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된 딸 그리고 청소

by 수환

"품 안의 자식이 자식이다. 떠나니 나만 남는다.

그래서 혼자인 너만 잘 챙겨라."

인생 선배들은 이렇게 조언을 합니다. 그런 선배들 또한 다른 인생 선배들에게 같은 조언을 들었을 것입니다. 자식에게는 늘 부모는 약해지기에 이러한 조언이 아주 오래전에 생겨 났을 것입니다.



동거 중인 딸이 남자 친구와 집에 왔습니다.

무엇이 그토록 바쁜 지 주중에는 통화하기 어렵고, 문자 답변에 인색합니다.


약속된 저녁 식사 시간을 훌쩍 넘기고 그들은 도착하자마자 배고프다며 나에게 빨리 식사 준비를 해 달라듯 투정 어린 목소리를 합니다.


이미 기다리다 식사를 했던 나는 그들의 저녁식사 준비를 했습니다. 손질하겠다는 고기를 프라이팬에 먹기 좋게 구워진 돼지고기와 콩나물 국 그리고 시금치를 만들어 몇 가지 반찬과 함께 그들 앞에 내주었습니다.


마테오 또한 한국음식을 잘 먹습니다. "마테오하고 지내면 아무래도 서양식 위주로 식사하게 되지 않냐?" 나의 질문에 딸은 식성이 까다롭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딸의 말처럼 마테오는 식성이 좋은 아이입니다

무조건 내가 해 준 음식을 불평 없이 맛있다고 먹습니다. 입맛에 맞지 않으면 불평도 할 법한데 그는 불평하지 않고 있습니다.


마테오는 눈이 참 이쁜 아이입니다. 키보드 치며 노래하는 영상을 딸이 나에게 보여 준 적이 있었습니다, 영상 속 아이를 보며 눈이 참 이쁘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3년마다 남자 친구를 바꾸어 사귀어라. 그래야지 인생이 즐겁다"

나의 조언에도 딸은 무슨 아빠가 그런 말을 하냐며 응대하였습니다. 두 사람은 3년 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딸과 마테오가 직장에서 먹을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였습니다.

실직하고 아침 6시에 일어나는 것은 매주 토요일 독서 모임을 제외하고 처음 있는 나에게 새로운 사건입니다.


"마테오. 유니스"

준비된 아침 식사를 하라며 꾸물꾸물 되는 그들을 깨웠습니다. 늘 마테오는 아침에 커피를 마시는 아이입니다. 커피 머신에 스타벅스의 커피 빈을 갈고 커피를 준비하며 나에게 마실 거냐며 묻는 마테오.


그들이 갔습니다.

식어 버린 커피 한 모금 그리고 스팀 청소기를 들고 거실, 방, 화장실 그리고 세탁실을 청소하고 나자 욕심이 생겨 났습니다.

'그래 벽도 스팀 청소기로 혹시 모를 냄새 곰팡이를 제거하자'라는 생각이 들어 각각의 공간의 벽을 스팀 청소기로 닦아 주었습니다.


강아지 쫑은 청소기 소음이 싫은지 자리를 이동하며 청소기를 피해 다니는 모습을 보니 쫑에게 장난을 걸고 싶어 져 오히려 청소기를 소파 밑이나 식탁 밑에 몸을 숨긴 쫑에게 드려 밀어 봅니다.


강아지 쫑은 이런 나의 행동이 많이 불편할 것입니다. '어쭈구리 시방 나하고 해 보자는 것이여' 아마도 쫑은 이러한 생각을 하며 청소기를 피해 요리조리 숨어 다니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에 필요한 용어를 정리를 해 주었습니다. 그들이 남기고 간 몇 장의 A4용지, 내가 읽고 숙지해야 할 내용들입니다.

기억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금방 보았거나 외웠던 내용도 기억하기 쉽지 않습니다. 배우들의 암기력이 새삼스럽습니다.


나의 거짓말 탐기지 테스트가 궁금했던지 회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통과하지 못했다는 나의 답변에 매니저는 회사 사무실에서 만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IBM에 도착하자 매니저가 나를 맞이해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통과를 하지 못하니 걱정하지 말라"



도착한 정부 NSA 건물 정문 앞, 허리에 건총을 찬 경비원이 무슨 일로 방문했냐며 나의 신원을 요구했습니다. NSA의 Visitor Center의 간단한 접수를 마치고 본관으로 들어 가자 또 다른 검문을 거쳐야 했습니다.

"소지품을 검색대에 올려 주세요"

익숙한 검사대를 통과하고 방문 목적을 알려주자 이미 나를 기다리고 있던 직원을 따라 그의 방으로 안내받았습니다.


작은 방, 천장에는 감시용 카메라가 두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간단한 샘플 테스트를 거친 후 담당자는 나의 손가락, 가슴, 엉덩이, 발바닥 그리고 왼팔뚝에 센서가 작동되는 기계를 착용하였습니다.


각각의 기계는 모니터에 연결되었고 어떤 프로그램을 이용하는지 자세한 설명을 나에게 해 주지는 않았습니다. 영화에서 보았던 경찰서 내 취조실 내부의 분위기가 머릿속에 떠 올랐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나에게 어떠한 이야기라도 좋으니 알려줄 것이 있나요?"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고 거짓말 테스트는 시작되었습니다. 몸이 움직이는 것은 제한되었으니 한 군데 시선을 고정하고 질문자의 질문에 귀를 기울여 답변을 하게 되었습니다.


청소와 정리 정돈을 하고 나자 꽁꽁 숨어있던 쓰레기들이 준비된 박스에 가득 차습니다.

'내가 저런 쓰레기와 함께 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떠 올랐습니다.


비어야지만 채어진다고 하는데 늘 비우기에는 소극적이며 채우기 위해 살아가는 것 아닌지..


강아지 쫑이 옆에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쫑" 하고 불러도 그저 가만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산책?" 이란 단어에 꼬리를 치켜들어 흔들어 보입니다.


궂은 날씨이지만 무료해하는 강아지 쫑 때문에 외출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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