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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들이 Aug 20. 2023

휴직 중 하는 일이 점이 되어 연결되는 그날을 기대하며

Connecting the dots...

  휴직을 하고 나니 뭐 하고 지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휴직 초반에는 유방암 수술을 하신 엄마의 병원에 동행하고 엄마에게 필요한 일을 하면서 주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엄마의 건강이 차차 회복되면서 내 시간이 생기기 시작했다. 점점 내 시간들로 하루가 채워졌다.


 별다른 용무가 없는 날 아침이면 차로 10분 거리인 00 도서관 북카페에 간다. 도서관이 문을 여는 시간인 9시에 맞춰 도착하면 협소한 주차장에 내 차를 맡겨둘 공간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사소하게 반갑고 기쁘다. 지하 1층 북카페의 문을 열면 보이는 집중하는 사람들, 책에서 나는 향기, 무심한 듯 흐르는 에어컨 소음이 만들어낸 분위기는 언제나 나를 평화롭게 달뜨게 한다.


 그런데 그 보다 먼저 하는 것이 아침 운동이다.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하니 대단한 운동을 하는 것 같이 들리지만 15분 정도의 간단한 체조이다. 운동 신경이 아주 없진 않지만 그렇다고 잘하는 운동도 없고 운동을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는다. 허리디스크로 일주일을 꼼짝 못 하고 누워 지낸 뒤 삶의 질이 급격하게 떨어짐을 절감하고는 생존을 위해 아침 운동을 시작했다. 플랭크 5분, 다운독 1분, 스완 1분, 무릎 강화운동 1분, 브리지 5분으로 구성된 나의 아침 운동은 땀도 나지 않는 간단한 동작들이다. 2년 동안 배운 필라테스와 유튜브 이곳저곳에서 알아낸 을 섞어 만든 동작들은 아무런 연관성도 체계도 없이 그저 나 편한 대로 조금씩 빼고 더해져 7년 동안 나의 아침 루틴이 되었다. 다행히 그 뒤로는 누워서 꼼짝도 하지 못할 정도의 끔찍한 허리 통증은 나타나지 않았다.


 운동 후 가는 도서관은 지금의 나에게 가장 특별한 장소이다. 도서관 속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부지런함과 집중에 꽤 강한 에너지를 받는다. 이곳에 오면 사람들이 참 열심히 사는구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좋은 책이 이렇게 많구나 등 동기부여가 되는 긍정적인 생각이 차오른다. 베스트셀러는 항상 비치되어 있고 쾌적하게 맞추어진 온도에 허리가 편한 의자와 책상까지 구비되어 시간제한 없이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장소가 있다니 가끔은 무료로 이용하는 게 미안해질 정도이다. 너무 조용한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스르르 눈꺼풀이 무거워지기도 하지만 꾸벅꾸벅 졸다 잠을 털고 일어나 걸을 수 있는 산이 옆에 있어 더욱 좋다.


  가끔은 1년 동안 경제 활동 없이 운동과 취미생활만 하는 것에 대한 회의가 들기도 한다. 내가 설 자리에서 잠시 비켜 앉은 불편한 느낌을 감출 수는 없지만 어쩌면 나를 필요로 하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어디든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그곳에서 열심히 일하리라 생각해 왔는데 그곳이 가정이라면 이제는 그곳에 나를 온전히 맡겨 두고 싶다.


 언젠가 공감하며 읽었던 문장이 떠오른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문학자인 ‘장 폴 사르트르’가 말했다던 “Life is C(Choice) between B(Birth) and D(Death)”이다. 인생은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선택의 연속이며 계속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올해 내가 한 선택이 최고의 선택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내가  선택을 최고의 선택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그렇게 생각한다면 최고의 선택이 되지 않을까.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영어와 그림을 배우는 시간은 나를 나답게 만드는 정체성과도 같은 시간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운동, 독서, 글쓰기, 영어, 미술이 언젠가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배움의 형태로 전환되어 전달되는 순간이 오길, 스티브 잡스가 도강했던 캘리그래피 수업이 매킨토시만의 개성 있는 서체를 만드는데 기여한처럼 점과 점을 연결하는 그런 순간이 오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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