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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들이 Jan 12. 2024

학원비가 아까운 엄마의 항변

학원비 vs 노후준비

고 3 수학 학원비의 적정선은 어디일까?

본격적인 수험생 모드로 들어간 딸아이의 수학 학원을 알아보는 중이었다. 고3이니 수학 한 과목만 해도 수능준비에 내신 준비까지 할 게 많다. 소개도 받고 학원 블로그도 읽어 보며 딸아이의 수학 진도와 상황에 맞는 학원을 찾았다. 전화 상담을 하고 학원비를 물어본 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특강비를 포함해 100만 원 정도의 학원비가 계산되어 나온 것이다.


100만 원이라니. 공무원 초봉이 200만 원인데 그 월급의 반이 한 달 수학 학원비로 나가는 게 말이 되나.

평소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 상식선에서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금액이었다.

학원 정하는 건 잠시 미루고 머리도 식힐 겸 도서관으로 향했다.


인기도서가 대여되지 않고 남아있는 큰 글자 코너에서 책 제목을 훑었다. <100세 수업>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EBS 다큐프라임 100세 쇼크'를 편집한 책이었다. 책을 읽던 중 나의 신념을 지지하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오랜 시간 빈곤 노인층으로 추락한 이들을 취재하면서 그들에게 공통된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대한민국 노인 빈곤의 가장 핵심 중 하나가 바로 자녀에 올인하는 희생적 문화라는 것이었다. 자녀의 행복과 성공을 위해 자신의 노후는 계획하지 않고 모든 것을 투자하면서 결국 노후엔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것이다.


                                                                                                           -100세 수업 에필로그 중


한국인의 가계 지출을 보면 40대엔 월지출액의 30%를 자녀 교육비로 쓰고, 50-60대엔 은퇴 자금의 절반 이상을 자녀 결혼 비용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식비나 주거비보다 학원비로 훨씬 많은 돈을 지출한다. 한 과목에 100만 원인 학원을 보내면 한 아이 당 학원비는 300만 원을 훌쩍 넘기게 된다.


재수하는 거보다 낫지 않을까? 고3 엄마의 불안한 마음을 부추기는 한 마디를 떠올려봤다.

그래도 마음 한쪽은 의구심으로 가득 찼다.

과연 저 돈을 주고 학원을 보내는 게 의미가 있을까?

교육비에 많은 돈을 쓴다고 해서 아이멋지게 성장하거나 행복할지는 의문이다. 책을 읽고 나니 흙탕물처럼 흐려진 머릿속이 조금씩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학원 블로그에 올라온 수업 영상을 딸에게 보여주며 수업내용이 어떤지 물어보았다.


"이 방법 1학년 때 다 배운 거예요. "


영상을 본 딸은 다른 수업과 비교해 차별점을 못 느끼겠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사회, 경제문제에 관심이 많은 딸은 나보다 더 학원비에 민감하다. 잠시 고민했던 나에게 냉수 같은 일침을 날렸다.

"엄마, 저 돈을 주고 학원을 다니면 수업을 들을 때마다 저만큼의 가치가 있나 하는 생각에 집중이 더 안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나는 설명을 들으면서 수학을 배우는 게 아니라 개념을 읽고 풀면서 배워요."

한마디로 딱 잘라 거절했다.


삶이란 게 한쪽에 무게를 많이 두면 결국 무너진다. 몸을 움직일 때도 균형이 중요하듯 삶에도 균형감이 있어야 한쪽으로 쓰러지는 일이 없다.

자식 교육만을 생각하고 노후 계획 없이 몰아주다 보면 언젠가는 공허하고 후회할 날이 올 것 같다.

자식의 성공이 내 성공이요, 자식의 행복이 내 행복이라는 생각은 버리기로 했다. 적정선에서의 지원과 나의 미래를 설계하는 균형 있는 삶이 서로 행복한 삶이다.


좋은 부모는 아이가 행복하게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비싼 학원이 자신의 삶을 주도하는  아이로 키워주진 않는다. 혼자서 고민하고 답을 찾는 과정에서 하나씩 배워간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좋아하는 일을 배우며 행복해하는 엄마를 보는 것도 아이에겐 배움이다. 글을 쓰고 영어와 그림을  배우는  엄마를 보며 배움의 열정은 모든 제약을 뛰어넘는다는 지혜를 얻어간다면 그저 감사할 뿐이다.


 수학 학원을 마음에서 버리고 나니 글을 쓸 여유가 생겨서 좋다. 아이 스스로 생각하며 오늘도 한 뼘 성장했기를 기대해 본다.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한 줄 요약 : 교육비는 적정선에서, 내 인생과 노후에도 투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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