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를 모닥불로 피어오르게 하는 건 두꺼운 장작이 아니라 얇은 지푸라기와 잔가지다.
작지만 관심을 담은 몸짓, 사소하지만 따스한 말의 잔가지가 관계의 모닥불을 지핀다.
글벗으로 만난 인연이 한 명씩 늘어날 때마다 쓰는 사람이 된 것 같다.
동화교실에서 만난 글벗이 출간 소식을 듣고 연락을 해왔다.
교보문고의 책 소개를 읽고 책을 주문했다며 값진 선물을 기다리는 것 같다고 했다.
관심을 담은 글벗의 말이 모닥불을 피어오르게 하는 잔가지가 되어 온기를 더했다.
촘촘한 일상이 마무리되고, 햇살 좋은 카페에서 글벗괴 마주 앉았다.
"선생님 책 읽고 아빠 생각이 나서 많이 울었어요.
아빠가 저를 정말 아끼고 사랑해 주셨는데 2년 전에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암 투병 중이시긴 했지만 작별인사를 할 시간도 없이 정말 갑자기요.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아빠를 떠나보낸 게 정말 후회돼요.
.......
저는 선생님이 제일 부러워요.
아빠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셨잖아요."
마지막 말을 듣고, 참고 있던 눈물이 왈칵 터졌다.
그녀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내 책을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녀가 어떤 마음으로 책을 읽었을지 울림으로 전해져 마음이 아렸다.
"아빠, 사랑합니다."
책을 쓰지 않았다면 나도 하지 못했을 말이었다.
아이에게는 공기를 마시듯 가볍게 나오는 말이
왜 부모님에게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말이 돼버렸을까.
부모님은 나에게 주는 게 당연한 사람, 화수분처럼 사랑하는 마음도 생겨나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부모님도 사랑을 받아야 마음이 자라는, 나와 똑같은 사람인데 그걸 잊고 살아왔다.
버텨낸 세월 앞에 주름지고 움푹 파인 볼만큼, 상처 나고 쪼그라들었을 당신의 마음에도 사랑이 필요했을 텐데 그걸 외면하고 살았다.
그러다 아버지에게 "사랑합니다."를 말하기로 결심했을 때, 어떤 의미나 생각도 투영하지 않기로 했다.
오글거림, 주저함, 쑥스러움, 당위성, 너무 큰 단어라는 생각에 발목 잡히지 않고, '아버지에게 꼭 필요한 말을 한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많은 인연 중에서 하늘에서 정해준 인연.
내 선택이 아닌 신의 안내로 만나 평생 바라보는 사이.
어느 시점에서 미운 악연과 은혜로운 호연을 넘나들며 울기도 웃기도 하는 관계.
그래서 부모와의 관계에는 따스한 말의 잔가지가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사랑이란 그 안에서 두 사람의 고독이 서로 보호하고 가까이 서서 인사하는 것입니다.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릴케
"사랑합니다"는 아버지의 고독 앞에 건네는 인사이자 위로였다.
부모와의 관계에서도 한때 활활 타오르던 모닥불이 지금은 작은 불씨로 남은 경우도 있다.
약해진 불씨는 사라진 온기가 아니라
한동안 자신을 데워준 온기의 흔적이다.
그 온기로 한동안 따뜻하고 충만했으니.
남은 불씨는 잔가지와 바람을 만나면 언제든 타오른다는 사실을 마음에 담으면 된다.
관계는 그렇게 작은 불씨가 잔가지를 만나 언제든 피어오르는 모닥불이다.
읽고 쓰느라 많은 인연을 지키진 못하지만
내게 정말 소중한 인연의 모닥불은 잘 지키려한다.
내 책을 읽고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는 글벗과
글벗을 통해 인연을 사유하게 된 나는
아버지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삶을 데우는 모닥불이 되어주었다.
사진 출처 :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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