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9일 금요일
1, 2학년이 종업식을 하고 하교한 뒤, 졸업식을 위해 3학년 학생들과 선생님들, 학부모님들이 강당을 메우기 시작했다.
교사석에 앉아서, 졸업식 시작을 기다리며 지난 시간들을 생각했다.
처음 중3담임을 했던 2015년, 이듬해 2016년. 근무했던 학교는 강당이 작아서 상장수여식만 각 학급으로 방송으로 송출하고, 나머지 졸업식은 반에서 담임들의 재량껏 진행되었다.
마지막 시간을 어떻게 하면 잘 진행할 수 있을까 몰두하고, MC역할을 하느라_그리고 이런 진행을 무척 즐기는 편이라_ 프로다운 진행 솜씨와 이벤트로 깔끔한 마무리했다는 성취감이 더 컸다.
집에 돌아와서는 어깨에 놓였던 책임감이 벗어진 홀가분함에 어깨춤을 추기도 했다.
몇 년의 부장생활을 지나고 다시 맡은 중3담임을 맡은 2020, 2021년.
학교는 코로나로 멈췄고,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알지 못하고 잠시잠깐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다가,
졸업장과 앨범을 학교 현관로비에서 나눠주는 걸로 졸업식을 대신했다.
일 년 동안 같은 반이었다고 해도, 졸업식날에도 우리는 멀었고, 타인과 같았다.
2023년의 졸업생들은 나와 함께한 시간이 없는 학년이라, 별다른 감흥이 없이 교사석에 앉아 있었다.
그. 런. 데.
졸업동영상이 시작되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보낸 추억이 장면들이 하나하나 지나고, 선생님들의 축하인사가 이어지는 동안, 눈가가 뜨거워지고 있었다.
왜, 내가 왜 이러는가?
미처 손수건도 휴지도 준비하지 않아,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는 어느 사이, 친절한 누군가가 전해준 휴지가 전해졌다. 조금 더 맘 놓고 울어도 되겠다.
2학년 학생부회장이 단상에 올라가 송사를 하는데, 이 친구가 목이 메어서 송사를 읽지 못한다.
우리 반 학생이라서 그 마음을 안다.
3학년들과 유독 친해서 형. 형 하면 쫓아다니면 축구하고, 족구 하고, 자치회 활동하면서 몰려다니며 함께 하던 추억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 친구의 눈물에 여기저기서 눈물이 터지고, 눈물은 도미노처럼 번져나간다.
3학년 아이들이 단상에서 한 명씩 졸업장을 받고 내려가면 3학년담임들이 기다렸다가 안아주며 축하 인사를 건넨다.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울고 있다.
멀리, 교사석에 앉아 있는 나도 쉴 새 없이 눈물이 흐른다.
2023년 2학년 담임이었고, 졸업생들은 가르쳐보지도 않은 나의 눈물이 의아한가?
나는, 1년 후의 시간 속에 있다.
2023년 12월, 2024년도 업무분장 희망서를 제출했다.
어느 해나 고민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이번은 결정이 빨랐다.
올해까지 여러 해 3학년부장을 하시던 선생님이 만기로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시기 때문에 3학년 부장이 공석이 되었기 때문이다.
2학년 부장이던 선생님이 3학년 부장을 하시겠다면, 깨끗이 마음을 접고 다른 일을 찾았겠지만, 그분은 3학년 부장으로 아이들과 함께 올라갈 마음이 없으셨다.
이유가 있다.
학급수도 작고, 인원도 적지만, 2023년 2학년은 학교폭력사안으로 오랫동안 통증을 겪었고, 학생들은 관계의 어려움, 고립된 학생들로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이런 이유로 소위 말하는 '기피학년'이 되고 말았다.
부장님의 학급에서 특히 어려움이 컸기에 그 마음이 너무도 이해가 되는 상황이었다.
이 어려움이 나에겐 일종의 도전이 되었다.
약체인 데다가, 어려움도 많은 이 아이들을 일 년 동안 보아온 내가, 중학교 3학년 일 년을 곁에 있고, 무사히 잘 졸업시키고 싶은 일종의 사명감이 발동했다.
그래서 2024년 3학년 부장을 신청했던 터였다.
부장을 하면서 담임을 떠난 몇 년, 그리고 코로나로 잃어버린 2년. 그러다가 2023년 올해 학급에서 다시 만난 아이들은, 이전과는 다른 마음을 나에게 선물했다. 종업식 때 아이들이 이별을 아쉬워해도, 나는 다시 만날 것을 알기에, 가벼운 인사로 답했다.
졸업식장에서 지난 일 년의 추억과, 앞으로 일 년의 시간을 지나고 이 친구들을 보낸다는 감정의 물결이 덮치자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흘렀다.
일 년 후, 이 자리에서 마주해야 할 시간을 생각하며,,, (그리고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울고 있다... )
내 교직경력에서 온전히 2학년과 3학년을 이어서 2년을 같이 생활하고 졸업시키는 첫 도전이며,
코로나로 잃었던 학교생활의 온전한 부활의 첫해이기에,
이런저런 인생사의 희로애락으로 나도 조금은 성장하였기에,
그날의 졸업식장의 모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날, 졸업식장에 앉아 2024의 한 해가 아이들과 더 아름답기를, 더 헌신할 수 있기를, 아이들을 더 사랑해 줄 수 있기를
기도하고 기도했다.
졸업식장에서 눈물을 쏟아 울다가 교무실로 돌아오니, 동료선생님들이 농담반, 인사반으로 왜 그렇게 많이 우냐고 한다. 일 년 후에 울 거 먼저 당겨서 울었다니까, 별일도 다 있다며, 그러다 졸업식 때는 어떻게 할 거냐며 장난 어린 핀잔을 준다. 그러게요... 오늘 보다 더 울지, 아니면 앓던 이 빠지는 기분에 방긋방긋 웃음이 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우리에게 이별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기에 함께 있는 동안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가자고 할 것이다.
마음을 쏟아 사랑하고, 애쓰고, 돌보며, 함께 성장하고,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들며 일 년을 잘 살아가자고.
학교의 일년살이 만이겠는가.
오늘, 우리는 2023년과 안녕을 고한다.
다가오는 2024년과도 이별이 예정되어 있음을 안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 생의 삶과도 영원한 이별을 할 것이다.
산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것인가?
이 좋은 선물을 주신 분에게 감사하며, 이별의 마디마디에서 지난 삶이 충만했다고 고백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