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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선면 Oct 05. 2023

사랑, 소속, 자기 가치

모두가 결핍되었던 소녀_노멀 피플

Love, sense of belonging and self-worth

이李씨(이하 이): 20대의 청춘은 찬란하고도 아름다워, 인생의 황금기라 말할 수 있을까?


동료선생님도 자녀 둘 다 대학 졸업반이고, 내 아이들도 대학생들이다 보니, 어쩌다 20대로 사는 것에 대해 얘기를 하게 되었지. 


우리 모두... 2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는 같은 마음이더라.


서로의 20대에 대해서 묻지는 않았어도, 청춘의 때는 힘겨웠다는 걸, 그저 침묵 속에 공감했지.


어떤 정신과 의사분이 20대의 과업은 '일과 사랑'이라 했어.

일이란, 사회 속에서 한 성원으로서 가치 있는 존재로 할 수 있는 직업 내지는 일.

사랑은 이성과의 연애를 포함해서 주변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는 것.

돌아보면 그 말이 참 맞는 얘기야.


아! 이제 책이야기로 돌아가자. 

여기 십 대의 후반과 20대의 청춘을 살아내는 두 주인공 코넬 Connell과 매리앤 Maianne이 있어.


매리앤은 고등학교 졸업반, 두뇌가 명석한 학생이지만, 사랑, 소속감, 가치감의 결핍에 허덕이는 소녀야.


사랑을 주어 마땅하다 기대되는 가족들에게 냉대와 학대를 받았어.

가족에게서 조차 수용되지 못한 소녀는 또래와 학교에서도 배제되는 아웃사이더였고.

그러니, 어느 날 코넬에게 느닷없이 자신의 호감을 표현하고서, 코넬이 자신에게 다가올 때 텅 빈 자아의 공간을 그에게 내어주지.


코넬은 매리앤과 같은 학교, 졸업반. 좋은 성적, 뛰어난 운동 능력을 친구들에게 관심과 인정을 받는 인기남이지. 코넬은 미혼모 엄마와 둘이 살고, 코넬의 엄마는 메리앤의 집에서 가정부 일을 해.

매리앤의 고백에 마음이 흔들리고, 코넬과 매리앤은 연예를 시작하긴 하지만, 둘의 연예는 비밀스러워.


학교에서 고집스럽고 거만하다는 평판 때문에 늘 아웃사이더였던 매리앤과의 연예를, 코넬은 아무에게도 공개하고 싶지 않았던 거야. 친구들의 평가, 자신의 평판에 혹시 누가 되지 않을까 두려웠던 거였지.

그의 자아는 주변의 시선과 평가를 의식하며 살아서 공간을 팽팽히 메우고 있어서, 메리앤에게 넉넉히 내어줄 공간은 따로 없었던 거야.


고등학교 졸업반이던 두 사람의 사랑의 시작부터, 대학교 생활을 하는 몇 년 동안 두 사람이 사랑하고, 오해하고, 이별했다가 다시 만나고, 다른 사람들과 교제하다가 헤어졌다가 다시 만났다가, 또 헤어졌다가, 친구로 만나다가 오해해서 서로 떠났다가 다시 만나고... 를 거듭하지.


솔직히 말해서, 책을 읽는 게 너무 힘이 들었어. 몇 번이나 책을 읽다가 중간에 멈췄고, 이 두 사람의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 없음과 흔들림, 거짓된 무관심, 혹은 진실한 관심, 사소한 말다툼으로 생긴 감정의 깊은 상처, 친구의 자살과 상실, 허무함,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의심, 그립고 사랑하면서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중간에 부서져버리는 마음, 기타 등등 청춘의 온갖 아픔을 양동이로 쏟아부은 듯한 불안의 감정에 괴로웠거든.


한동안 잊고 살았던 20대의 감정의 회오리들이 함께 몰려와서, 나의 날을 되돌아보니, 휴.... 정말 돌아가고 싶지 않아 지더라.


기록적인 판매부수와 소설에 대한 세계적인 반향을 보면, 이건 전 지구적인 청춘들의 자화상 아닌가 싶어.

일에도 사랑에도 자신이 없고, 어느 하나로 확정되기 전, 흔들리고 흔들리고 또 흔들리는 영혼들이 이 두 사람의 이야기에 매료되었으리라.


