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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업 Jan 14. 2024

코로나로 인해 망가진 일상

나는 다시 반복적인 일상을 찾았다.

아침 일찍 도서관 가기, 아르바이트하기, 주말 1회 스터디 참여 등 매일 내가 해야 할 루틴이 잡히기 시작했다.

또한 작년에는 스터디 사람들이 자주 바뀌는 것이 스트레스였는데, 지금은 한국은행에 대한 목표가 확고한 사람들만 모여 공백에 대한 걱정도 없었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실력을 쌓는 일밖에 없었다.

수험생이 공부하는 것 말고 뭔 일이 그렇게 많을 수가 있냐고 하지만, 생각보다 주위 환경이 나의 공부를 방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온전히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이대로 1년만 무사히 지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역시 사람 인생은 순탄할 수만은 없나 보다.

우리나라에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아직까지 내 주위에서는 걸린 사람은 없었지만, 워낙 전염성이 높아 확진자의 동선까지 공개하며 주의하라는 알림 메시지들이 왔다.


내가 마스크를 잘 쓰고 코로나에 걸리지만 않으면 되는 문제는 아니었다.

확진자가 거쳐간 곳들은 기본적으로 공간을 일시적으로 폐쇄하고 소독하는 과정을 거쳤다.

내가 공부하고 있는 도서관도 바람 앞의 등불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면 나는 이제 어디서 공부해야 하지?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기 위해 월세를 감당하며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했던 것인데, 스터디카페나 독서실을 이용할 거면 굳이 월세에 독서실 비용까지 내면서 학교 근처에서 살고 있을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내가 자취를 시작하면서 부모님은 좀 더 쾌적한 곳에서 살고 싶으시다며 지방으로 본가를 옮겼다.

내가 본가로 돌아갈 경우 매주 스터디를 위해 서울로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돈이나 시간적으로 낭비되는 게 많았다.


이미 어디서 공부를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코로나는 이미 내 일상을 망가뜨려놓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제야 나의 공부 루틴이 잡히고 쓸데없는 잡생각도 없어지고 있었는데, 이러한 평화는 두 달을 채 가지 못했다.

물론 코로나가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큰 피해를 주었지만, 나에게만 왜 이런 시련이 닥칠까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어디서 공부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이 끝나기도 전에 학교에 공고문이 올라왔다.

당분간 도서관 열람실 운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학교 관계자분들께 문의해 봤지만 언제 다시 개방할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게 없다는 답변밖에 받을 수 없었다.


수험생이 된 후로 집보다 오랜 시간을 있었던 곳이 도서관이었는데, 갑자기 쫓겨나게 되니 집을 잃은 기분이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일단은 자취방에서 공부를 해야 했다.

학교 도서관도 폐쇄한 마당에 스터디카페에서 공부하는 것도 위험할 수 있었다.

거기도 언제 확진자가 나와 폐쇄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집에 있는 게 조금이라도 안전해 보였다.


하지만 자취방에서 공부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원래 자취방은 잠만 자면 된다는 생각으로 구한 곳이라 방이 굉장히 좁았다.

그래서 침대가 아니라 접이식 매트리스를 놓았고, 책상과 의자는 당연히 없었다.

가뜩이나 좁은 곳이었지만 어떻게든 공간을 마련해 책상과 의자를 들여야 했다.


그리고 집에서 공부하면서 그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들도 많았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식사와 소음이었다.

항상 점심과 저녁을 학생 식당에서 먹어왔는데, 이제는 매번 뭘 먹어야 할지 고민하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밖에서 사 먹거나 배달시키면 돈이 많이 들었고,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하면 손이 많이 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양가는 포기하고 편의점 샌드위치나 도시락만 돌아가면서 먹게 됐다.


게다가 옆집의 소음문제도 심각했다.

평소 낮에는 대부분 도서관에 있어서 집에 있어본 적이 거의 없었고, 피곤한 상태로 밤에 집에 와서 뻗었기 때문에 소음 문제를 느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밤낮을 집에만 있게 되니 옆집의 TV소리, 노랫소리, 신음소리 등 온갖 소음이 공부를 방해했다.

코로나로 집에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더 심해졌을 수도 있다.

공부하는 동안 스터디윗미 백색소음 유튜브를 틀어놓고, 에어팟 노이즈캔슬링을 해도 역부족이었다.



코로나가 가져온 도서관 폐쇄는 분명 나의 공부 리듬을 완전히 망가뜨렸다.

집처럼 생각한 도서관을 떠나 비좁은 단칸방에서 공부를 해야 했고, 소음 등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환경이 공부를 방해했으며, 좋은 환경을 위해 월세를 부담하기로 한 결심은 최악의 결정이었다는 사실로 나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그래도 올해는 나에게 정말 중요한, 그리고 반드시 수험생을 졸업하기로 결심한 해이다.

내가 지금의 상황에 한탄한다고 바뀌는 것은 없다.

코로나 이전의 환경으로 완전히 돌아갈 수는 없더라도, 어떻게든 리듬을 다시 찾아내야만 한다.

중요한 것은 조급해하지 말고 하나씩 바꿔나가면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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