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상에쓰이는 독자 Jun 24. 2024

안경원에서 있었던 일 07

장날의 선글라스

6월 2일, 김제 전통시장의 장날. 장날인 만큼 매장 앞에 테이블과 텐트를 설치한 후 선글라스를 펼쳐놓고 판매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농번기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 지나가는 어머님들 두 분이 오셨다.     

“얼마씩 해요?”      

금액을 설명해드리자, 고객님이 친구한테 어울릴 만한 것을 추천해달라고 하셨다.      

선글라스를 건네며 설명을 덧붙였다. “고객님은 선글라스나 안경을 많이 안 써보셨을 것 같아서 최대한 가볍고 무난한 디자인으로 추천드렸습니다.”     

다른 한 분에게는 좀 더 와이드하고 과감한 디자인의 제품을 골라드렸다. “오늘 고객님이 입고 계신 옷과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이 정도 디자인이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눈이 부시진 않은지 텐트 밖을 둘러보신다. 친구분은 아무래도 선글라스를 착용하신 게 익숙하지는 않지만 싫지 않은 모양이었다.     

친구의 반응을 살핀 고객님은 “얘 거 하나 내 거 하나씩 계산해 주세요.”라며 돈을 건네셨다.     

가만히 구경하고 있던 친구분은 “야, 왜 내 거까지 니가 계산해~!”라며 놀란 듯 손사래를 치신다.     

친한 만큼 서로에게 더 예의를 갖추는 좋은 관계이신 듯했다.     

“아니, 여기 젊은 사장님이 예전에 나 안경을 공짜로 수리해줘서 하나 팔아주고 싶었어. 그냥 써!” 라고 하셨다.     

나는 “아! 정말요?” 기쁜 마음에 새된 감탄사가 나왔다.     

친구분은 “아, 그래.”라고 수긍하시면서도 본인이 계산하겠다는 보기 좋은 실랑이 끝에 친구분은 밥을 사는 것으로 합의가 되신 듯했다.     

나는 잽싸게 결제를 해드리고 선글라스 케이스와 수건을 챙겨드렸다. “감사합니다, 고객님. AS 필요하시면 편하게 방문해 주세요.”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인 것 같았다.     

시간이 흘러 장이 파 해질 때 즈음 고객님과 친구분은 4시쯤 장이 끝날 때쯤에 한 번 더 마주쳤다.     

“고객님, 아직 안 들어가셨어요?”     

“응~ 여태껏 구경했어!”     

“선글라스 덕분에 눈이 엄청 시원해~!”     

“하~ 오늘 구매하셔서 하루 종일 쓰셨으니 벌써 본전 뽑으셨네요!”     

“맞아 맞아,” 라고 하며 깔깔깔 화사하게 웃어주셨다.     

마음이 풍요로운 하루였다.     

---     

### PS. 오늘처럼 운이 좋은 날, 고객님들의 따뜻한 마음에 힘을 얻어 더욱 성심성의껏 일할 수 있었다. 작은 친절이 큰 보답으로 돌아오는 날들이 많기를 바란다.

이전 06화 안경원에서 있었던 일 0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