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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선면 Jun 27. 2023

너를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이 소설은 몇 번이라도!_ 연을 쫓는 아이

THE KITE RUNNER(RIVERHEAD BOOKS)/ 영화 연을 쫓는 아이_출처 DAUM 영화

이李씨(이하 이): 소설을 읽다가 '아름답다'라고 느끼는 일, 흔할까?


점선면(이하 점): 흔히 재미있다, 감동적이다, 흥미롭다 정도는 있어도. 글쎄 소설이 아름다운 건, 흔하지 않을 것 같군.


: 그 흔치 않은 경험을 나에게 선물해 준 책, 'The Kite Runner'를 소개할게.


먼저는 한국어 번역본으로 읽었고, 그 후 영어 원서로 두 번을 더 읽었네.


처음에는 그저 스토리의 흐름에 빨려 들어서 읽었지만, 두 번째는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가는가? 놀라운 마음으로, 세 번째는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음미하는 마음으로 읽었어. 언제고 다시 또 읽어 싶어 질 것도 같아.


: 영화로도 나왔다니, 찾아봤어?


: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는 못 보고 유투버가 리뷰해 주는 영상을 봤는데, 몇 가지 점이 아쉽긴 하더라고.


: 원작소설의 감동이 크다 보니, 아무리 잘 만들어도 이 씨를 만족시키기는 어렵겠는데.


: 짧은 요약영상이라도, 정성 들여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어. 20분이 채 안 되는 영상이라 내가 영화의 소중한 부분을 놓친 건지도 모르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영화는 한번 보면 될 것 같고, 소설은 다시 또 읽고 싶어질 것 같은 느낌.


혹시 영화만 보셨던 분들이라면 꼭 책을 읽어보셔야 합니다.


: 아쉬웠던 점이?

: 첫째, 아쉽다기보다는 낯섦이랄까? 저자는 아프가니스탄 출신이지만, 미국국적을 가지고 미국에서 사는 이라, 책은 영어로 써졌거든. 그래서 모든 대화가 영어였는데, 영화에서는 파슈토어로 등장인물들이 대화를 해서, 첫 장면에 어! 하고 놀랐지.


: 그렇네. 이민진 작가님 원작 '파친코' 영화에, 주인공들이 영어를 쓰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일 테니까.


: 캐스팅을 위해서 제작진이 동네 놀이터까지 뒤졌다는 뒷이야기를 읽어서, 영화를 제작한 정성이 어땠는지는 가늠이 되지만 결정적인 아쉬움은 캐스팅이었어.


이건 소설을 읽은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것인데, 소설에서 주인공 아미르 Amir와 그의 아버지 바바 Baba, 그 가족의 집사인 알리 Ali, 그의 아들 핫산 Hassan의 관계, 더 나아가서는 아프가니스탄에 존재하는 인종적인 차별과 편견을 보여주는 전제가 사라져 버렸어.


주류 그룹인 파슈툰, 그에 비해서 열세에 있는 하자라족. 아미르 부자와 핫산 부자가 그 구도거든.


글을 읽다가 작가의 묘사로도 상상은 갔지만, 실제를 확인하고 싶어서 하자라족의 이미지를 검색해 봤어. 그들은 몽골, 혹은 중국인과 비슷하게 묘사가 되는데, 이는 중동인의 외모와는 시각적으로 차이가 나지.


하자라인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부족 갈등으로 인해서 고통을 받아왔어. 이슬람교이지만 시아파, 수니파의 차이 때문에도 차별받았고.


: 네가 이미지로 봤던 하자라인 핫산과 알리를 기대했다가 실망을 했다는 말이지?


: 그렇지. 그리고, 작가가 아이러니의 달인? 이라고나 할까. 곳곳에 아이러니 요소를 담아놨는데, 그중에 하나가 소년기 핫산의 헤어립(hare-lipped/언청이)이 수술을 받아 정상적인 입술이 되기 전과 후를 대립적으로 서술하는 거야.


수술을 하기 전, 핫산은 웃지 않아도 웃는 입술처럼 보였는데, 수술 후 그에게 닥친 비극적인 사건 이후로 웃음을 잃어버리게 되거든. 그런데, 영화에서는 핫산의 언청이 입술은 생략돼 있었거든.


: 그 사건은 아미르에게도 영향을 끼치게 되는 건가?


