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아 철학은 기원전 3세기 초 제논(Zeno of Citium)에 의해 창시되었으며, 이는 헬레니즘 시대(기원전 323년~기원전 31년)의 시대적 위기에 대한 직접적인 응답으로 등장했다. 이전 고전 그리스의 폴리스 중심 세계관이 마케도니아의 정복으로 인해 붕괴하면서, 개인들은 정치적 자유와 공동체적 삶의 근거를 상실하는 거대한 혼란을 겪었다. 잦은 전쟁, 왕국의 흥망성쇠 등 개인의 의지로 통제할 수 없는 외부적 사건들이 일상화되면서, 사람들은 심각한 무력감과 불안에 시달렸다. 스토아 철학은 이러한 외적 혼란으로부터 영혼의 평정(아파테이아, αˊπαˊθϵια)을 얻는 방법을 제시했는데, 이는 운명이나 세계의 질서(로고스)는 이성적으로 결정되어 있다는 결정론적 세계관에 기반했다. 광대한 알렉산드로스 제국이 통합되면서 세계 시민주의(Cosmopolitanism)가 대두되자, 스토아 철학은 모든 인간이 이성(로고스)을 공유하고 있으며, 신분과 관계없이 자연의 법칙과 이성에 따라 의무를 다하는 삶이 최고의 선이라고 가르침으로써, 사회적 유대가 약화된 시대에 새로운 보편적 도덕 근거를 제공했다.
스토아 철학을 창시한 키티온의 제논(Zeno of Citium)은 기원전 334년경 키프로스 섬의 페니키아계 식민지인 키티온(Citium)에서 상인 가문 출신으로 태어났다. 무역업에 종사하던 그의 삶은 기원전 312년경 아테네로 가는 항해 중 난파를 겪으며 완전히 바뀌었다. 무역품을 모두 잃고 아테네에 도착한 그는 서점에서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 회상록』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으며, 이후 키니코스 학파의 철학자 테베의 크라테스 밑에서 금욕과 엄격한 도덕적 수련을 배웠다. 크라테스를 비롯해 메가라 학파의 스틸폰과 플라톤 아카데미의 폴레모 등 다양한 학파의 영향을 받은 제논은 기원전 300년경 아테네 아고라의 '스토아 포이킬레(Stoa Poikile, 채색된 주랑 현관)'에서 자신의 철학을 가르치기 시작했으며, 이것이 '스토아 학파'의 이름이 되었다. 그는 자신의 철학대로 검소하고 진지한 삶을 살았으며, 그의 청렴한 인품은 아테네 시민들로부터 큰 존경을 받았다. 제논은 기원전 262년경 사망했으며, 아테네 시민들은 그의 덕을 기려 황금 왕관을 수여하고 공적인 묘지를 마련했다.
스토아 철학은 논리학, 자연학, 윤리학의 세 영역으로 구성되었으며, 이 모든 것은 세계의 이성적 질서(로고스)라는 하나의 원리에 의해 통합된다. 스토아 자연학은 세계 전체가 로고스(Logos, 이성 또는 신적인 이법)에 의해 합리적으로 통제되는 하나의 통일된 유기체라고 보았는데, 이는 모든 사건이 필연적인 원인과 결과의 사슬로 일어난다는 결정론적 세계관을 제시했다. 윤리학에서 스토아 철학의 최고선은 덕(Arete)이며, 이 덕은 곧 인간의 내면에 있는 이성을 외부 세계의 로고스에 일치시키며 사는 '자연에 따른 삶'을 의미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인간은 정념(Pathos), 즉 이성에 반하는 과도한 감정(욕망, 공포, 쾌락, 고통)을 극복해야 하며, 이성의 통제 하에 있는 정신적 평정의 상태인 아파테이아(αˊπαˊθϵια)를 핵심적인 태도로 삼았다. 또한 스토아는 외부 사건에 대한 개인의 태도와 반응은 통제 가능하다고 보았으며,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의 의무(Duty)를 이행하는 것을 최고의 윤리적 행위로 보았다.
스토아 학파와 에피쿠로스 학파는 모두 개인의 행복(Eudaimonia)과 영혼의 평온을 최고 목적으로 삼고 철학을 영혼의 치료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행복을 얻는 방법론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보였다. 스토아 철학의 최고선은 덕(德) 그 자체였으며, 행복은 덕의 부산물로 보았다면, 에피쿠로스 철학의 최고선은 쾌락이었다. 스토아는 정념을 이성에 반하는 것으로 보아 완전히 제거하고 극복해야 할 대상(아파테이아)으로 본 반면, 에피쿠로스는 쾌락을 해치는 고통의 원인으로 보고 이성적 계산으로 회피할 대상(아타락시아)으로 보았다. 또한 스토아는 의무(Duty)를 실천하며 공적 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권장했지만, 에피쿠로스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 정치적 삶을 회피하고 은둔('숨어 살아라')을 권했다.
스토아 철학은 헬레니즘 시대에 강력한 정신적 지주 역할을 수행했다. 통제 불가능한 운명을 수용하고 내면의 태도를 통제함으로써 흔들림 없는 정신적 회복력을 갖도록 도왔다. 또한 모든 인간이 이성을 공유하는 세계 시민(Cosmopolitan)이라는 사상은 다문화적 제국의 보편 윤리와 인간의 평등 사상에 중요한 토대를 제공했으며, 공적인 의무를 강조하여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독려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스토아는 정념을 완전히 억압해야 한다고 주장하여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으며, 세계가 결정되어 있다는 세계관은 사회적 불의에 맞서는 윤리적 동력을 약화시키고 수동적인 태도를 조장한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또한 현자와 어리석은 자를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엘리트주의적이라는 지적도 받았다.
스토아 철학은 과도한 불안과 정서적 혼란 속에 사는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가장 실용적인 정신적 도구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스토아 철학의 핵심인 '통제 가능한 것과 통제 불가능한 것의 이분법'은 현대의 만성적인 불안을 해소하는 가장 기본적인 지침이다. 또한 아파테이아를 통한 정서 조절 훈련은 과잉 소비와 경쟁 심리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비합리적인 정념을 극복하고 진정한 자족을 이루도록 돕는다. 덕(德)을 유일한 선으로 삼아 원칙에 입각한 의무(Duty)를 다하도록 가르치는 스토아의 윤리관은 기업 윤리, 기술 개발 등 복잡한 현대 사회의 문제에 대해 강건한 윤리적 의사결정 능력을 제공하는 기반이 된다. 이처럼 스토아 철학은 격랑 속에서 정신적 닻을 내리고, 이성적 자아를 확립하여 복잡한 세상을 덕으로 헤쳐나가도록 돕는 가장 현대적인 형태의 실용 철학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