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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들이 Jun 30. 2023

항생제와의 이별

과학으로 배우는 인생


어릴 때부터 나는 병약했다. 민감한 장 때문에 툭하면 배탈이 나 하루에 화장실을 6~7번씩 들락날락거리며 내 몸속 수분을 모두 배출하는데 몰두하곤 했다. 거기에 축농증이 심해 풀어도 풀어도 금세 쌓여버리는 콧 속 깊은 어디쯤에 있는 농들 때문에 입으로 숨을 쉬는 내가 멍청해 보일까 봐 종종 숨을 참곤 했다.


그런데 우리 딸이 이 두 유전자를 모두 가져가버렸다.  2세대니 더 업그레이드되었는지 축농증이 오면 중이염까지 세트로 같이 왔다. 어느새 항생제는 딸의 상비약처럼 되어가고 있었다. 어느 날은 중이염이 낫지 않아 3주 동안이나 항생제를 복용한 적도 있다. 항생제를 먹으니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깨지면서 설사가 시작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준비를 시작했다.


 항생제와 이별할 준비...


이렇게 나와 항생제의 애증은 시작되었다. 각종 염증성 질환에 처방되는 항생제를 남용하게 되면 세균에 내성이 발현되어 항생제로도 세균을 죽일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그 무시무시한 세균이 우리가 알고 있는  슈퍼박테리아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항생제 처방률 4위이며 과잉 처방이 만연되고 있다는 것을 기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동안 병원에서 처방받으면 아무 생각 없이 먹고 먹였던 항생제를 대신할 무언가를 찾아 이제는 이별을 고할 때가 온 것이다.


우리 딸에게 찾아오는 불청객 인후염, 중이염, 비염에 되도록 항생제를 복용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항생제는 세균의 생장을 억제하는 약이니 그럼 인체에 무해한 자연유래성분 중에서 항생제와 같은 기능을 하는 걸 찾으면 될 것 아닌가!


이름하여 천 연 항 생 물 질!!!


비염을 위한 생강

인후염을 위한 프로폴리스

장염을 위한 유산균


드디어 항생제를 대신할 파트너를 찾았다.


딸에게 비염이 오면 즉시 생강과 파, 양파를 넣고 푹 끓여 하루에 세 번, 2주 정도 먹였다. 항생제 없이도 비염은 눈에 게 좋아졌다.


목이 간질간질하다고 하면 프로폴리스 스프레이를 수시로 뿌려주었다. 다음 날 아침이면 목 넘김이 한결 편안하단다.


항생제가 죽이는 유익균을 보호하고 장내 미생물의 균형을 위해 프로바이오틱스와 그의 먹이인 프리바이오틱스를 매일 아침 공복에 꾸준히 먹였더니 딸아이는 여간해서 장염에 걸리지 않았다.


몸에 나쁘다는 건 알지만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고 다른 방법을 강구하지 않았다면 우리 딸의 몸에서 악순환을 일으켰을 항생제와 이별하고 나니 더 건강해지는 선순환이 찾아왔다.


살다 보면 항생제처럼 내성이 생겨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만드는 그 무언가가 있을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술도, 누군가에게는 담배도, 누군가에게는 비밀스러운 관계로...

그것을 끊고는 도저히 내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없을 것 같겠지만 생강과 프로폴리스, 유산균처럼 쌉싸름한 첫 맛을 견디면 밀려오는 은은한 달콤함이 당기는 매력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인스턴트적인 관계와 치유가 아닌 나의 아픈 몸과 마음을 서서히 눙치게 만드는 그것을 찾는 것이 인생을 건강하게 살아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요즘 자주 만나고 있는 니체오빠의 말을 전해 본다.


"오늘의 나는 어제 한 선택의 산물이다"


얄망궂게 인생은 노력한 만큼 건강하다.


_사진은 '안티바이오틱스에서 프로바이오틱스로'책에서 가져왔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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