: 깊은 죄의식을 심어놓지. 그리고 해결되지 않은 죄의식은 핫산을 대할 때마다 뒤틀린 행동으로 나타나고, 그토록 서로를 아꼈던 두 사람을 서로 등지게 만들어.


소설은, 전반부가 아미르의 아프가니스탄에서 보낸 어린 시절이라면, 후반부는 소련의 침공으로 아버지와 함께 고국을 떠나 미국에 정착한 아미르가 성장하고, 성인이 된 아미르가 소년시절부터 자신을 괴롭혀오던 죄의식과 수치심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탈레반에 의해서 무너져가는 자신의 고국으로 돌아가 겪는 일련의 사건들이야.


: 청소년 소설이 아니라, 소년기부터 성인까지 아우르는 진짜 '성장소설'인 거네.


: 그렇지. 소년에서 어른이 되는 것. 해맑던 아미르가 죄의식, 수치심의 터널을 통과하고 용서와 구원의 길로 나아가는 여정이라고 할까.


: 긴 이야기, 많은 사건들, 등장인물들을 소개해 달라고 하기에는 무리겠군. 그래도 빼놓지 않고 소개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 좋은 어른 한 명. Baba의 친구인 라힘 칸 Rahim khan은 이런 어린 소년의 고뇌를 알아챘어. 하지만, 아미르가 자신의 힘으로 어린 날의 수치를 떨쳐낼 수 있을 기회를 갖게 해 주지. 섬세한 감성의 아미르가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격려해 줬고.


: 빌런은 없어?


: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믿었던 아버지 Baba가 알고 보니 최대의 빌런일 수도 있겠고. 아미르에게 확실하게 충격적인 펀치를 한 방 크게 날리거든, 그것도 사후에.


아미르와 핫산의 어린 시절, 둘에 대적되는 빌런으로 아세프 Assef가 등장하는데, 결국 성인이 된 아미르와 아세프가 직면하여 격전을 벌이지.


또, 시대가 빌런일 수도.  아프가니스탄의 내정이 불안해지고, 소련이 침공하고, 소련을 몰아낸 탈레반을 손들고 환영했더니, 탈레반의 통치 아래서 삶이 피폐해지고.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온 아미르가 마주해야 했던 고국의 참상, 미국으로 이주해 살아왔던 그를 향한 현지인들의 못마땅한 시선. 종족에 대한  혐오. 고통스러운 시간이 한 어린 소년에게 남긴 깊은 영혼의 상처. 아미르가 도망치고 싶어도 붙들려 지켜봐야 했던 아픔들이야.


: 아버지가 빌런이라는 말은 충격적인데!

그래도, 이 씨의 말을 들으니 안심은 되네. 터널에 끝이 있는 것 같으니.


: 고통스럽더라도 아미르는 한 걸음씩 나가지. 그리고 제목에 있는 '너를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로 소설의 마지막을 장식해. 한 때는 핫산이 아미르에게 해 주었던 말인데, 이제 아미르는 그 말을 되돌려 주고 있는 거야.


: 잠깐, 핫산에게?


: 아니, 여기까지 떠벌였지만, 그만할게. 누구인지는 비공개로.


: 으... 등장인물들이 온통 다 남자들이야, 로맨스가 있는지만 공개해 주라.


: 아름다운 로맨스까지 품은 소설이야.

첫 만남에 심쿵하고, 가슴 졸이며 그리워하고, 서먹하게 인사하며 다가서고, 끝내 용기를 내어 고백하고, 사람들이 수군대는 과거를 용서하며 품어주는 멋진 사랑의 서사가 들어 있어.


첫 장부터 마지막장까지 허투루 지나는 곳이 없는 정말 아름다운 소설!


이 소설이 내 마음에 아프가니스탄이라는 이름을 심어 놨어. 방송에서 아프가니스탄의 이야기가 나오면 이 소설이 떠올라. 소설 속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과 아미르가 지나 온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 페샤와르의 이야기도 함께.


그러니, 잘 쓰인 문학작품은 역사문화적인 외교관이라고 할 만해.


이 기회를 빌어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를 문학이라는 틀에 담아 외국의 독자들에 전한 작가님들에게 감사와 박수드립니다!


: 네~ 저도 이 씨의 감사에 동참합니다.

더불어 아프가니스탄에 평화가 임하기를 기원하며 이만 맺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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