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다른 해보다 치자꽃이 늦게 피여 마음을 졸였지만 다행히 고급스럽고 환한 자태를 뽐내었다.
방울토마토 모종을 심었고 그새 꽃이 폈다. 방울토마토는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애니시다의 노란꽃, 그리고 은은한 향기는 봄을 기다리는 이유였다.
고추꽃도 피고 열매도 맺혔다. 물을 더 열심히 주어야 할 것 같다.
카랑코에 진분홍꽃도 피었다.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식물.
자스민은 온통 붉고 진한 꽃을 피워 화단을 풍성하게 했다.
가시가 없는 꽃기린. 겨울 내내 실내에 두었더니 잎도 다 떨구고 힘들어했다. 저러다가 죽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봄에 야외에 나온 뒤부터 기운을 회복하고 꽃을 피웠다.
수국의 꽃망울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다가 고개를 들면,
그 뒤에 먹이를 먹으러 오는 치즈가 있다. 치즈는 어디 살까? 먹이 먹을 때만 잠시 왔다 가기에 나는 치즈가 어디 사는지도 잘 모른다. 치즈가 더 어리던 올 봄에는 우리집에 잠시 살기도 했지만 지금은 사는 곳이 따로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치즈에게 다가가지도 않고 치즈도 다가오지 않았다. 내가 치즈에게 다가가는 것이 자칫 치즈를 위험하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치즈가 오면 오랜 친구를 만나듯 반갑다. 치즈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먹이를 담아주고 새 물을 떠놓는 것 외에는 없지만 말이다. 가끔 치즈가 다른 고양이들을 피해 베란다로 들어오면 다른 고양이들을 쫓아내주는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