점선면(이하 점): 드라마는 어땠어?


: 두 주인공의 고향 슬라이고 Sligo와 대학시절 배경이 되는 더블린 Dublin과 트리니티 대학교 Trinity University 등 아일랜드의 풍광이 좋았어. 흐리고, 습하고 어둑한 배경이 주를 이루다가 두 사람과 친구들이 여름방학중에 만나는 이탈리아의 쨍한 햇빛이 얼마나 선명하고 눈부시게 반짝이는지!


소설에서는 치열이 고르지 못하고 외모가 그다지 예쁘지 않은 것처럼 묘사된 매리앤이 영상 속에서는 너무 아름답다는 게 함정이자 매력이고, 그 외는 두 주인공과 다른 등장인물들이 상상했던 것들과 맞아떨어지는, 즐거운 경험을 했지.


그리고! 책에서는 글자로만 존재하던 대화를, 살아 움직이는 인물들이 소리로 주고받으니, 아이리쉬 악센트가 담긴 영어에서 독특한 멋이 느껴졌어! 두 주인공이 대화하면서 생기는 대화의 여백과 악센트로 소설로는 느낄 수 없는 언어의 질감이랄까? 이런 게 표현되니까 좋더라고.


: 어때, 20대에 접어든 이 씨의 자녀나 청년들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어?

: 스스로 관심을 가지고 찾아 읽는다면 모를까, 꼭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지는 않네.


코넬과 매리앤, 둘 다 아일랜드의 최고 명문대에 입학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조건의 장학금도 받고, 사회적 가도에서는 잘 나가는 인물이 되었지만, 둘 모두에게 방황과 불안이 너무 커.


소설의 마지막에는 두 사람이, 코넬이 뉴욕으로 유학 가는 문제로 잔잔한 대화를 나누거든. 코넬이 원했던 좋은 기회이지만, 다시 매리앤과 헤어져야 한다는 걸 알기에 코넬은 마냥 기뻐하지만은 못해. 매리앤은

이렇게 혼란스러운 감정 속에 있는 코넬에게 위로를 건네고 자신에 대한 고백을 해.

이제까지 자신이 싸워왔던 것은 무가치함 unworthiness였다고. 하지만 지금은 괜찮다고. 그러니 너는 가도 된다고.


코넬과 매리앤이 저런 대화를 나누기까지 얼마나 오랫동안 자기 자신에 대한 회의와 의심, 상대방에 대한 불안과 회의로 고통스럽게 지내왔는지 그 지난한 시간들을 알기에, 독자로서 마음이 부서지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은 기쁘기도 하고, 또 미래는 불확실하기에 걱정스럽기도 한 여러 감정으로 책장을 덮었어.


20대의 '일과 사랑'이라는 미션은 불안과 회의, 자기 의심을 동반하게 마련이니, 청년들은 이미 자신들의 문제만으로도 힘겨울 수 있는데, 이 책을 굳이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이네.


: 그건 이 씨가 이미 그 과정을 지나온 세대라 그런 건 아닌가? 처음 동료선생님과 나눴던 얘기처럼.


두 주인공의 성장기에서 현재 젊은 영혼들은 위로받고, 감동받고, 자기 인생과 공명하는 지점이 있었기에, 소설도 영화도 사랑받았겠지.


: 그러게.


제목을 보자.

보통사람.

보통으로 사는 게 쉬운 줄 알았는데, 보통으로 살기가 쉽지 않다고 하지.

그러고 보면 보통이라는 게 뭔가?


자기 자신에게 혹독하지 않으며, 사랑하는 대상에게 진실하게 다가가고, 건강하게 관계를 맺어 함께 있으면 행복하고, 어려움 중에도 서로에 대해서 신뢰를 지키는, 이런 것이 보통이라면 이 둘은 비보통 abnormal 한 상태에서 보통을 향해 성장해 온 것인가?


아니면, 코넬과 매리앤처럼 사랑하고 상처받고, 흔들리고, 의심하고, 그러면서도 조금씩이라도 성장해 가는 게 보통인 것인가? 둘은 보통의 연예를 한 건가?


작가가 가진 의도가 무엇인지, 다른 자료를 찾아보지 않아 나도 모르니,

오늘은 이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칠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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