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사춘기 아이와 약간의 마찰이 있었다. 복싱장을 다니고 있던 아이가 방학이라는 이유로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가지 않았다. 못마땅했지만 ‘그래 방학인데 나가기 싫지…. 더군다나 운동이며’ 이런 생각으로 그냥 봐주고 넘어갔다. 아이도 개학하면 어쩔 수 없이 갈 거라도 다짐하는 말도 하기도 해 방학은 그냥 쉬어라. 그렇게 내버려 두었다.
개학이 되고 한 이틀은 가는가 싶더니 슬그머니 빠지기 시작했다. 어제저녁에 자러 들어가는 나를 붙잡고는 내일은 축구해야 해서 못 간다는 말을 실실 웃으며 하는 거다. 그 말에 “이제 복싱비 안 내도 되는 거야?”라는 말을 했더니 눈을 흘긴다. 그리곤 엄마가 자신을 압박했다는 거다. 나 참…. 부하가 치밀어 올랐다.
그냥 넘기기 어려워 “어떤 압박이니? 가지 말라고? 가라고?” 이렇게 물었다. 물으며 속으론 바로 후회했다. 그야말로 답정녀의 질문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무 말 안 하던 아들이 내가 되묻자, 목소를 착 내리깔고 “압박 아니야.”라며 나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 옆모습에 화가 더 나면서 당화스러웠다. 그리고 놀랐다. 아들이 갈등을 키우지 않고 한발 물러난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좀 창피했다.
다음 날 아침까지도 솔직히 난 꽁해 있었다. 출근길 운전을 하면서 사춘기 아이하고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나. 헛웃음이 나왔다. 아----
사무실에 앉아 학교에 있는 아이에게 톡을 보냈다.
‘oo야 화해하자.’ ‘미안해~’
아이는 학교가 끝나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예’ 또는 ‘응’이라고 답할 것이다.
사춘기 아이와의 관계 때문에 고민하시는 부모님을 만나면 자주 하는 말을 오늘은 나 자신에게 다짐해 본다.
<사춘기 아들과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는 법>
갈등을 피한다.
나만 손해다. 엄마가 결코 이길 수 없다. 또는 얻는 게 없다.
잔소리를 줄인다.
어차피 안 듣고, 지가 잘못하고 잔소리한다고 되려 엄마한테 짜증 낸다.
이 시기가 지나가길 기다린다.
하늘이 무너져도 아들은 나이를 먹고 사춘기를 지나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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