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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들이 Jan 21. 2024

잡동사니를 정리하듯 머릿속 잡생각을 정리하자.

정신의 미니멀리즘

 

 아침 8시가 조금 넘은 시각, 아담한 무인 카페 문을 열면 아무도 없다. 재즈음악과 훈훈한 공기가 텅 빈 공간을 성실하게 채우고 있다.


 내게 꼭 필요한 것만으로 꾸며진 이 공간이 늘 같은 모습으로 나를 반기는 고향친구처럼 편안하다.

음료 기계에서 따뜻한 우유 한잔을 뽑아 들고 자리에 앉는다. 짙은 커피대신 하얀 우유를 홀짝거리며 글을 쓰기 시작한다.

 검지로 핸드폰 위 자판을 두드리며 문장을 완성한다. 매일 들여다보는 브런치 앱의 하얀 화면에 어느새 글 한 편이 완성된다. 초고는 쓰레기라는 말도 있지만 그래도 한 편을 완성했다는 데 의미를 둔다. 이래서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기 위해 커피숍으로 가나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도 집 근처 호젓한 카페에서 완성되었다고 하지 않던가.


 잡동사니들이 싹 치워진 공간에 있으니 생각도 말간 콩나물국처럼 개운해진다. 절제미 가득한 카페 안에서 나의 자아는 꾸미지도 숨기지도 않는 본연의 모습이 된다.


 우리가 사는 집도 치우지 않고 물건을 늘어놓으면 금세 엉망이 된다. 몇 년 전 문제가 있는 가정에 솔루션을 해주는 프로그램을 봤다. 신청자는 폭식증과 우울증을 앓고 있었는데 집안이 음식을 먹고 버린 일회용 용기와 쓰레기, 잡동사니로 가득 차 있었다. 사람이 쓰레기와 잡동사니옆에 얹혀사는 형국이었다. 텔레비전을 뚫고 악취가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 그런 집에서 머릿속 정리가 잘 될 리 없다.


 머릿속 정리도 집안정리와 같은 공식이다. 집청소를 하듯 잡생각을 치워야 정리가 쉽다.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 쓸데없는 걱정, 두려움, 불안을 하나씩 버리고 사유와 사고의 과정을 거치면 서서히 답이 보이는 순간이 온다. 유레카의 순간까지는 아니더라도 하얀 장막 같던 안개가 걷히는 순간이 온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필요 없는 것들은 치우고 정리해 본다. 급하고 중요한 일에서 뒷전으로 밀렸던 청소중요한 일로 승격시킨다. 치워야 잘 찾고 비워야 또 담을 수 있으니까.

잡생각.

잡동사니.

깔끔하게 정리하다 보면 머릿속까지 시원해진다. 집도 정신도 미니멀리즘이 좋다.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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