는 내면의 건강한 양식을 간직하기 위해 매일 노력 중이다.
귀여운 푸들과 내가 편히 누울 수 있는 안락한 집에 매일 감사함을 느끼며, 넷플릭스를 볼 수 있는 23인치 모니터와 웬만한 게임도 돌아가는 조립식 본체에 기쁨을 표하며 가끔 소고기도 사먹을 수 있는 지갑의 두께도 갖추고 있다.
키도 평균 이상이며, 옷을 잘 고르는 센스도 있다. 배가 나오지 않고 말끔한 차림의 청년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남에게 갑질하거나 상처주는 말도 한 적 없는 얌전하고 온순한 양이다.
회사에 잘려 백수 상태에서도, 최근까지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 힘들게 사는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며 국제NGO 단체에 후원했던 너그러운 마음도 가졌다고.
뒷차가 교통사고를 내 두번이나 피해를 당했어도 한의원을 찾아가 나이롱 환자 행색을 하며 합의금 150만원을 뜯어내지 않았다. 보험 사기 청구서 대신 앞으로 운전 조심하라고 당부의 말을 전하는 젠틀함이 나라는 사람이올시다.
돈으로 환산한 생산적인 능력은 최저임금을 살짝 웃돌긴해도, 바르고 정직하게 도리를 지키며 살려고 했다. 이게 나의 비전이다. 인간성을 회복하는 일. 안분지족, 안빈낙도. 현실과 타협한 내가 추구하는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