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앞에 눈 깔은 지 어언 30여 년, 이제는 더 이상 영어를 피할 수 없음을 느끼게 된 것은 올 1월에 간 해외여행에서였다.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해야 할 말을 할 수 없어 가슴을 쳤다. 새벽 1시 공항에서 우리를 픽업하러 와야 했던 호텔 관계자 측이 감감무소식일 때에도, 잔돈이 없다며 NO, NO 거리던 툭툭 기사에게도, 영 서비스가 마뜩잖았던 마사지 업체 직원에게도,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해 꿀 먹은 벙어리가 되기 일쑤였다.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왔다. 그래, 영어 공부를 하자. 영어광풍 속에서도 ‘노영어존’을 굳건하게 지키던 내 앞마당은 이제 영어가 뛰어놀 참이다. 근데 뭐부터 하지? 학원을.. 다녀야 하나? 화상 영어.. 라도..? 하던 참에 내 손에 들어온 책이 ‘울트라러닝’이었다.
이 책의 저자 스콧 영은 MIT 컴퓨터과학 학사과정을 1년 만에 끝냈다고 한다. 3개월마다 1개의 언어를 배웠다고도 한다. 이것은 넓고 얇은 습자지 같은 지식 축적을 추구하는 나 같은 사람들의 귀가 팔랑거릴 정도로 매력적인 문구였다.
먼저 울트라러닝은 “새로운 역할, 새로운 프로젝트, 새로운 직업을 위한 기술들을 빨리 배울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한다. 나의 경우를 대입하면 “영어를 빨리 배울 수 있다면 어떨까?이다. 필연적으로 “어떻게? 가 따라 나온다. 이 책은 그에 대한 해답이다. 작가는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좇으면서 그 일에 필요한 실용적인 기술을 배워 엄청난 성과를 이뤄 낸 자신과 같은 여러 명의 울트라러너들의 공통점을 뽑아 몇 가지 법칙으로 만들었다.
지식과 기술을 얻기 위해 스스로 설계한 고강도 학습 전략
울트라러닝의 정의다. 모두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라고 생각한다. 흥미에 의해서든지 필요에 의해서든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해서(도구적 동기, 본질적 동기) 학습의 대상과 방향, 목표를 세우고, 학습 방법, 과정, 결과 시뮬레이션까지 구성하는 등 일련의 모든 학습을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스스로의 강렬한 열망에 의해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앞으로의 모든 과정에서 강한 추진력을 얻게 할 것이다. 그리고 고강도, 모든 울트라러너들은 주 60시간, 70시간을 불사하고 강도 높게 학습을 수행했다.
자, 드디어 MIT 컴퓨터과학 학사과정을 1년 만에 끝냈던 그 학습 전략을 살펴보자.
첫 번째는 메타 학습이다. 이 기술(주제)을 배우는 일반적인 방법이 무엇이 있는지 조사해 보는 것이다. 이 기술을 왜 배우려 하는지? 무엇을 획득해야 하는지? 어떻게 학습할 것인지? 수행해야 할 학습을 위에서 바라보며 큰 뼈대를 잡는 것이다.
두 번째 법칙은 집중하기다. 현대인들은 매우 바쁘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핸드폰을 확인하느라, ‘엄마, 아빠’를 수시로 불러젖히는 아이들을 돌보느라, 갈궈대는 상사의 전화를 받느라, 그 와중에도 우리는 높은 집중력으로 좋은 성과를 내는 비범인들을 많이 본다. 해야 할 일을 두고 한 시도 지체 않고 집중력을 끌어낼 수 없으면 연습이라도 해야 한다. 작가는 자신이 꾸물거리고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 꾸물대지 않을 첫 단추라고 말한다. 꾸물거리는 순간에 실천할 정신적 습관을 만들라는 것이다. 도움을 주는 장치로는 5분만 해보자며 시작하기, 포모도로 기법(25분 집중, 5분 쉬기)을 사용하기, 30초 집중 훈련 등이 있다.
