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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들이 Jan 18. 2024

23년 전 나의 쓰레기 아저씨 김석훈을 만나다.

환경을 생각하면 부지런해질 수밖에.

유명한 배우와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다.

요즘 나의 쓰레기 아저씨로 나오 김석훈 씨.

드라마 홍길동과 토마토로 인기 스타가 된 후 2001년에 공연한 연극 햄릿에서다.

드라마 토마토와 홍길동의 한 장면- 저 때 정말 멋지셨네요.

당시 나는 수원에서 자취하고 있었는데 지방에 살던 중학교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왔다. 친구 K는 그 시절 강수지, 윤손하를 닮은 청순가련형 스타일로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날도 아는 남동생이 국립극장에서 하는 햄릿 연극 티켓을 줬다며 보러 가자고 했다.


국립극장에서 연극 관람이라니 마음이 들떴다. 지방에서 자란 나에게 서울은 선망의 도시이자 신비의 세계였다.

남자친구(현 남편)와의 약속을 잠시 미루고 장충동 해오름 극장으로 향했다.

 

 햄릿 역할에 김석훈 배우가 나온다고 했다. 유명한 배우가 햄릿으로 나온다니 기대가 되었다. 그는 국립극단 단원으로 있다 홍길동 감독에게 발탁되어 배우로 데뷔했다. 깊은 중저음 보이스가 고뇌하는 햄릿과 잘 어울렸다. 배우에게 목소리와 딕션이 중요하다는 걸 그를 보며 느꼈다.

양금석씨 옆에 최양락씨는 아니겠죠? 기억이 가물가물. 유동근씨인가요.


연극이 끝나고도 나갈 생각이 없어 보이던 친구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우리 무대 뒤로 서 김석훈 보러 갈래?"


K는 조용한 성격 뒤에 당찬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 K 하는 제안에 나는 홀린 듯이 그녀따라갔다. K는 무대 뒤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K야, 일로(여기로) 가도 되는 기가?"


"일로 가면 분장실 나올 것 같다. 따라와 봐."


갑자기 스텝이 나와서 나가라고 소리 지를 것 같아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설마 김석훈을 만날 수 있겠어?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뒤를 따라 걸었다.

무대 뒤는 공사장을 방불케 했다. 목재와 철근이 세워져 있었고 흙먼지가 바닥에 뒹굴었다.

무대 뒤를 벗어나니 대기실처럼 보이는 복도가 보였다.

복도를 지나다 보니 양금석 배우 대기실이 보였다. 장미꽃 오백송이 정도로 보이는  꽃바구니가 놓여 있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기 전에 얼른 앞으로 걸어갔다.


"여기 있는 것 같다."

K가 남자배우대기실 팻말이 붙은 방문 앞에 멈춰 섰다.

얼마 있지 않아 문이 열리고 누군가 밖으로 나왔다. 우리를 보고도 별말이 없었다.

이렇게 팬이 대기실로 들어오는 게 흔한 일인가. 문 앞에 서있는 우리를 보고도 아무 말 없는 게 의아하면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문이 열린 틈으로 거울에 비친 김석훈 배우가 보였다.

"저기 있네."

K는 나지막이 속삭이며 내 손을 꽉 쥐었다.


 복도  현관 앞에는  사인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대기실 앞에 들어와 있다니 순간 K의 엉뚱한 용기가 고마웠다.


 잠시 후 앞에 있는 우리를 봤는지 김석훈 씨가 얼굴에 미소를 띠며 걸어 나왔다.

선한 인상에 맑고 큰 눈을 가진 그는 화면에서 본모습과 비슷했다. 세상 착한 미소를 지으며 그가 먼저 물었다.


"연극 어떠셨어요? 지루하진 않으셨어요?"


"아니요. 재미있었어요."


"연극이 지루하진 않으실까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는 갑작스레 찾아온 우리와 거리낌 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낮은 톤의 목소리로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그가 연예인이라기보다는 마음씨 좋은 동네 오빠처럼 느껴졌다.


"목소리가 너무 좋으세요. 햄릿 역할에 너무 어울리십니다."


연극을 보며 느낀 감상평짧게 전해주었다.

그는 활짝 웃으며 고맙다고 했다. 그 후에도 제법 이야기를 나눴다.  거만하거나 귀찮아하는 기색 없이 팬과 진심으로 소통하는 모습이 참 따뜻했다. 짧은 순간에도 그가 선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던 대기실 복도의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그 뒤로 김석훈 씨가 드라마에 나오면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되길 응원했다. 그리고 23년이 지나 '놀면 뭐 하니'에서 쓰레기 줍는 아저씨로 나오는 그를 보고 참 반가웠다.

 화려한 연예계 생활 속에서도 소박하고 건강한 삶을 사는 그가 멋있어 보였다. 그런 사람을 알아본 나의 안목에 뿌듯함까지 느껴졌다.


 하루 동안 자신의 일상을 놀면 뭐 하니 멤버들과 함께 보내게 된 그는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그는 기후변화와 환경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환경을 생각해 배달음식도 먹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 다닌다고 했다.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용인 중고 매장까지 가서 경매를 받았다.

나도 환경을 위해 전기를 아껴 쓰고 되도록 배달음식을 먹지 않는다. 우리 집 전기세는 4인가족이 살면서도 8월을 제외하고 1년 내내 3만 원대를 유지한다. 전기를 마구 쓰는 건 아이들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 들어서다. 배달음식은 한 달에 한두 번 치킨이나 피자를 시켜 먹는 게 전부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소박한 점심을 즐기는 모습도 비슷했다. 그는 소비로 얻는 행복은 잠깐 뿐이라고 했다.

사치와 향락에 물들기 쉬운 업계에 종사하면서 자신만의 소신을 지키고 생활하는 그가 참 멋있게 느껴졌다.

산책하며 쓰레기를 줍고 다회용 용기 세척 업체에서 체험을 하는 모습을 콘텐츠로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는 모습도 영리해 보였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선한 영향력도 발휘면서 돈도 버는 일석삼조의 삶이다.


김석훈배우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배달음식을 안 먹으려면 더 부지런해져야 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행동도 계속 실천하다 보면 어느새 습관이 된다. 지각 있는 삶을 살아가 오랜 팬의 한 사람으로서 응원하며 유튜브 나의 쓰레기 아저씨》가 작은 불씨가 되어 많은 사람들 환경을 위한 작은 실천에 동참했으면 한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beBMwef70Vna8doUWiN4Vg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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