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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씨 May 20. 2024

24. 도파민네이션

2024년 5월20요일

[애나 렘키 지음/ 김두완 옮김/ 흐름출판/ p.315]


생각해 보면 나는 늘 무언가에 중독되어 있었다. 어릴 적에는 TV에, 얼마 전까지는 유튜브에, 지금은 책이라고 하고 싶은데, 강박적으로 과용한다는 의미에서 책은 아닌 것 같다. 새롭고 특별한 무언가가 없는데도 같은 행동을 몇 시간이고 반복하는 것, 진심으로 이제 그만하고 싶은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새벽 4시고 5시고 그것을 붙들고 있는 경험, 급기야는 머리를 치고 눈물을 흘리지만 멈출 수 없는 것, 완벽한 강박적 과용이었다. 그리고 그 끝은 늘 고통이었다. 쾌락을 추구하려 할수록 고통은 커져만 갔다.


나의 중독의 이유는 '혼자'라는 감각이 견딜 수 없어서다. 결국 링 위에 혼자 올라가야 하는, 인간 삶, 그 당위적 명제가 나를 절벽 끝에 서게 만들었다.


'거봐, 아니잖아. (화면 속에)사람들이 이렇게 밝게 웃고 있잖아.'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든지 망막으로 고막으로 사람들이 꽉 들어차 나는 외롭지 않았다.(그렇게 느꼈다.)


누군가 말했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으면, 우리의 시선은 결국 자기 자신을 향하게 되는데,  자기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자신을 직시하는 그 침묵의 시간이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시선을 잡아 끌 다른 무언가를 갈망하게 되는데, 이때 그것이 자극적이면 금상첨화다.


음식, 스마트폰, 쇼핑, 게임, 흡연, 약물, 알코올, 소셜미디어, 카페인, 탄수화물, 도박 등으로 대표되는 중독 대상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 쾌락을 좇지만, 쾌락은 우리에게 충만함으로 채워주는가?

아이러니하게도 쾌락은 우리를 더한 고통 속으로 밀어 넣는다.

이유가 뭘까?


저자는 저울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저울 양쪽에 쾌락과 고통이 있고, 쾌락 쪽에 올라타면 탈수록 자기 조정 메커니즘에 의해서 수평을 이루려고 하는 힘이 강해지고 나아가 쾌락으로 얻은 만큼 반대쪽으로 무게가 실려 고통 쪽으로 더 기울어진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과도한 중독 상태를 유지하면 쾌락-고통 저울은 결국 고통 쪽으로 쾌락 설정값이 바뀌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저 평범한 기분을 느끼려 해도 중독 대상의 도움이 없이는 힘들게 된다는 것이다.


이제 나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될까? 휴대폰에서 고개를 들어 바람에 산들산들 흔들리는 풀꽃, 피처럼 번지는 석양, 구름이 수 놓인 하늘을 보고 감흥을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물리적으로 휴대폰을 멀리 떨어뜨려 놓거나, 시간을 제한하는 등의 자기 구속을 제안하지만  가장 중점적으로는 고통 마주 보기를 권한다. 고통은 조절 항상성 메커니즘을 건드려 쾌락을 이끌어낸다. 우리가 쾌락을 얻은 만큼 고통 쪽으로 저울이 기울어졌듯이 고통을 추구하면 그만큼의 쾌락이 발현된다는 것이다.


뇌의 보상 경로를 재구성하는 데 걸리는 최소한의 시간이 한 달이라고 하니, 30일간 핸드폰을 멀리하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고통을 오롯이 마주하면 된다. 그렇게 2주간의 고통스러운 금단증상을 겪고 나면 3주부터는 서서히 기분이 좋아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찬물 목욕을 시도한 사람의 예를 본다. 찬물 목욕은 도파민 농도를 250%, 혈장의 노르에피네르핀 농도를 530% 증가시킨다. 목욕이 끝난 몇 시간 동안 어느 정도 유지하는데 수백억 대 자산가들이 찬물 목욕하는 이유가 이렇게 증명되는구나 싶다.  


다만 고통이 너무 심하거나 너무 강력한 형태를 띨 경우, 고통에 중독될 위험이 커지므로 주의를 요한다.




쾌락-고통의 저울 위가 텅 비어있기를 바랐다. 모든 번뇌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불가능한 그것을 쫓다 보면 내 우울이 더 깊어질 것 같아 도리질을 친다. 베스트는 적절한 쾌락을 추구함으로써 저울에 균형을 부여하는 것이다. 중독에서 벗어나 짙어진 다크서클을 지우고 분연히 일어서자.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를 받아들이고 잠잠히 견디자. 그러다보면 구절초 한 송이, 눈에 담을 날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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