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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상에쓰이는 독자 Jun 24. 2024

안경원에서 있었던 일 09

'아'다르고 '어'다르다

띠로리로리

     

 안경을 착용한 5~7세 정도 되어보이는 아이가 밝게 인사하며 뛰어 들어온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아이에게도 밝고 정중하게 인사해주고 뒤이어 따라 들어온 엄마를 바라보았다.     


 “어휴, 애가 절 닮아서 눈이 이렇게 나쁘네요.”     


 어머니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이가 눈이 나쁜 게 꼭 부모님의 탓은 아닙니다. 눈이 아주 좋은 부모님들에게도 눈이 나쁜 자녀가 태어나는 경우가 아주 많아요.”     


 “정말요?”     


 “네, 저도 부모님 두 분 다 환갑이 넘으셨음에도 아직 안경을 안 쓰시는데, 저희 3남매가 전부 안경을 쓴답니다. 관리에는 한계가 있고, 타고난 상태에서 악화가 가속되지 않게, 조금이나마 눈을 덜 피로하게 해서 많이 나빠질 것을 조금 나빠지게끔 도와주는 것 이지 부모의 탓이라곤 할수 없지요.”     


 고객님이 집중해서 들으시는 만큼 천천히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드님은 눈이 많이 나쁘지 않아요.”     


 “그래요? 근데 왜 그때 아이가 메뉴판을 못 읽었을까요?”     


 최근에 같이 외출했다가 입간판에 있는 메뉴를 못 읽고 ‘안보인다’고 했다고 한다. 가까이 있는 글을 못 읽으니까 더욱 걱정이 되셨던 것.     


 “확실히 약간의 원시가 있어서 가까이가 잘 안 보였을 거에요”     


 아이의 안경을 살펴보는데 ‘그래서 안경을 씌워줬더니 이제 또 쓰면안보이고 안쓰면 잘보인데요’라고 덧붙이셨다.     


 “음 그랬군요, 어머님 입장에서 충분히 햇갈리실수 있을텐데, 안경을 쓰면 멀 리가 안보이고 안경을 안쓰면 가까이가 잘 안보이는 것이 원시의 특징입니다.”     


 아이가 매장안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다치지는 않는지 살펴보며 어머니에게 ‘아이가 밖에서 뛰어놀 때 안경을 쓰면 잘 안보인다고 하지요?’라고 했다.     


 “맞아요.” 신통방통해 하는 모습을 보니 마치 무당이 된듯한 기분.     


 상당히 즐겁다.     


 “그게 원시들의 특징이에요.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서 차이가 상당히 나타나는 분들도 있구요. 아이가 뛰어 놀 땐 안경보단 도수 없는 선글라스 정도를 착용해주면 좋고, 앉아서 태블릿이나 휴대폰을 할 때는 안경을 착용해주는 편이 눈에 부담을 덜어줄 수 있어요.”     


 원시의 주의사항을 까ᆞ갈끔하게 정리해서 카톡으로 보내드렸다.     


 “이 정도는 크게 나쁜 게 아니니 6개월 뒤에 한 번 더 검사해보시죠.”     


 “휴, 그럴까요. 저번에 안과를 갔는데 거기 선생님이 ‘이 아이는 그냥 절름발이로 태어났다고 생각해라.’라고 이야기 하셔서 엄청 놀랐거든요.”     


 “…”     


 참... 할말 하안이랄까.. 험한 말이 나오지 않게 호흡을 한번 가다듬고 설명을 이어간다.     


 “그분이 왜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는 바는 아닌데, 너무 과격한 단어를 썼네요.”     


 “솔직히 엄청 놀랐어요, 절름발이라고 하니까...”     


 “누구는 손이 조금 크고, 누구는 작은 것처럼 아이는 약간 원시가 있을 뿐이고, 아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방해가 될 일은 없을 거예요.”     


 라고 이야기 해드리며 또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 드렸고 고객님은 너무 감사하다며, 개운해 하며 돌아가셨다.     


며칠 후,     


 띠로리로리     


 “선생님 안녕하세요. 식사하셨어요?”     


 “안녕하세요. 네네, 오늘은 무슨 일이실까요?”     


 슥,     


 “여기 옆에 빵 사러 왔다가 선생님 것도 하나 샀어요. 시장할 때 드세요.”     


 사실 이렇게 선물을 주실 때 넙죽넙죽 받으면 고객님들이 나중엔 부담스럽게 생각하실까 봐 잘 안 받으려 한다. 


 그래도 고객님의 마음을 알기에, 넙죽 받지 않고 뭐라도 쥐어드리고싶다.

    

 “아, 고객님 너무 감사해요! 커피 한 잔 드릴까요?”     


 “오늘은 이것만 드리고 가려고 했고, 다음에 또 올게요. 맛있게 잡수세요!”     


 “네네, 고객님 편하게 들려주세요.”     


 돌아가시는 고객님에게 귓속말 하듯 손으로 입을 살짝 가리며 “다음에 꼭 빈손으로 오세요!”라고 하자 밝게 웃으시며 “알았어요”라고 하시며 가셨다.     


 오늘도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고객님들의 배려와 응원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안경사로서의 역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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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 전국의 말예쁘게 하시는 전문가 분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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