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by 이루비

우리 가슴에는 어린 시절 오래 살았던 집이 있다.

지금부터 나와 그 집으로 가보자.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숲 속에 아담한 노란 집 앞에 서있다.

끼익,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린 시절 내가 뛰놀았던 거실, 엄마 아빠가 돌봐 주었던 주방이 있고,

내 어린 시절의 방도 그대로는 아니지만, 흔적이 남아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타고 다락방으로 올라간다.

빛이 가득한 다락방에서 먼지가 가득 쌓인 상자를 열어본다.

그 상자에는 내 오래된 기억, 그리고 상처가 담겨있다.



우리에겐 누구나 크고 작은 상처가 있다.

어릴 적 친구에게 받았던 상처도 있을 것이고, 부모에게 받은 상처도 있을 것이고, 나 자신에게 받은, 스스로에게 준 상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몇 년을 살지 않은 어린아이도, 정말 오랜 시간을 살아온 어르신에게도

인간으로 태어난 우리에겐 누구나 상처가 있다.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옆에 4~50대의 여성분이 앉아 상심에 그을린 얼굴로 따님에게 ‘상처’란 말을 하셨다.


상처


이 말을 떠올리니 내게 느껴지는 것은 한 움큼의 슬픔.

이 단어를 꺼내 준 여성분에게 감사하다.


밝게 살아왔는데, 크게 상처를 입었다.

그것은 주변인이 아니라, 인간에게 받은 상처이다.

잔인하고, 참 잔인하다.

그래도 내가 그 상처를 무시하지 않고, 온전히 느껴주기를 선택한다.

상처를 음미한다는 게 맞는 표현일까.

상처에 대기에 음미는 너무 쉬운 단어같이 들린다.

하지만, 그것을 온전히 느끼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한 표현으로 ‘음미’한다.


상처를 음미하니, 후회가 떠오른다.

머리부터 다리까지 무거운 에너지가 진동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묵직한 슬픔이 차오른다.

슬픔을 음미하니, 부모님이 떠오른다.

죄송하고, 죄책감이 느껴진다.

죄책감을 음미하니, 부모님의 사랑이 떠오른다.

내가 부모님을 사랑하는 마음과 부모님이 날 사랑으로 키워온 마음이 뭉쳐져 정확히 어떤 것인지 구분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게 사랑이란 건 알 것 같다.

눈물이 흐른다.


모든 것은 사랑이다.

결국은 사랑이다.

상처 속에 남아있는 것은 결국 사랑이다.

사랑받고자 해서, 사랑해서, 그래서 우린 상처를 받는다.


인간에 대한 선한 마음이 있던 나는, 여전히 상처받았다.

그래도 그들도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오죽했으면..이라고 또 생각한다.


내겐 누군가를 미워할 여력이 없다.

난 내 삶을 다시 살아갈 힘 밖에 없다.

그걸로도 난 내 인생을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 위로한다.


얼마나 크고 깊은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당신의 상처는 당신에게 음미받기를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당신과 화해하고, 사실 내 속에는 사랑밖에 없었다고 눈물로 당신에게 이야기할지 모른다.


마주하기는 힘드나, 그래도 당신의 상처가 음미받기를.

그래서, 울고, 사랑을 발견하고, 그리고 미소 짓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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