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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견하는 상담사 Aug 18. 2023

기억 사진


나는 내 아이들에 대한 나만 가지고 있는 ‘기억 사진’이 있다. ‘기억 사진’이란 표현이 좀 부자연스럽지만 작명 솜씨가 영 꽝인 내가 더 고민한들 기발한 명칭이 떠오르지 않을 것 같다.



‘기억 사진’이란 어떤 한 장면이 사진처럼 내 머릿속에 또렷이 남아있다는 경험을 표현한 말이다. 내 눈이 찍은 장면이니 나만 가지고 있는 사진과 같기에 나만 가지고 있는 ‘기억 사진’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다. 

누구와도 같지 않고 공유할 수 없는 나의 시선으로 본 내 아이들의 모습.



첫 번째 사진은 막 세상에 나온 아이와 처음 만났을 때다. 긴 시간의 진통 후 아이의 울음소리로 아이가 무사히 태어났다는 안도감을 경험함과 동시에 내 가슴 위에 안겼던 첫아이와의 첫 만남.

첫아이는 탯줄이 연결된 채로 내 가슴에 안겼다. “안녕”이란 말을 건넸던 나를 보기 위해 아이는 울었던 울음을 그치고 이마에 주름을 잔뜩 만든 채 힘겹게 눈을 뜨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아이와 눈을 맞춘 그 순간이 내 눈에 담기어 사진이 되었다. 

20년이 되었지만 지금도 그때를 기억하면 내 머릿속엔 갓 태어난 첫아이의 얼굴이 선명히 나타난다. 나만 봤고 내 머릿속에 있는 아이의 첫 사진이다. 



 둘째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내 오른쪽에 안겨 젖을 물었다. 고개를 살짝 돌려 아이를 내려다보니 젖을 문 채로 그대로 잠들어 있는 아이가 보였다. 

잠든 아이가 너무 편안해 보여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던 그 순간 아이의 얼굴이 내 눈에 담겨 사진이 되었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쯤이고 둘째가 5살 때쯤이었던 거 같다. 주말에 시내로 나들이를 나갔다가 잠시 나무 그늘에 쉬고 있었다. 두 아이는 돌의자에 앉아 나란히 앉아 있었고 자리가 없어 나와 남편은 아이들 앞에 서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늘이 있고 의자가 있어서인지 주변에 사람들이 꽤 많았었다. 두 아이가 심심했는지 ‘쎄쎄쎄’ 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재미있는지 깔깔거리면서 계속 ‘쎄쎄쎄’를 하는 아이들을 남편과 나는 웃으며 지켜보고 있었다.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는데 내 눈에 서서히 아이들 있는 곳만 환해지면서 주변의 사물과 사람들이 흐릿하게 보였다. 주변의 소리가 멀어지면서 아이들의 손바닥 마주치는 소리와 웃음소리만 들리기 시작했다. 

잠깐이었지만 ‘황홀하다’라는 느낌이 무엇인지 그 순간 난 느꼈다. 그리고 그때 두 아이의 모습이 내 눈에 담겨 사진이 되었다.



이제 훌쩍 커버려 내가 아이들 앞에서 조꼬미가 되었다. 두 아이는 이전처럼 내 옆에 오래 머무르지도, 그냥 나를 보고 환하게 웃지는 않는다. 나와 말을 하고 나를 피하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란 마음을 가지고 아이들을 바라본다.



아이가 내 옆을 지나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에 시선을 고정하고 바라볼 때가 있다. 아이의 익숙한 얼굴을 보다가 방으로 가기 위해 돌아선 아이의 뒷모습이 시선을 사로잡으며 흠칫 놀랄 때가 있다. 


낯선 남자의 뒷모습을 보는 착각이 순간 들면서 놀라게 된다. ‘언제 저렇게 컸지!’ 하는 놀람과 기특함, 뿌듯함, 이어지는 아쉬움, 다 키웠다는 안도감 등 짧은 순간이지만 많은 생각과 감정이 지나간다. 


그리고 아이의 뒷모습이 내 눈에 담겨 사진이 되었다





커버 이미지 : 작가 dooder 출처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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