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선생님, 소피아도 이어달리기에 참여하나요?"
소피아는 우리반 특수학생이다. 6학년 체육대회에서 6학년 전체 이어달리기를 한다는 말을 꺼내자마자 한 아이가 질문했다. 아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얘들아, 특수선생님과 의논해서 알려줄게."
다음날 특수 선생님이 교실에 왔고 한 시간동안 아이들과 왜 소피아가 이어달리기를 해야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해서 소피아는 특수실무사 선생님과 함께 운동장 반바퀴를 다 뛰는 대신 그 절반만 뛰기로 했다. 아이들도 그 정도는 수긍을 해주었다.
2.
6학년 체육대회에서 50m 달리기를 하기 위해 4명씩 여섯 팀을 만들었다. 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지금 정한 팀으로 내일 달릴거야. 자기 순서를 잘 기억해!"
아이들이 정색을 했다. 서로의 달리기 실력을 모른 채 같은 팀이 될 수 없다는 거였다. 나는 사실 아이들의 그런 반응에 더 놀랐다. 저학년들은 정해주면 정해주는대로 뛰었는데 고학년은 달리기 팀짜는 것까지 의논해야 하나, 하는 의문까지 들었다. 어쨌든, 나는 아이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하기로 했다.
운동장에서 두 명씩 달리고 두 명이 초시계로 기록을 재고 또 다른 한 명은 기록을 적었다. 나는 출발선에서 열심히 호루라기를 불었다. 그렇게해서 우리반 전체의 달리기 기록이 나왔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선생님, 두 번 달리면 안되나요? 첫번째 뛸 때 컨디션이 안 좋아서요."
연습게임인데 두 번 달리자는 아이가 등장했다. 동조하는 아이들도 나왔다. 나는 그것도 좋다고 받아들였다. 그렇게 해서 두 번의 기록을 재었고 그 중에 가장 빠른 기록을 쓰기로 했다. 50m 달리기는 빠른 기록의 아이 둘, 보통 기록의 아이 둘 이렇게 네 명씩 팀을 짰다.
그리고 그 기록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겼고 이어달리기 순서를 정했다. 기록이 좋은 학생들을 이어달리기 순서의 앞쪽과 뒷쪽으로 배치했다. 물론 특수학생 소피아는 가장 먼저 뛰기로 했다. 그리고 소피아의 바톤을 받기로 한 학생은 기록이 빠른 아이중에 한 명 이었다.
이렇게 수업이 끝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수업 마무리를 위해 아이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마지막 6교시 마치기 10분 전이었다. 몇 명 아이가 제안했다.
"선생님, 전체 이어달리기 한번만 연습하면 안되나요?"
나는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물었다.
"얘들아, 마치는 시간을 넘어갈텐데 괜찮겠니? 너희만 괜찮다면 좋아."
아이들은 너도나도 괜찮다고 했다. 그래서 전체 이어달리기를 했다. 소피아가 먼저 뛰었고 바톤은 쭉 이어졌다. 수업 종이 쳤지만 아이들은 전체 이어달리기에 진심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나온 다른 반 아이들이 방해해도 아이들은 꿋꿋히 뛰었다.
3.
6학년 체육대회 날, 우리반 달리기의 결론!
가장 먼저 뛰었던 특수학생 소피아는 우리 예상대로 늦게 뛰었고 처음부터 우리는 꼴찌가 되었다. 하지만 소피아가 다 뛰고 돌아왔을 때 아무도 소피아를 비난하지 않았다.
모두다 소피아, 잘 뛰었어! 하고 응원해주었다. 아이들은 그저 꼴찌로 뛰는 우리반 친구들을 안타깝게 쳐다볼 뿐, 그것으로 소피아를 탓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역전이 일어났다. 역전의 주인공은 반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올리비아였다. 올리비아가 역전을 했다. 우리 반 아이들은 모두 환호하고 기뻐했다. 나는 무엇보다 친구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올리비아가 주인공이 된 것 같아 너무 기뻤다. 그렇게 해서 우리 반 달리기 마지막 학생은 3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일등보다 값진 3등이었다.
4,
곧이어 전교회장의 제안으로 반 대표 이어달리기를 하게 되었다. 예정에 없던 것이었다. 반별 여학생 4명, 남학생 4명이 대표로 나왔다. 전날 달리기 기록을 재었던 우리반은 이어달리기 대표선수를 뽑기도 쉬웠다. 그리고 여학생 대표 중에 올리비아도 들어갔다. 우리반은 처음 3등으로 출발했다. 그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역전을 했고 결국 우리반은 1등을 했다. 아이들은 모두 기적같은 1등에 행복감을 감추지 못했다. 달리기 초보라고 생각했던 우리반 아이들은 달리기의 신이었다.
뭔가 잘 안 풀린다는 생각이 들때, 달리기를 해야겠다. 달리기의 승자는 결국 열심히 연습한 사람, 끝까지 달리는 사람, 넘어져도 일어서는 사람, 그리고 승패에 상관없이 함께 기뻐하고 환호할 줄 하는 사람이다. 나는 또 아이들에게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