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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업 Jan 28. 2024

내가 바꿔나간 것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면 분명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집에서는 공부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집에서 공부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집에서 공부하게 될 경우에는 최대한 소음 등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공부를 하면 어떨까?


나는 사소한 것부터 하나씩 바꿔보려고 했다.




나는 일주일에 이틀은 항상 저녁시간에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전문직 자격시험을 강의하는 학원이어서 강의실, 독서실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드나드는 학생들이 특정돼 있고 마스크 착용, 열체크 등도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어서 공간 폐쇄에 대한 리스크가 거의 없었다.


나는 학원 담당자분께 아르바이트가 있는 날에는 아침에 나와서 빈 강의실에서 공부해도 되는지 문의했다.

실제로 학원에서 수업은 듣지만 독서실을 이용하지 않는 학생들은 빈 강의실에서 공부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담당자분은 코로나 관리만 철저하게 해 달라는 당부와 함께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는 빈 강의실에서 공부했고, 저녁 7시부터 11시까지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평소대로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했다면 아침 7시부터 시작했겠지만, 9시부터라도 학원에 가서 공부하는 게 훨씬 집중력 있게 공부할 수 있었다.

대신 평소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휴식하는 시간을 가지곤 했었는데, 공부를 늦게 시작하는 만큼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웬만하면 공부하는 시간을 늘리려고 했다.


학원에서 공부하면서 느낀 것은 역시나 환경의 중요성이었다.

나 혼자 있던 공간이 3~4명 정도의 공간으로 바뀌었고, 잡다했던 주변의 소음이 책 넘기고 필기하는 소리로만 바뀌었을 뿐인데 공부의 집중력은 확연히 올라갔다.


내가 만약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았다면 나는 어디서 공부하고 있었을까

분명 다른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을 했겠지만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했을 것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에서 공부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나에게 아르바이트를 물려준 친구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마음 같아선 내 모든 짐들을 학원에 두고 매일 공부하고 싶었지만, 학생 중 누군가는 나 때문에 자리를 뺏길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강의를 듣는 학생도 아닌데 매일 직원분들을 마주치는 것도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일주일에 이틀이라도 확실하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확보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학원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내 공부 스케줄에서 매우 중요해졌다.

자연스럽게 오랫동안 책을 들여다봐야 하는 이론 공부는 학원에서 하게 됐고, 집에서는 소음에 덜 취약한 문제 풀이나 직접 글로 정리할 필요가 있는 것들을 주로 했다.


수험 2년 차가 되고나서부터 다양한 문제와 사례를 접하는 게 중요해졌다.

다행히 문제 풀이를 하는 동안에는 나도 모르게 집중하게 되어서 주위의 소음이 있는지도 모르게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만약 집중적인 이론 공부가 필요했던 1년 차 때 코로나를 맞이했다면 더 최악이었을 것이다.

전반적인 상황은 악화되었지만 이렇게라도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하는 게 중요했다.


그리고 토요일 오전에는 항상 모의고사 스터디를 해오고 있었는데, 3시간 넘게 에너지를 쏟고 집에 오니 잠에 못 이겨 리뷰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

나는 집 근처에 저렴하면서도 사람이 거의 없는 카페를 하나 찾았다.

바로 집에 들어가지 않고 카페에서 리뷰가 끝날 때까지 나오지 않는 게 목표였다.

사람이 북적이는 곳이었다면 오랫동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게 죄송스러웠겠지만, 다행히 자리에 여유가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 카페는 얼마 후에 근처에 스타벅스가 들어오고 문을 닫았다.

나는 다시 비슷한 컨디션의 카페를 찾았다.

그렇게 나에게 맞는 카페들을 옮겨 다니며 그날그날 바로 모의고사 리뷰를 마치려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저렴하고 사람이 거의 없는 카페들만 찾아다니다 보니, 곧 문을 닫을 카페들만 찾아다녔던 것 같다. 사장님들께는 정말 죄송스러웠다.)



코로나 때문에 갑자기 집에서 공부하게 됐을 때에는 집중력도 떨어지고 이러다가 평생 백수로 살면 어떡하지라는 불안함과 부정적인 생각들이 가득했다.

물론 내가 바꿔나간 것들이 최선의 선택은 아닐 수도 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사소한 것이라도 하나씩 바꿔보려고 했다.

그렇게 시간이 한 달, 두 달 지나면서 나름대로 나의 루틴이 다시 잡히기 시작했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다가왔을 때, 다시 학교 열람실이 부분적으로 개방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확산되기 쉬운 오픈형 좌석이나 학생 식당에 대한 개방은 제한적이었다.

나의 일상을 회복하기 전이라면 열람실을 개방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겠지만, 이미 일상을 회복한 지금으로서는 굳이 열람실로 돌아가서 불편하게 공부할 이유가 없어졌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지금의 상황에 맞게 계속 공부하고 노력하면 되는 것이었다.


한편으로는 나의 멘탈도 한 층 강해졌다고 느꼈다.

정말 좋은 환경에서 공부에만 집중해도 합격에 대한 불안감만으로도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을 텐데, 이번에는 악조건 속에서도 해결책을 모색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마인드라면 이번에는 꼭 시험 합격까지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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