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나들이 Jan 04. 2024

2023 너를 보내야 하다니.

한 해를 보내주며

 

새해가 되고 4일이 지난 시점에서야 2023을 뒤돌아보며 2024를 마주해 본다. 

20여 년 만에 주어진 자유시간! 그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중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 더 특별했다.


 엄마를 안아주다.

 우리 모녀는 살가운 편이 아니다. 엄마가 아프기 전까지 다정하게 '사랑해'라고 말하거나 안아본 기억이 없다. 무뚝뚝한 경상도 딸과 엄마의 전형이었다. 결혼을 하고 애정 표현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과한 집안에서 자란 남편을 만나 바뀌긴 했지만 엄마, 아빠를 만나면 나는 디폴트값이 되었다. 그러다 올해는 엄마와 만나고 돌아서기 전 꼭 안아주었다. 엄마가 아프고 나서야 용기를 낸 것이다. 남편도 자연스럽게 "장모님." 하며 엄마를 안아주었다. 엄마는 나보다 더 꽉 안아주며 환하게 웃는다. 이 좋은 걸 왜 그동안 안 했을까. 하길 잘했다. 올해는 뭐든 재지 말고 그냥 해보자. 특히 가족을 안아주는 일은.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다.

 브런치에 한 번에 합격하고도 글을 쓰지 않고 외면하다 올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올리려고 노력했는데 쓸 때마다 보이지 않는 유리에 부딪히는 느낌이다. 유리문에 달린 손잡이를 찾아 열고 다음 장소로 넘어가 보자. 분명히 뭔가가 기다리고 있을 거다.


 유화 일곱 점을 완성하다.

 꽃 정물화, 봄의 자작나무 숲, 내 초상화, 하늘 그림, 해바라기 그림, 여름의 자작나무 숲, 겨울의 자작나무 숲을 완성했다. 모네의 수련 연작을 보며 나도 자작나무 연작을 해보고 싶었다. 세 개를 그리고 나니 벌써 지루함이 몰려온다. 그림을 그릴 때마다 형체를 뭉개고 추상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충동이 솟는다. 그림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까. 새해에는 잡생각 말고 그림에 사실보다 생각을 담아 보자.


 북클럽을 하다.

 한글 도서 모임과 영어 도서 모임을 동시에 했다. 내가 발견하지 못했던 구절, 깨지 못했던 선입견, 깨닫지 못했던 생각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읽고 이해하고 씹어서 잘 소화시킬 수 있을 때 완전히 내 것이 되니. 글에서 지혜와 지성을 얻는 시간을 계속 만들어보자.


 51권의 책을 읽다.

 올해는 휴직한 것에 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책을 읽지는 못했다. 그래도 필사도 하면서 좀 더 깊이 알아 가려고 노력했다.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는 어떤 사람을 만날 것인가 보다 더 중요한 과제다. 좋은 사람을 만나듯 좋은 책을 만나 공들여 읽어보자.


 영어회화 공부를 다시 시작하다.

 올 한 해 내가 가장 공들인 분야다. 50이 다 되어서도 영어회화가 제일 재미있을 줄이야. 영어를 도구로 이용해 더 깊은 걸 배워야 하는데 아직은 영어 그 자체를 배우는 게 좋다. 아직 갈 길이 많이 멀지만 영어를 공부할 때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설렌다.


 아들, 딸과 더 친해지다.

휴직하고 집에 있으니 아이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훨씬 많다. 식탁에 앉아 웃고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새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매일 보는 아이들인데 이야기를 나눌수록 새롭게 알게 된다. 이 녀석들도 그럴까. 커가는 아이들을 알아가는 시간이 고맙다.



이전 10화 꿈과 열정으로 새로운 나를 만들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