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를 써라

돈의 흔적을 정리하다 보면 흐름이 보인다

by 점선면

가계부를 쓰라고 했지만, 저는 지금 쓰지 않습니다. 이 말에 '자기도 안 하면서 시키는 소리를?'하고 황당하실 수도 있습니다. 변명을 하자면, 가계부를 썼었습니다.


결혼하고, 두 아이가 태어나고, 주택 구입 준비를 하고, 어린이 집에 보내는 동안 돈은 참 허망하게 빛의 속도로 들고 났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아 보려고, 아이들이 어린이집 다닐 때쯤 경제신문을 이 년간 구독하기도 했습니다. 신문을 본다고 '투자감각' 같은 게 살아나지는 않더라고요. 체질 탓을 하면서 신문을 끊었습니다.


아이들이 크고, 초등고학년쯤 되자, 들고 나는 돈에 대한 일관성이 보였습니다. 남편이나 저나 소비생활은 담백하고 단순한 편이었습니다. 둘 다 시골에서 태어나 자라며 아끼는 게 몸에 배어있습니다. 재물욕도 적어서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투자를 하지 않았습니다. 사교육도 많이 시키지 않아서 지출하는 항목에 큰 부침이 없었습니다.


결혼 10년 차 가계부 쓰기를 멈췄습니다. 재정상황이 가계부를 쓰는 것과 안 쓰는 것에 별 차이가 없을 거라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숫자와 친하지 않아서 그런 건지, 안 쓰니 후련했습니다.


가계부는 수입의 기록보다는 지출을 관리하기 위해서 필요합니다.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들은 일정기간 가계부를 쓰면서 자신의 지출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항목의 소비를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자산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돈을 모아야 하는데, 가장 단순하고도 직접적인 방법은 수입을 늘리거나 지출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어느 편이 더 실제적인지는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소비의 항목들 중에서 줄일 수 있는 것들을 찾아봅니다. 습관적으로 사 먹는 간식이나 음료, 수입에 비해서 과하게 보이는 의복비, 매식이나 배달음식으로 소비된 식사비 등. 여기서 당장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만, 소비는 기회비용이니까 선택으로 얻는 것과 잃는 것을 자신의 가치관으로 저울질해보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선택하고, 그 결과는 선택한 사람의 몫이죠.


수입을 늘려야 하는 게 답이라면, 돈을 벌기 위해 움직여야겠죠. 아르바이트 구직을 하거나, 요즘 말로 N잡러가 되는 것입니다. 노동의 세계를 경험하면, 소비하는 돈의 가치를 다르게 체감하게 됩니다. 내가 쓰는 만원과 내가 버는 만원 차이의 간극을. 그래서 함부로 지출하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 생깁니다.


적은 돈이라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많은 돈을 벌어도 관리가 잘 되지 않으면 삶이 어느 순간 삐걱거린다. 수입, 욕구, 미래를 생각하며, 지출항목들을 관찰하고 파악해 보라. 저축의 목표를 정하고, 나머지 금액에서 지출하는 연습을 해보자. 그때 스스로에게 지출의 우선순위를 물어라. 꼭 필요한가? 얼마나 만족감을 줄 수 있는가? 지출의 대가로 충분한가?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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