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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견하는 상담사 Sep 06. 2023

문제는, 남편이 아니라 상처에 있다

이미지 출처: 작가 storyset 출처 Freepik

        

           아내는 남편이 자신과 왜 같지 않은지 이해할 수 없다. 부엌에 서 있는 남편을 보고 물 한 잔만 가져다 달라고 했을 뿐이다. 그 말을 듣고 남편은 인상을 찌푸린다. 곧이어 기분 나빠서 싫다는 남편의 답이 날아온다. 당황스러운 아내는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런데 그 대답이 가관이다. 아내가 자신에게 명령조로 말을 해서 갖다 주기 싫다는 거다. 아내는 기가 막혔지만, 미안하다고 하면서 다시 부탁했다. 이미 기분이 상해버린 남편은 들어주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이 지금 아내로 인해 얼마나 기분이 나쁜지 길게 늘어놓는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다. 일어난 김에 에어컨을 꺼달라고 할 때, 옆에 있는 휴지를 달라고 할 때, 음식물 쓰레기를 버려 달라고 할 때 등 남편은 아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이해하기 힘든 반응을 보였다. 결혼 초에는 이 문제로 많이 싸우기도 했다. 결혼 생활이 힘들었지만, 아내는 남편이 변화길 바랬고 그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남편은 달라지지 않았다. 계속된 싸움으로 부부 사이의 갈등이 극에 달하게 되자 아내는 두 손 두 발 다 들고 포기하게 되었다. 이후로 아내는 남편이 기분 나빠했던 건 요구하지 않고, 기분 나빠하는 것 같은 신호에 즉각 멈추었으면 남편이 기분 나빠하면 달래주었다.    

 

  우리 집 이야기 아니야? 할 만큼 흔한 부부의 이야기다. 사실 연애할 때 이런 기미가 보이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때는 뭐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게 되지 않던가! 결혼하고 함께 살게 되면서 대수롭지 않았던 일들이 걸림돌이 되기 시작했다. 처음엔 대화로 풀려고 한다. 그러다 점점 싸움이 되고 해결이 안 되면 이혼을 고려하거나 한쪽이 포기하게 된다.    



 

         위 가상의 사례에서 아내가 남편을 이상하고 나쁜 사람이라고 보면 너무 힘들어진다. 보통 이상하고 나쁜 건 뜯어고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고치고 나면 다 아무 문제없을 거라 여긴다. 그래서 남편을 바꾸기 위해 싸우고, 설득하는 노력을 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남편이 변하기는커녕 더 강화된다면 좌절하게 된다.   

  

  남편의 반응이 과도하거나 상식에 벗어난다면 남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남편이 가지고 있는 상처가 건드려지면서 생기는 문제인 경우가 많다. 남편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남편이 가진 상처가 건드려지면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확인이 된다면 아내는 마음이 훨씬 편해진다.      


  가상의 사례에서 남편은 말하는 방식, 말투에 의해 상처를 받고 있다. 이러한 상처를 주는 대상이 대개는 남편의 어머니다. 남편은 아내가 말하는 방식과 말투에서 과거 어머니에게 받은 상처가 건드려진다면 그때의 감정을 고스란히 재경험한다. 안타깝게도 남편의 과도한 반응이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면 남편도 어쩔 수 없게 된다. 자신이 조절할 수 없다는 부분이다.      


  사실이 이렇다면 아내가 우선 해야 할 것은 남편의 상처가 건드려지는 건 피해야 한다.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면 남편에게 요구나 시키는 걸 하지 말고 내가 다 해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의문이 들 것이다. 건드리지 않는 것과 내버려 두는 건 다르다. 바닥의 지뢰를 피해야지 밟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길을 찾아 돌아가야 한다.    

  

  아내는 남편의 상처를 건드리지 않고 요구나 갈등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물론 함께하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혼자서도 가능하다. 약간 억울할 수도, 왜 나만 애써야 하지?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그럴 땐 이렇게 생각해 보자.     

 

  사소한 것들에 과하게 반응하는 남편을 대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 갈등을 피하고자 남편의 눈치를 보며 맞춰주는 게 얼마나 많은 에너지 소진과 스트레스인지 말이다. 자신의 에너지를 찾고 스트레스를 줄여 편안한 삶을 위해 들이는 노력이라면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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