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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들이 Sep 29. 2023

내가 그려보는 10년 후의 추석

명절증후군 없는 다 같이 행복한 명절을 위해

 시댁 친정이 모두 경남에 있어 명절 때마다 고속도로에 버리는 시간이 8시간 이상이었다. 게다가 올해 추석은 추석 전 휴일이 하루밖에 없어서 귀성대란이 일어날 거라고 다들 난리였다. 연휴직후 있을 고등학생 딸아이 시험을 위해 어쩌면 딸아이 시험을 핑계로 나와 아이들은 집에 남기로 했다.


 남편 혼자 우리 집 대표로 내가 준비한 선물을 트렁크에 넣고 부산 시댁으로 떠났다. 혼자라서 단출하니 공항에서 대기를 해보기로 했다.  7시쯤 김포공항에 내려줬는데 10시 반에 자리가 나서 비행기를 탔다고 연락이 왔다. 남편은 오후쯤 갈거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금방 자리가 났다며 좋아했다.


 딸아이는 아침부터 학원에 가고 혼자 남은 나는 그래도 명절 분위기는 내야겠다며 장을 보러 나섰다. 잡채거리도 사고 갈비찜 재료도 샀다. 가격이 많이 내려간 샤인머스캣도 사고 사과, 배 햇과일도 장바구니에 가득 차게 담아 데리고 왔다.  양가 어른들께 전화를 드리고 잡채준비했다. 파프리카, 호박, 양파, 버섯, 당근 색색의 야채를 채 썰고 잡채용 돼지고기에 밑간을 했다. 잡채를 좋아하는 딸을 위해 당면은 넉넉하게 불려놓았다. 갈비에는 간장을 콸콸 붓고 마늘과 양파와 배를 갈아 넣어 입에서 살살 녹는 마법을 기대하며 잠재워두었다.


 우리 고향에서는 명절에 꼭 쥐포튀김을 해 먹는데 이렇게 고향에 못 내려갈 때는 쥐포튀김 생각이 간절하다. 국어책보다 큰 쥐포를 길게 잘라 밀가루를 바르고 튀김옷을 입혀 튀기면 짭짤하면서도 달큼한 맛이 일품이다. 어느새 경상도 입맛을 닮아버린 아들이 자기가 직접 해보겠다며 혼자서 쥐포 튀김을 한가득 튀겨낸 적도 있었다. 경기도에 올라오고선 어느 튀김집에서도 볼 수 없는 희귀템인데 한번  먹어보면 잊을 수 없는 맛이다. 우리 아이들에겐 명절음식은 곧 쥐포튀김과도 같을 정도로 강렬하게 자리 잡았다.

 

 남편 혼자서 친정도 다녀온다고 하니 고마운 마음이 크다. 우리 부모님은 남편을 참 좋아하신다. 세상 시어머니들은 며느리에 대해 쉽게 서운해하고 바라는 게 많은데 세상의 장인 장모는 사위에게 놀라울 정도로 관대하다. 당신의 딸을 책임지고 있다는 생각이 커서일까. 내  아이들이 결혼을 하면 아들 가진 유세, 가진 죄인이라는 구시대적인 발상은 꼭 사라지게 만들고 싶다. 적어도 우리 집에서는 말이다. 다행히 내 주변 지인들만 봐도 자녀배우자와의 관계에 대해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적어도 우리 시대에는 명절에 얼굴도 본 적 없는 조상 제사를 위해 좋아하지도 않는 음식을 준비하느라 서로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터넷에 조상 잘 만난 자손은 제사를 지내는 게 아니라 벌써 해외여행을 떠났다는 우스갯소리를 다. 바쁜 가족들이 시간을 내어 오랜만에 함께 모였으면 서로 즐겁게 이야기 나누고 한바탕 웃으며 시간을 보내야 맞다. 같이 여행을 가도 좋고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도 사먹으며 힐링했으면 좋겠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에 커다란 칠면조 요리를 오븐에 넣어놓고 요리를 해야 할 수고를 덜듯이 우리도 갈비찜 한 솥 앉혀놓고 송편과 햇과일을 나눠먹으며 게임도 하고 산책도 하면서 편안하게 지내다 각자의 시간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해 두 아이는 도서관에서 나는 집에서 남편은 고향에서 몸은 따로지만 마음은 같이 추석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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