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폭염도 우리의 설악산 등반을 막을 수 없다. 2

산은 인생을 가르쳐준다지

by 리인


끝없는 계단의 연속...

본격적으로 등산을 하기 전에는 산속에 이렇게 많은 계단이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 했다. 그저 돌이 박힌 흙길을 요령껏 밟고 올라가면 되리라 생각했다.


인생 모든 일은

경험한 후에야

제대로 알게 되는 거다.


숨을 헉헉대며 초반 돌계단을 오르다 쉬다 반복하니

두둥 ~ 수직 상승 계단이 등장했다.


실수로 등산 스틱을 떨어 뜨린다면 그냥 포기해야 하는 낭떠러지가 계단 아래로 펼쳐졌다. 고소공포증을 가진 사람은 아래를 보는 게 힘들 거라는 생각과 함께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을 올랐다.


내 심폐지구력에 심각한 한계를 느끼며 몇 걸음 걷고 멈추기를 반복할 때 같이 간 회원들은 저만치 앞서 있었다.(다들 산다람쥐인 줄 알았어요.)


"샘, 괜찮으세요? 천천히 오세요."


괜찮다는 대답이 나오지 않았지만 울산바위까지 남은 거리를 표시해 주는 표지판을 보며 희망을 가졌다.



정상에 다다르니 불규칙하면서도 조화로운 화강암 바위가 쪽빛 하늘과 멋들어진 그림을 완성하고 있었다.


산 정상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맘껏 누리게 한다.



젖 먹던 힘까지 짜내 정상을 밟은 등산객 아니 나에게 울산바위는 넉넉한 그늘을 내주었다.


그늘아래서 시원한 골바람을 맞으며

먹는 달콤한 수박맛이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삶의 풍류다.


지금까지 고행길을 잊게 만드는 풍광에

모델이 되는 건

언제나 과분하다.


모델을 막론하고 막 찍어도 화보니 말이다.


사진을 다 찍고 내려가려는 찰나에 씩씩하게 올라오는 어린이를 만났다.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올라오는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와~~ 너 진짜 멋지다. "


"3학년이에요."


우리의 칭찬에 아이 엄마가 한 말이 더 놀라웠다.

초등학교 3학년도 거뜬히 오르는 길을 폐기능을 원망하며 올랐다니 남우세스러웠다.


산은

가르침을 준다.

불평하지 말고

겸손하게 살라고


울산바위를 오르고 내리며 만난 사람 중 절반은 외국인이었다. 동남아, 유럽 등 사용하는 언어도 제각각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 행여 산행이 힘들지 않을까 하여 표정을 살폈는데 대체로 폭염 속 산행을 즐기고 있는 듯하여 안심이 되었다.


2/3쯤 내려왔을까, 흔들바위를 지난 시점에서 우리말이 유창한 동남아 쪽 외국인이

"아직 멀었어요?" 하고 물었다.

이제 1/3 쯤 왔다고 하기엔 왠지 안쓰러워

"반쯤 남았어요." 하니

옆에 있던 마음씨 고운 후배가

"조금만 가면 흔들바위가 나오니 거기서 좀 쉬고

거기서 좀 더 올라가면 울산 바위가 나와요."

하고 희망적인 대답을 해줬다. 외국인들은 밝아진 얼굴로 지나쳐 갔다.


어릴 적 엄마와 모르는 길을 떠날 때

"엄마, 아직 멀었나?"

하면

"인자 다 왔다. 쪼끔만 더 가면 된다."

는 엄마 말에 희망을 가지며 따라갔던 기억이 난다. 그게 거짓말이라도 믿고 싶은 희망이었다.


가는 길이 험해도

누군가가 곧 도착할 거라는 희망을 이야기해 준다면

포기하지 않고

걸음을 재촉할 힘이 생기지 않을까


산을 내려오고 3일 동안 뒷다리 근육이 당겨 계단을 제대로 내려가지 못하고 잠은 쏟아졌지만

벌써 다음 산행 약속을 잡았다.


심리학자 브라이언은

-----놀이의 반대는 일이 아니다.

-----놀이의 반대는 우울증이다

라고 했다.


나이와 관계없이

도파민을 적정 수준으로 분비시키는

건전한 놀이는

평생 계속되어야 한다.

등산은

나의 놀이다.

그 속에

가르침과

경이로움까지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It can't get better than this."

(저기 암벽 가운데 놀이를 즐기시는 분을 찾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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