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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선면 Mar 30. 2023

머릿속의 비밀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2022. 3. 28. (월)

오늘 저녁 독서모임을 했다. 2014년 교사연수에서 만난 분들과 지금까지 한 달에 한 권 원서 읽기로 만나고 있다. 이번 달 책은 영국 신경과 의사 올리버 색스의 책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어머니가 쓰러지시기 전부터 읽기 시작한 게 더디게 가다가 아침에 읽기를 마쳤다. 뇌기능에 이상이 생긴 환자들의 사례와 그들을 관찰하고 진료하면서 저자가 생각하고 느낀 점들을 차가운 의료기록이 아니라 따뜻한 인간미를 담은 글로 기록했다.


어머니의 뇌조형술 검사가 끝나고 의사가 어머니의 뇌혈관 사진을 보여줬었다. 이쪽은 언어, 이쪽은 운동, 이쪽은 기억, 이쪽은 감정, 이쪽은...... 어머니의 혈관은 여기에서 막혀있고, 여기의 세포들이 손상되면서 기능의 장애가 나타난다고 말해줬었다.


책에는 뇌경색이 아닌 사례들이 나온다. 어떤 이는 술 때문에, 어떤 이는 매독 때문에, 어떤 이는 뇌의 종양 때문에, 고령자라서, 사고로, 열병 때문에, 또 어떤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이유도 모르고 뇌가 손상을 입고, 몸은 자기 기능을 멈추거나 이상 기능을 시작했다.


자기 몸과 감정이 통제력을 잃거나, 기억, 언어,  인지, 감각의 지각의 오류가 눈에 보이지 않는 뇌에서 일어나는 오작동으로 인한 것이었다.


뇌란, 신비로우며 경이로운 몸의 기관이다. 어떻게 주름투성이 반원형 분홍색 기관이 모든 신경세포와 연결되어 신경계를 관장하고 있는 걸까?

과학자와 의학자들의 호기심과 연구 덕분에 지금 정도만큼이나마 뇌의 기능이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 남아있다.


책을 읽어가는 동안, 당연하게 생각되던 것들이 당연하기보다는 경이로운 활동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자기 몸이 자기의 일부라고 지각하는 감각 (제육감)을 잃은 사례도 나온다. 마비상태와는 다른 이유로 안고 서고, 사지를 움직이는 가장 기본적인 행동조차 불가능해진다.


아기가 버둥거리고 몸을 뒤집고 세우는 일도 그 조그만 뇌의 명령이었고, 무수한 신경세포가 협력한 위대한 움직임이었던 거다. 기적이 일상이 될 때, 더 이상 그것을 기적이라 부르지 않는다. 우리의 일상 속에 뇌가 명령하고, 우리 몸이 반응하는 일은 기적 중에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니나' 첫 문장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나름으로 불행하다(Happy Families are all alike; every unhappy family is unhappy in its own way.)-을 바꾸어 생각해 본다.


'건강하다는 지표는 비슷하고, 질병으로 인한 고통은 제각각 나름의 이유대로 아프다.


일상에 불편함이 없이 살아가는 표준적인 건강함이 우리 몸을 이루는 수많은 요소들이 제각각의 기능들을 조화롭게 수행하는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단계는 경이로운 완벽함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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