세 번째 법칙은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직접 하기다. 배우려는 기술을 실제로 사용할 환경과 상황에 가장 가까운 상태에서(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맥락에서) 학습하는 방식이다. 언어를 배우고 싶으면 베니 루이스처럼 여행 첫날부터 외국어로 실제 대화를 시도해 보거나, 글을 잘 쓰고 싶으면 블로그나 글쓰기 플랫폼에 직접 글을 써서 올리거나, 연설을 능숙하게 하고 싶으면 실제로 프레젠테이션을 해 보는 것이다. 즉, 잘하고 싶은 그 일을 행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언어 공부를 하기 위해 앱을 보면서 배우려고 하거나, 작문 책을 사거나, 연설 강좌를 듣는다. 직접 하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불편하고, 지루하고, 좌절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네 번째 법칙, 특화 학습이다. 전체 학습 과정 중에서 유난히 느린 구간이 있다. 그 부분을 따로 떼서 집중적으로 학습하라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영어 공부 중에서 어휘가 가장 큰 문제다. 이 부분을 따로 떼서 낱말 카드를 이용한다던가 낱말 앱을 이용해서 집중 학습을 하면 되는 것이다.
다섯 번째 법칙, 인출이다. 당신이 시험을 앞두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복습하기, 책을 덮고 그 안의 내용을 떠올리려고 애쓰기(자유 회상), 개념도 그리기 이 세 가지 방법으로 공부해야 한다. 여러분은 어떤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 이 방법 중 가장 높은 성적을 받은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정답은 책을 덮은 뒤 내용을 떠올리려고 애썼던 방법이었다. 이처럼 학습 한 내용을 머릿속에서 뽑아내는 고통을 통해 높은 성취를 이루는 것이 다섯 번째 법칙 인출이다.
여섯 번째 법칙은 피드백, 일곱 번째 법칙은 유지다. 더 쉽게 기억을 유지시켜 주는 메커니즘에는 반복하기, 절차화(자동화)하기, 초과학습, 연상 기호 활용하기(그림 하나로 수천 개의 단어 기억하기)가 있다.
여덟 번째 법칙은 직관이다. 직관은 문제를 다루는 수많은 경험들이 조직화된 생성물이자 실제 경기를 통해 나온 정신적 표상들로 거대한 도서관을 세운 것이다. 직관을 기르는 방법으로는 어려운 문제라고 쉽게 포기하지 말고 10분만 더 골몰하기, 다른 사람들이 낸 결과를 따르기보다는 그 결과들을 머릿속에서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치기, 구체적인 사례를 생각하기, 그 주제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함으로써 잘 알지 못하면서도 안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속이는 일이 없게 하기가 있다.
마지막, 아홉 번째는 실험하기다.
나는 올 연말에 있을 4박 5일 해외여행에서 유창하게 영어로 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울트라러닝을 통해 배운 대로 방법을 강구해 보겠다.
SNS를 통해 영어권 친구를 사귈 것이다.
휴대폰 환경을 영어로 바꿀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영어로 생각하고 즉각 말로 내뱉을 것이다.
특별히 약한 어휘를 학습하기 위해 짬짬이 시간을 이용할 것이다.
낱말 카드, 자유 회상 기법등을 통해 끊임없이 인출해 낼 것이다.
반복되는 영어 생활을 통해 배운 것을 기억하고, 축적되는 데이터 등을 통해 직관을 길러나갈 것이다.
그리고 실험할 것이다.
이를 통해 목표했던 수준으로 영어를 마스터(?)하고 나면 나는 자신감을 얻을 것이다. 30여 년간 회피했던 징글징글한 영어를 정면으로 마주 보게 됐을 때, 나의 세계는 그만큼 넓어질 터이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해 주고,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내 안의 가능성들을 인식하게 해 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울트라러닝을 하는 궁극적인 목적이자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