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 2화
주한스위스대사관, 일명 스위스한옥에서 서울 & 바젤 - 도시계획과 문화의 도전에 대한 대화가 열려 다녀왔다. 오늘은 자유로운 대화의 장에서 어떤 대화가 이루어졌는지, 미래의 도시는 어떤 모습인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주제: Seoul & Basel- A Dialogue on Urban Planning and Building Culture Challenges (서울&바젤- 도시계획과 문화의 도전에 대한 대화)
진행자: Chrissie Muhr, Architect, Researcher and Curator, Artistic Director of the first Architecture Week Basel 2022, Basel
패널리스트:
Beat Aeberhard, Head of Urban Planning and Architecture of the Canton of Basel-Stadt, Basel
Simon Hartmann, Co-Founder and Architect HHF, Basel; Professor KIT Karlsruhe, Guest Professor Harvard GSD
Isabel Prinzing, Head of Communication of Swisspeace, Basel Peace Forum, based at Kaserne Basel
Sohyun Park, PhD, Professor Dept. of Architecture and Graduate Program of Urban Design, Urban Form and Conversation Lab, Seoul National University, Seoul
Hae-Won Shin, Founding Architect of Lokaldesign and Senior Lecturer at Monash University. Curator of Future School 2021 The Korean Pavilion of 17th International Architecture Exhibition of La Biennale di Venezia
Eui Young Chun, Architect and Professor of Architecture at Kyonggi University, Curator of Seoul Biennale of Architecture and Urbanism 2023, President of Korean Institute of Architects
쟁쟁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 진행자와 패널과 수준 높은 대화 그리고 자유롭게 오가는 마이크까지. 이러한 대화의 장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회장을 나왔다. 오늘은 토론장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를 정리해보았다.
대화의 문을 열어준 이는 Beat Aeberhard였다.
미래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했는데 그가 주장했던 것은 장기 마스터플랜을 세우자는 것이었다. 서울은 대응하기 어려운 현대화된 환경에도 잘 대응할 줄 안다고 설명하며 바젤과 서울을 비교하며 다양한 대안을 내놓았다. 특히 기후변화도 빼놓지 않고 설명했으며 어떻게 건축이 삶을 아우를 수 있는지를 알려주었다.
도시계획에도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나 이는 융통성 있고 유연한 계획이어야 함을 특히 강조했다. 더 이상 과거의 고정된 계획에 의존하기보다는 사회경제적 변화 및 생태학적 변화에도 적응하는 유연함을 갖출 것을 요구했다. 이와 더불어 모두가 함께 하는 도시를 만들자며 건축가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그 외의 당사자들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고 말한다.
Eui Young Chun 교수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Beat가 주장한 유연한 마스터플랜에 동의하면서도 서울이 하나의 녹지공간으로 선형 연결을 이루기를 원하다고 밝혔다. 서울이 생태학적 도시가 되기를 바라는데 이는 땅이 지하와 지하공간으로 확장되는 것을 뜻한다. 지하 지상 모두가 연결되는 도시가 되면서 땅이 한 층이 아니라 다층적으로 기능할 수 있기를 원했다. 특히 지상의 경우 녹지공간을 중심으로 한강의 동서남북을 연결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진행자인 Chrissie의 질문 능력이 빛나기도 했다. 현재 바젤에서 환경친화적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 질문해줬는데 여기에 대한 Beat의 답변 또한 멋있었다.
Beat는 지금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지경이라며 목표는 확실하지만 경로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건축가들과 도시계획자들이 합심해서 올바른 해결책을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며 학제적인 젊은 세대들이 오히려 더 잘하는 영역이라고도 밝혔다.
Simon은 오히려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에 조금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사회기반시설인 고속도로, 도로 등을 지을 때에는 장기 마스터플랜이 필요하지만 스위스는 더 이상 마스터플랜이 아닌 단기 플랜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Beat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불확실하다며 말한 부분에 대해서 모를 때일수록 당면한 것들을 처리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건축가 Hae-Won Shin은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참여한 경험을 들며 결국 모든 것은 협력(collaboration)이 중요하고 이웃과 연결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그와 동시에 지역화(localization)의 측면도 살펴봤는데 포용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했으며 steer by trying 즉, 시도하면서 방향을 계속 잡아갈 것을 요구했다.
건축가는 아니라고 밝히면서 건축과 평화의 연결고리를 알려준 Isabel은 도시가 국가보다 작은 단위로서 더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 교환의 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화의 첫 번째 흐름은 여기까지였다.
도시계획자로서 건축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대화를 이어가준 Sohyun Park 교수는 올바른 해결책을 찾기 전에 제대로 된 문제제기가 되고 있는가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 부재하고 있다며 어떤 지식이야말로 믿을 만한 지식인지를 우리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국책연구에도 참여한 경험이 있어 더 풍부한 현장 지식을 전해주는 역할을 하셨다.
이에 Simon은 좋은 질문에 대한 확신이 없어도 좋은 것에 대한 인식은 있다며 다양한 공간과 다양한 연결감이 좋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고 말했고 Beat는 그럼에도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하는가를 사람들 간 공유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Eui Young Chun 교수의 의견제시가 흥미로웠는데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로서 짧은 역사를 지니고 있고 경제성장을 이룩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장기 계획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살고 봐야 했던 지난 힘든 시절을 거쳐 빠른 시간에 성장을 이룩했기에 당면한 과제를 처리하는 게 우선순위였다는 설명이다. 지금은 그저 콘셉트 정도에 머무르는 마스터플랜일지라도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준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고 표현했다.
건축가 Hae-Won Shin은 주제를 옮겨 현재 성장 중인 국가에서 과거 다른 국가에서 범한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다른 국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봐줄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그 이후에는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고 바젤 나이트로 이어졌다. 대화와 바젤 나이트를 통해 얻은 깨달음은 생각보다 이런 대화의 장이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도 공청회, 시민참여프로그램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이렇다 할 실질적인 성과는 잘 보이지 않는다. 대화의 장이 앞으로도 더 마련돼 다양한 사람들이 의견을 나누고 서로가 서로를 더 이해하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