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여전히 아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난 버려진 것 같은 처절한 기분에 좌절했어요.
『사랑한다고 상처를 허락하지 마라』
남편과의 관계가 고통스러워 상담실을 찾은 아내는 남편으로서 내 아이의 아빠로서도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남편에게 분노합니다. 실망으로 시작한 감정이 켜켜이 쌓여 분노가 되고 더는 견딜 수 없게 되면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상담실을 찾습니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처음에 전해지는 감정은 분노입니다. 분노를 토해내듯 쏟아내고 나면 분노는 뒤로 물러나고 분노 뒤에 숨어있던 불안과 두려움이 앞으로 나옵니다. 분노 뒤에 잘 감춰놨던 불안과 두려움이 드러나면, 그녀 자신조차도 당황스럽습니다.
몰랐던 감정이 아니라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았던 감정입니다. 그녀는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아주 오래전에 느꼈던 감정임을 말입니다. 그리고 아주 오래된 기억이 뒤를 이어 밀려옵니다.
어릴 시절 자신의 감정을 들어주는 사람의 부재는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말할 수 없게 만들고 말할 수 없기에 자신의 감정을 무시하고 자신의 욕구마저 포기하게 만듭니다. 이런 상황이 오랜 시간 동안 반복된다면 아이는 자신이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겪는 일이라 생각하게 됩니다.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가 자신에 있다고 생각한 아이는 버림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휩싸이게 됩니다. 아이는 자신의 욕구를 포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랑과 돌봄을 받기 위해서는 사랑과 돌봄을 줄 수 있는 대상에 요구에 순종적으로 따르고 그들의 욕구를 채워주려 애를 씁니다.
가정에 소홀한 남편과의 결혼생활은 어린 시절 자신의 감정을 들어주지 않고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않았던 관계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동시에 그때 경험했던 불안과 두려움, 즉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느낌을 기억하게 합니다.
그녀가 보이는 남편에 대한 분노는 남편의 태도로 인한 불만과 억울함 때문만은 아닙니다. 남편의 무관심한 태도는 어린 시절 겪었던 버림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녀가 보인 분노만을 다룬다면 그녀를 진정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자신의 감정을 알아주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관계를 재현할 뿐입니다.
그녀의 분노 뒤의 감춰진 두려움을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