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일찍 일어나는 편이라 브런치스토리에 들어가 보니, 오전 5시 인기글 첫 글로 '7세 고시를 아시나요?'를 제목으로 한 글이 있었습니다.
제목에 끌려 읽기 시작했고, 점차 마음은 무거워지고, 먹먹해졌습니다. 글을 쓴 '달꿀맘' 작가님은 '과도한 선행은 독이 든 성배와 같다'고 하셨는데, 저 역시 깊은 공감을 하였습니다.(글 잘 읽었습니다만, 너무 이른 시간이라 라이킷을 못 눌렀어요. 여기서 밝힘을 양해해 주세요.)
저의 생활근거지나 근무지가 학구열이 높은 곳은 아니라서, 초중고등학생들의 보습학원이나 선행정도는 들어봤어도 7세 아이들의 레벨테스트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레벨테스트 정도가 아니라 레벨테스트를 준비하는 과정부터가 선행이라는 경주의 시작이더군요.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은 너무나도 다양하기 때문에, 나의 생각이 옳다고는 주장할 수는 없지만, '7세고시_레테'에는 분명 기대보다는 우려되는 부분이 크다는 생각입니다.
10여 년 전, 어느 교사 연수의 강사로 나선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는 꽤 오랫동안 고3 담임을 했습니다.
지난 일이기는 하지만, 그때 저는 아이들을 만난 첫날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희들은 지금부터 인간이 아니다.
너희들은 대학입학시험을 볼 때까지 공부하는 기계다-'
으아...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그 발언 뒤에 덧붙인 그 분의 강연내용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저 그 서두의 말만 이렇게 오래 기억하고 있습니다. 허허.
그 분 말씀대로 고3이 되어서 기계처럼 대학입학시험까지 준비를 하는 것은, 지금 현실에 비하면 오히려 양호? 하다는 생각이 될 정도네요.
대학?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큰 목적이겠지요.
지난 11월 수능시험 이후 학부모가 자기 딸의 부정행위를 적발한 시험감독관에게
'내 딸의 인생을 망가뜨렸으니, 당신 인생도 망가뜨리겠다'는 말을 한 것을 보면, 정말 수능에 인생을 올인하는 분들이 있다는 걸 크게 배웁니다.
다른 길은 없는 걸까요? 무엇을 위해서 소위 '좋은 대학, 명문 대학'을 고집하는 건지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직업과 활동 중에서 반. 드. 시 대학교육과정이 필요한 일들이 있습니다만, 그렇지 않은 일들도 있습니다. 대학교육과정을 통과한 모든 젊은이들이 대학에서 배운 전공과 연관된 일들만을 하면서 살지도 않습니다. 대학이 직업과 경력을 담보해 주는 역할은 점점 약해지고 있습니다.
대학이 인생의 최종목표라고 생각하고 질주 끝에 도달해 보니, 그것은 그저 또 하나의 과정일 뿐, 여전히 앞을 헤아리기 어렵고, 자기 자신을 제대로 몰라서 헤맨 이들의 현실적 고백들도 여기저기서 주워 들었습니다.
꿈에 대해 말해볼까요?
시간이 지난 거라, 정확한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ebs교육 다큐였을 겁니다. 부모님에게 인터뷰를 했습니다.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시나요?'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그렇다'라고 답했죠.
아이들에게 제작진은 모종의 연기를 부탁했습니다.
제작진 앞에서 '미래의 희망, 꿈에 대해서 부모님과 대화할 때 이런이런 일을 하고 싶다'라고 답해달라고요.
제작진에게 아이의 꿈을 응원한다던 부모님들이 아이들과 대화하면서 몹시 불편해집니다.
아이들이 '저는 00이 되고 싶어요.'라는 문장 00에 부모님들의 기대와는 다른 직군의 직업들을 넣어서 답했던 것이죠. 부모님들의 표정이 어두워지면서, 아이들에게 따져 묻거나, 부정하는 말들을 합니다.
휴, 이야기가 의식의 흐름대로 가고 있어서 중간 정리해 보겠습니다.
7세 아이에게 대학입학이라는 최종목적, 혹은 그 너머의 직종으로 진입하기 위한 그 길이 얼마나 와닿겠습니까? 그러니까 아주 가깝게 현실적인 만족감을 주는 방법은 다른 아이들과 경쟁해서 앞서가는 것일 겁니다. 이건 부모님도 마찬가지 실 거예요. 경주의 스릴 같은 것일 겁니다. 하지만, 함정은 모두가 경주와 경쟁을 즐기는 성정으로 태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앞서 언급한 '달꿀맘' 작가님 글에도 아이들이 서로 '너는 얼마나 선행했냐?"며 서로 경쟁하는 일이 있다는데, 그런 경쟁과 비교의식이 아이들의 정신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나 싶습니다. 사교육기관에서야 체감되는 효과를 제시해 주려면 이런 등급나누기, 선행학년 설정이 필요할 수밖에 없겠고요.
7세 아이들에게는 어쩌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인데, 그걸 납득시키려는 고난도의 일을 해내시겠다는 다짐으로 아이들을 채근하는 부모님들의 열의가 놀라울 뿐입니다. 준비되지 않는 아이를 레테와 조기교육 선행교육으로 내달리게 하는 게, 아이들을 '공부하는 기계'로 만들겠다는 욕심이라고 하면, 제가 그런 부모님들께 무지 욕을 먹겠죠? 욕 먹을 다짐하고 씁니다.. 하하.
7세 고시 레벨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떨어졌다는 표현이 맞나요?) 아이들은 그 결과에 대한 감정적인 피드백을 어디서 학습하겠습니까?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사랑받아도 족한 아이들인데, 부모님께 실망감을 주었다는 그 느낌. 이것만큼 독약처럼 아이들을 시들게 하는 게 있을까요?
혹시, 좌절의 선행학습을 기대하시는건 아니겠지요?
쇼펜하우어가 이런 말을 남겼다지요.
'좌절을 경험한 사람은 자신만의 역사를 갖게 된다.
그리고 인생을 통찰할 수 있는 지혜를 얻는 길로 들어선다.
강을 거슬러 헤엄치는 사람만이 물결의 세기를 알 수 있다.'
아무리 그래도, 7세의 좌절은.... 너무 이른 것 같습니다.본인이 선택한 도전도 아닐텐데요. 작은 아이가 견뎌야하는 부모의 기대감.실망감을 어찌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