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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츄가 사라졌다.

by 그린토마토

순둥이 츄츄가 사라졌다. 우유에게 모든 걸 양보하는 의리파 츄츄.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사라졌다가 나타나면 다행이지만 치즈는 사라진 뒤 오지 않기에 걱정이 된다. 츄츄도 치즈처럼 안 오면 어쩌나.

고양이들은 사라지면 어디로 가는걸까? 위험한 일만 당하지 않으면 좋겠다.

한 며칠 지나면 오겠지 했는데 보름정도가 훌쩍 지나버렸다.

츄츄가 사라진 날, 우유는 베란다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있었다. 먹이를 먹으러 오는 번개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번개는 먹이만 먹고 순식간에 사라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평소 번개와 우유는 나쁜 사이는 아니지만 가끔 더 경계하는 때가 있다. 서로 더 예민할 때가 있나보다.

내려갈까 말까를 살피던 우유는 내가 보고 있던 동안은 내려오지 않았다. 번개는 그런 우유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번개도 내가 별로 겁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것 같다.

번개가 가고 난 뒤 그동안 안 보였던 나비가 베란다에 나타났다. 나비는 츄츄의 엄마. 나는 우유를 해칠까봐 나비를 경계한다. 나비는 성격이 좀 날카롭다.

번개와 나비가 돌아간 뒤에야 우유가 먹이를 먹으러 왔다. 나는 얼른 츄르를 담아주었다. 우유는 힘이 없어 보인다.


우유야, 츄르 먹고 힘내라.

묘생 별거 없다. 봄에는 봄바람 느끼고 여름이면 꽃보고 가을이면 단풍잎 보고 그 좋은 계절 보내며 에너지 가득 쌓아 추운 겨울을 잘 견디면 되는거야. 츄츄가 다시 올 때까지 기다리자. 좋은 친구는 쉽게 얻지 못하는 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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