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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상사 보면서 떠오른 IMF 기억

by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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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세대는 흔히 하는 말로 대한민국 전성기 시절의 모든 호사를 다 누린 세대임과 동시에

IMF로 인해 그 모든 호사를 뒤로한채 나락으로 떨어진 세대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킨 세대이기도 하다.


1. 오렌지족, 야타족, 압구정

역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호사를 누렸다고 하는 증거

이전까지 대한민국의 트렌드의 중심은 강북의 명동이었다.

그것을 강남으로 압구정이란 동네를 중심으로 옮긴 세대이며

은밀하게 즐기던 성적인 욕망을

외제차, 명품으로 차려입고 나이트와 길거리에서 야타하며

대놓고 성적으로 문란을 즐긴 세대이다


그 문란함이 극에 이르렀기에

일부 매장과 테마파크, 카페에서는 오렌지족 출입금지를 시키기도


2. 취업의 어려움을 모르던 세대

사실 대한민국의 극강의 호황기였기에

취업의 어려움이 없었다.

게다가 아직까지는 고졸비중이 대졸비중보다 높던 시기였다

그냥 이력서만 찌끄려서 내면 다 붙던 시기이고

월급과 퇴근이 보장되지 않으면 때려치고 나와

새직장 구하는데 어려움이 없던 세대이다


나 또한 더 좋은 복리후생과 높은 월급을 주는 곳으로 옮겨다녔으며

고등학교 졸업한 92년부터 95년까지 직장을 옮겨 다녔는데

아니, 군생활을 한 94-96을 제외하면

실제적인 직장생활은 92년, 93년 2년이었고. 2년간 7군데 직장을 옮겼다

내 마지막 직장이 1993년이었고 이때 월급이 220만원이었다.

현재 가치로 따지면 400만원 정도

매일밤 하야트, 힐튼 바에서 위스키를 마시고 놀아도 돈이 남을 정도의 급여였다


3. 1997학번

필자는 1996년 봄에 제대하고 수능공부를 해서 대학에 갔다. 97학번

대학에 간 이유는 간단했는데 고졸보다 대졸 월급이 더 쎄서

입학금을 내고나서 은행에 학자금 대출이란게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 내 생각은 내가 가진 쌩돈으로 내는 것보다 대출 받아서

조금씩 원금과 이자를 갚는게 더 낫다고 보았다.

그래서, 은행에 가서 상담을 받는데 난 한학기씩 대출을 받을 생각이었는데

은행에서 4학년까지 모두 준다고 하는 것

그렇게 하면 이자도 싸게 해준다고 해서 ok 를 햇는데 이게 신의 한수였다


97년말에 imf가 터지면서 이후 학자금 대출이 막혀버렸기 때문

동기들은 물론이고 선배들도 대출을 못받아 휴학생이 급증한 시기였다.


그때 내가 사회가 아니라 대학에 있었던 것 또한 내 인생의 신의 한수였던 듯

1997-2002년 졸업까지 난 IMF에 직접적 타격을 받지 않았다.

문제는 졸업 이후가 문제였지.


4. 사회의 변화를 가장 많이 경험한 세대

버스 안내양 있던 시절과 백화점 엘리베이터걸을 경험한 세대이고

햄버거, 피자등 기존에 없던 프랜차이즈 식당을 최초로 경험한 세대이기도 하다

통신으로 보자면 일부 지역의 X세대는 전화교환원 세대를 겪었을 수도 있다.

삐삐 문자 메시지 기능이 생겼을때는

말로 전한 것을 문자로 중간에 전달해주는 교환원을 경험한 세대다

- 어떤 식이냐면 삐삐 통신사로 전화를 한다 - 교환원이 받는다 - 자기야, 사랑해.. 라고 전해주세요 - 교환원이 상대방 삐삐에 '자기야 사랑해'라는 문자를 전송해준다 -

공중전화가 대중화되엇던 시기 줄서서 기다리는 것을 대신해주는

시티폰이란 것을 경험한 세대이기도 하다 (공중전화 근처에서만 되는 무선전화기)


인터넷을 보자면 PC를 가장 먼저 접한 세대이고 (대략 중학생 시절)

베이직부터 시작해서 MS-DOS와 윈도우를 모두 경험했으며

전화선을 연걸해 PC 통신하다가 '너네 집은 왜 매일 통화중이니'란 엄마 친구의 말에

등짝을 여러번 맞기도... (모뎀이 전화선으로 연결되기에 PC 통신을 하면 전화가 안된다)


오늘날 사용하는 MMORPG가 최초로 생긴 곳이 PC통신이며 (그래픽이 아닌 텍스트)

요즘말로 하는 웹소설의 근원지가 PC통신이다 (이우혁의 '퇴마록')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평생직장이 사라져

어른들로부터 대한민국을 말아먹을 세대라고 가장 크게 비난을 받은 세대다

하지만, X세대는 IMF를 겪은 세대이지, IMF를 일으킨 세대가 아니다

도리어 X세대가 사회 중추가 된 2000년 이후 무너진 대한민국을 일으킨 세대이다


요즘 MZ들이 꼰대라 부르는 X세대들은

IMF로 무너진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킨 세대이다


그냥 태퐁상사 보다가 느닷없이 X세대인 필자가 경험한 것이 생각나

주절주절 적어보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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